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교’보다 ‘취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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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교’보다 ‘취객’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8.27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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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지하철 선교 고민해야

더운 바깥 공기에 비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지하철은 여름철 얼음냉수와 같은 피서지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이용객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불편한 상황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이동 점포를 끌고 들어와 음악을 틀거나 상품소개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한다. 또 취객들이 난동을 부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때로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짜증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 성령충만(?)한 전도자들이 성경을 한손에 들고 “예수 천당, 불신지옥”, “예수 믿고 천국가세요”를 목놓아 외친다.

그렇다면 지하철 이용객들은 전도하는 사람과 취객 중 누구를 더 불편해할까? 정답은 전도하는 사람이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시민 1969명(남자 296명, 여자 166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지하철 내 무질서 행위 중 가장 불편한 요소로 640명(33%)이 ‘종교전도’를 꼽았다. 그 뒤를 이은 응답은 530명(27%)으로 ‘취객’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종교전도’를 최대 불편 요소로 꼽은 비율이 10대 34%, 20대 36%, 30대 32% 40대 32%로 각각 나타나 전 세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나이에 관계없이 전도를 불편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하철 내 전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불편해 했다. 남성은 이동상인의 물품판매와 종교전도가 27%로 같은 비율로 나타났지만, 여성은 취객(28%)보다 종교전도(34%)를 더 불편해했다.

사실 지하철 안에서 큰 소리로 전도하는 사람을 보면 기독교인조차 외면하게 된다. 또 그런 방법으로 누가 기독교를 믿겠느냐는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막무가내로 전도지를 들이밀며 “총각 예수 믿어요?”하고 묻는 사람들을 만나면 불쾌할 법도 하다. 비신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남들이 불편해하지 않으면서도 전도의 기회를 삼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작은 선물과 함께 전도지를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광고판을 이용해서 좋은 말씀, 존경받는 기독교인들의 명언 등을 통해 복음을 전하기도 한다. 좀 더 적극적인 교회는 지하철에 책을 기증하거나 이용객들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만들어 기부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앙을 접할 수 있다.

문화선교의 시대.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비둘기처럼 순결하면서도 뱀처럼 지혜롭게,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전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이 시대의 선교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전도하는 사람보다는 취객이 낫다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생각에서 기독교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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