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정복 신학 반성,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기독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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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정복 신학 반성,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기독교의 책임”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8.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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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한국교회(10) - 사회갈등과 기독교(2) 생명과 환경

4대강 사업, 핵에너지 논란 등 환경갈등 증가
환경에 대한 신앙관 정립과 ‘기독교적’ 대응 필요

한국 사회는 196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사회갈등이 표출됐다. 6.25 이후 불과 50년 만에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국가로 성장했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급속한 성장이었다.

이 같은 압축적인 경제 성장, 역동적인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 교회는 사회적 안정에 기여했다. 특히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와 권위주의에 대항했던 기독교의 역할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가 형성되기조차 힘들었던 강압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교회는 노동, 인권, 환경, 여성 등 사회 각 분야의 이슈를 담아냈다. 또한 교회는 급진적인 경제성장이 낳은 사회적 약자, 소외 계층을 돌보는 일에도 매진해 왔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 사회는 다양한 사회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본지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독교의 역할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두 번째 순서로 환경에 대한 기독교의 역할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대표적인 환경갈등이다. 이 사업은 초기부터 환경 단체와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진영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가보조금이 투입된 사업이어서 논란이 컸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한 때에 구태여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강을 막는 둑을 세워야 하느냐는 것이 비판의 주된 요지다. 정부는 홍수예방, 수질개선,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4대강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종교계와 환경 단체는 “생명파괴이자 환경 대재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4대강 사업과 ‘녹차라떼’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 초 4대강 사업구역에 녹조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서울 식수원인 한강 상류, 부산과 영남지역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에 녹조현상이 집중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식수원 오염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만큼 사람들의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언론들은 앞 다퉈 ‘4대강 녹차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기상변화를 비꼬았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녹조의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지목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녹조 현상이 4대강 때문이라는 것은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을 만큼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댐(보) 안을 보면 다 녹조로 뒤덮여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환경부는 이번 녹조 논란에 대해 “기후 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녹조는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부영양화된 효소나 녹조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물빛이 녹색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강물은 흘러서 가는 곳 마다 생명을 낳는다. 본래 잘 흐르고 있던 강을 16개의 보를 세워 끊어놓았으니, 본래 투명한 강이 초록물을 토해내며 신음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을 생명파괴 행위이며 하나님의 창조질서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는 4대강 사업 반대 기도회에서 “종교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사를 계석해서 강행했다”면서 “16개 보를 무리하게 건축하다보니 우려했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강이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 핵에너지 활용 논란
지난 26일 울진 1호기의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멈췄다. 원전측은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고 방사능 외부 유출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진 1호기는 지난해 12월에도 터빈을 돌리는 복수기 이상으로 가동이 정지된 바 있어 시민들의 불안은 커졌다.

또 지난 19일에는 신월성 1호기 운행이 정지됐다가 일주일 만에 재개됐다. 특히 신월성 1호기는 새로 건설돼 운행된 지 불과 19일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운영 중단과 안전점검 재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에너지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모든 원전이 정지됐다. 이로 인해 대기, 토양, 고인 물, 바다, 지하수 등에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고 일본 국민들은 방사능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 정부는 반경 20Km 구역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했으며 방사능 검출량이 많은 주변 도시를 피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당시 노르웨이대기연구소가 한반도에 방사능비가 우려된다는 예측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큰 논란이 있었다. 이후 전 세계 각국은 원전 확대정책을 심각하게 재고하기 시작했다. 스위스와 미국, 중국, 인도, 오스트리아 등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회의론이 힘을 얻고 있으며 독일은 향후 10년 안에 자국의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에너지를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대통령은 “현재까지 기술적, 경제적으로 대체에너지만으로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수요증가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그러기에 원자력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핵 안전에 대한 신뢰는 타격을 입었지만, 과학적인 방법으로 원자력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불교환경연대, 천도교 환울연대 등 7대 종단 환경단체들이 연대한 종교환경회의는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국내 주요 원전을 방문해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 종교 생명평화 순례’를 개최했다. 이들은 고리, 월성, 울진과 삼척 등에서 원전 폐쇄를 촉구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과 기도회를 진행했다.

한국YMCA전국연맹,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성서한국 등 18개 기독교 단체들은 지난 3월 ‘핵없는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핵무기와 핵발전은 권력과 폭력의 상징이자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신성모독죄”라며 “정부는 에너지 탐욕에서 비롯된 핵발전 중심의 사이비 녹색정책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참여단체들은 탈핵 에너지 전환운동, 핵 부품 수출 반대 등 10가지 행동 지침을 발표하고 오는 2013년 WCC 부산총회에서 핵에너지 문제를 핵심의제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 창조명령과 기독교
기독교의 환경에 대한 태도는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다. 창세기 1장 28절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은 개발 논리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독교는 아무런 신학적 저항 없이 개발을 이유로 환경 파괴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은 생태계 위기를 가져왔고, 기독교의 환경에 대한 태도 또한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린 하이트는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뿌리’라는 논문을 통해 생태학적 위기의 주된 책임은 기독교의 창조명령에 있다고 보았다. 하이트는 “기독교의 창조신학이 인간과 세계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을 야기하고 오늘날 생태계 위기의 주범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의 견해에 대해 김영안 교수(숭실대)는 “기독교 창조신학에 대한 오해”라며 “성경은 창조의 목적이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안식과 영광이라고 가르친다. 우리는 창세기의 창조명령을 인간중심이 아닌 신주권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생태학적 모럴은 자연에 대한 지배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책임”이라며 “이 책임이란 수용에서 오며 공감과 나눔의 능력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연을 신격화하거나 단지 물질로 보지 않고 자연을 성례전적 존재로 보는 것이 바로 기독교 생태학적 사고의 핵심”이라며 “자연은 하나님 앞에서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하며 교통하고 영광을 돌려야할 성례전적 존재”라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서울대)는 신학자들의 번역 오류를 지적했다. 창세기 1장 28절의 “땅을 정복하라”는 사실, “보호”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정복”이라고 번역해서 자연을 마음대로 착취했고 오늘날의 환경파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지금의 자연환경 문제가 상당부분 기독교가 도입한 기계적 세계관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금과 후세의 인류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후진국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문화 확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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