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식 예배당 ‘영성약화’ 초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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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식 예배당 ‘영성약화’ 초래할 수 있어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6.0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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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당 공간 어떻게 꾸미는 것이 바람직한가

▲ 교회건축문화연구회는 지난 1일 10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하고, 종교 고유의 영성을 회복시키며, 회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예배공간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세속화로 예배공간 꾸밈현상 지속되지만 ‘영성공간’ 확보해야
목회자ㆍ신학자ㆍ교회건축가 등 참여하는 건축 논의과정 필수
인도자 중심에서 참여자 중심으로의 전환 위한 공간배열 필요


최근 건축되고 있는 예배당의 공통된 특징은 공연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배드리는 공간으로 짓기보다 예배 외에 다른 공연도 유치할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공연장 형태로 지어지고 있는 예배당은 문제점이 없을까. 또 예배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교회건축문화연구회(회장:임종수 목사)와 성공회대 신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지난 1일 성공회대 정보과학관에서 ‘예배 그리고 공간’을 주제로 ‘교회건축문화연구회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고, 예배공간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했다.

‘예배공간의 영성과 미학’에 대해 발표한 이정구 교수(성공회대)는 교회론에 대한 신학적 대안 없이 예배공간을 공연공간화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화공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현실 속에서 교회가 예배공간을 공연공간으로 구축해 다중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공공성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연공간으로 규정돼버린 공간은 종교가 본질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고요한 영성을 성도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인도하기에는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기존 예배공간조차 지속적으로 공연공간으로 꾸며가고 있는 한국 교회 현실 속에서 영성공간을 구축해 교회가 종교의 본질적인 기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연을 하기 위한 공간꾸밈 현상은 교회가 세속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예배공간을 공연공간으로 꾸민 경우에는 성도들의 영성을 돕기 위한 독립된 영성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주변 교회건물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나머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무시한 채 천문학적인 건축비를 들여가며 축조하고 있는 대형 교회들의 건축 현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교수는 “지나치게 큰 교회건축물은 시각적 측면에서 종교의 가장 근원적인 영성을 고양시키기보다는 상업적이며 제국주의적인 양식으로 축조되고 있다”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종교 자체를 혐오할 수 있는 시설물로 위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예배당 건축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예배당은 성도의 영성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건축해야 한다고 당부한 이 교수는 “공동체가 영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건축양식 및 규모, 공간에서의 빛과 건축 재료가 조화를 이루고 기능에 따라 공간분절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배당은 단지 공동체의 특정한 목적만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하기보다는 건축하려는 주변의 자연환경을 포함한 장소성과 역사성, 사회 안에서의 다양한 공공성을 실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신앙공동체와 목회자뿐만 아니라 신학자와 환경전문가,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논의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인도자 중심의 예배에서 참여자 중심의 예배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예배당 내부공간의 배열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박종환 교수(실천신대)는 “한국 교회 예배는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손을 들고 기도하고, 무릎을 꿇고 참회의 고백을 드리며, 서로를 안거나 악수를 하며, 앞으로 나와 성찬에 참여하는 등의 육체적, 경험적 측면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간단한 간증이나 중보기도 등을 통해 회중이 참여할 수 있는 순서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회중의 참여도 교회 직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연령층과 초신자에게도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배가 시작될 때 예배인도자와 예배순서를 맡은 이들이 예배당 뒤편에서 입례송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행진이 갖는 상징성은 모든 성도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로 입례한다는 신학적 의미를 내포한다”며 “예전적 예배를 위해 성도들과 순서를 맡은 이들이 각각의 순서가 갖는 신학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예배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박 교수는 성찬 공간은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강단 위가 아닌 예배당 공간의 중앙이나 앞쪽에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회중들이 앞에서 가르치거나 예배를 말 그대로 보게 만드는 일방형적 좌석 배치에 대해서도 반원형으로 앉거나 성가대처럼 서로를 마주보며 앉도록 하는 등 빽빽한 의자의 배열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고, 교회력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의자배치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예배공간 자체는 하나의 성례가 된다고 강조한 박 교수는 “세례를 기억하고 확인하는 예전을 위해 세례반을 구분된 장소에 배열함으로써 예배공간을 거룩하고 엄숙한 장소로 만든다든지, 성도들이 만나고 교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엄숙한 구분이다. 예배공간을 통해 새로 나온 신자들이 공동체의 사명과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형석 교수(협성대)도 “예배공간은 회중들의 공예배 참여를 장려하고 촉진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며 “설교와 세례, 성찬의 공간을 확보할 때 회중들의 제의적 행위를 위한 넉넉한 면적과 동선을 확보하고, 전체 예배의 과제에 따라 유기적으로 상호 배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시춘 소장(정주건축연구소)은 “종교개혁자들의 예배개혁운동과 전례운동은 모두 초대 교회의 예배를 모델로 예배 갱신과 함께 갱신된 예배에 합당한 새로운 예배공간을 실험하고 추구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예배개혁과 20세기 전례운동의 성과를 중심으로 목회자, 신학자, 교회건축가들은 새로운 교회건축과 이상적인 예배공간을 창출하는 토론과 실험을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종수 목사도 “수적인 부흥에 급급한 성장주의는 예배와 예배공간에 많은 상처를 줬다”며 “하나님과 만나는 공간으로 예전과 예배언어가 살아있는 예배공간의 회복을 위해 고민할 때다. 신학적,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심미적, 영적 의미와 영성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 회중을 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교회건축문화연구회는 한국 교회 건축문화의 발전과 예배 공간의 갱신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2년에 신학자, 목회자, 건축가 등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그동안 신학, 목회학, 건축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교회건축과 예배 공간에 관한 연구와 토론 등을 통해 발전적 대안을 탐구해왔다. 특히 작은 교회나 상가 교회의 건축 환경 개선방안을 연구 발표하면서 실제로 여러 교회의 예배 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예배 신학적 공간을 실험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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