'이사회 무산 → 무기명 투표' 수순 밟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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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무산 → 무기명 투표' 수순 밟기 예상
  • 승인 2002.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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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의 합의를 무시한 채 강행하려 했던 CBS 재단이사회가 또다시 무산됐다. 결국 CBS정상화를 위해 제안된 6.26합의안과 쇄신위원회의 개혁안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번 쇄신위원회의 경우 지난 9월5일 진행된 이사회에서 수개월동안 사장공석체제로 운영되는 CBS를 보다못한 몇몇 이사들이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며 원인규명과 명확한 입장표명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기존의 대화대표 3인을 포함한 5인의 쇄신위원회를 구성, 노조와의 원만한 대화를 통해 모든 사안을 합리적으로 처리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쇄신위원회는 노조와 단 한번의 대화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사회의 의견조율 과정을 생략한 채 사장, 이사장선임을 비롯한 쇄신안을 표용은 이사장에게만 상정한 것.

교계일각에서는 표이사장과 쇄신위원회의 이러한 행동은 CBS 쇄신에 역행하며 표이사장의 사유화 의혹만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 이사회는 팽팽한 양상을 보이던 예전 경우와는 조금 달랐다. 노조는 강경대응이라는 주위의 지적때문인지 원천봉쇄의 수준을 조절하고 이사진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권 전사장 복귀 불가의 의지를 각인시키며 파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표용은이사장은 이번 이사회가 임기 중 마지막이라 노조의 저지가 심기를 거슬렸을 텐데 이사회를 시작도 못한 상황에서 평소와 달리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는 것. 이는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표이사장과 권호경 전사장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또한 수차례 거듭되는 이사회 저지를 지적하며 특단적 조치를 운운하는 이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표·권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시나리오의 핵심은 ‘서면투표를 통한 권 전사장의 복귀, 권 전사장의 CBS 재입성’으로 표이사장은 이사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이후에도 유지이사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표·권시나리오대로 CBS사장선임이 서면투표로 갈 경우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노조도 무기명투표를 가장한 기명투표, 권 전사장 복귀를 위한 비열한 수단 동원의 도의적인 책임 등 이사진의 발목을 잡을 수는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서면투표가 실시된다면 권 전사장 복귀 가능성은 크다.

물론 이사진 3/4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한 서면투표 실시여부가 관건이지만 아무런 이견제기 없이 무산된 이사회를 뒤로하는 표이사장의 태도에서 대략적인 물밑작업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 2백명의 노동조합원은 지난1일부터 교회협과 기독교장로회 등 5개교단 사무실과 표이사장의 서대문중앙감리교회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지만 서면투표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될 경우 총파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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