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한국교회의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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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한국교회의 잘못된 만남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8.3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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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언론포럼 “신앙고백 사회적 언어로 번역해야”

1999년 5월 옷로비 사건. 이때부터 한국 교회와 언론의 잘못된 만남이 시작된 걸까?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는 지난 30일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주최 ‘언론과 한국교회의 만남’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한국 사회에서 대략 이 시점부터 언론에서 종교를 다루는 금기가 깨지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한국 교회는 언론이라는 사회적 기능에 대해 준비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 목사는 또 2007년 7월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건 와중에 사회 전체적으로 한국 교회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과 비판, 공격이 거세졌다”면서 “뚜렷하고 노골적인 비판이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고, 언론이 상황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당황했고, 순진했고, 억울했다. 갑자기 사회 전체가 교회의 비판자가 된 듯했다”면서 “언론은 교회의 종교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설교 강단의 신앙언어가 직접적으로 취재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 교회는 신앙고백을 사회적 언어로 번역해내는 기술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지 목사는 한국 교회의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한국 교회는 사회의 일반적 현상을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기독교 신앙의 종교적 특수 언어를 언론과 일반 사회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활 언어로 번역해내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교회를 과도기라고 본 지 목사는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사랑과 생명, 영광과 평화, 진리와 자유는 오늘날 삶과 존재의 모든 영역에서 말하는 근본가치와 연결시킬 수 있다. 교회와 언론은 이 가치에서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바라본 한국 교회’에 대해 발제를 맡은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한국은 구한말 선교사들에 의해 개신교가 근대화에 이바지했고 일제 치하에서는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광복 후 정치적 압제 시대에는 민주화에 공언했기 때문에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서양의 언론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세속의 가치를 대변하면서 기독교에 비판적 성향을 가졌다”면서 “한국에서도 언론과 종교의 관계가 서양과 비슷하게 변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논설위원은 종교의 지나친 정치 개입을 지적했다. 그는 “종교가 세속 문제에 너무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반드시 언론의 비판을 받게 된다”면서 스쿠크법을 얘로 들고 “이를 도입하느냐 마느냐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교와 세속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로 함께 가는 것이 미래에 지향해야 할 언론과 교회의 관계”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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