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들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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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들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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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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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 (안산 영광교회)

“웬 산에 돌들이 이렇게 많아?” 산을 내려오면서 혼자 중얼 거렸다. 필자는 가능하면 매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가까운 산을 오른다. 목사가 목회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목사가 매일 아프다는 소리를 하면 교우들에게 별로 은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매일 아침 등산하던 길인데 오늘 따라 돌들이 많아 보였다. 그동안 무심코 걸었던 길인데 산꼭대기서부터 평지인 도로 포장이 된 곳까지 이렇게 돌이 많은 줄 몰랐다. 그 수많은 돌들의 모양이 각각 달랐고 크기도 달라보였다. 마치 돌들이 내게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등산을 하면 운동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덧 ‘주님과의 교제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말씀을 묵상하고 그리고 기도하는 시간으로 변해 내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이 날도 산을 내려오면서 ‘안산시민 공로상’, ‘사랑의 쌀 나눔’, ‘어르신 초청 잔치’, 그리고 ‘대학 입학 장학금 수여식’ 등 많은 행사를 앞에 놓고 기도했다. 우리 교회에서는 지역공동체를 섬기는 마음으로 안산을 위해 봉사한 분들, 행정부문, 경찰부문, 소방부문, 교사부문, 복지부문, 일반 시민 부문 등 6개 분야에 사람들을 약 160여 개 단체의 추천을 받아 지역 노벨상처럼 시상하며 격려하는 행사이다.
 
뿐만 아니라 약 35개 노인정의 5~6백여 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그들을 섬기고 대접하며 각 노인정 및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의 쌀 약 170여 포대를 나눈다.

그리고 대학 입학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근 약 50여 개 학교의 교장단을 초청해 격려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인근 둔배미 공원에서 ‘희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을 비롯하여 학생 길거리 농구대회, 풋살대회, 학교 폭력추방 캠페인 등 지역 공동체를 섬기는 일들이 4~5월에 집중돼 있다.

무심코 돌들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섬김의 일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을 내려오는데 문뜩 돌들의 음성이 내게 들려 온 것이다. “네가 하지 않으면 내가 소리 지르리라”라고 말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돌들이 왜 소리 지른단 말인가? 누구에게 소리를 지르겠다는 말인가? 다음 주에 있을 섬김의 행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내심 흐뭇해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는 하고 있지 않는가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러나 돌들의 음성을 듣는 순간 그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고 무너져 버렸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그렇지만 필자가 그동안 밟고 다녔던 돌들은 한 없이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그 잘난 일 하면서, 대단치도 않는 것 하면서, 자기의 것이 아니라 주님이 은혜를 주셔서 하면서도 내 능력인 것처럼, 우리의 힘인 것처럼 으스대던 내 모습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돌들이 내게 소리 지르기를 “네가 하지 않으면 내가 할 것이다!” 주님은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였던 돌들을 통하여 나를 깨우쳐 주셨다. 네가 하지 않으면 돌들을 통해서라도 주님이 하시겠다는 음성이었다.

만일 돌들의 함성이 아니었다면 교만하고 잘난 체 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주님의 은혜로 쓰임 받게 된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부끄러운 기도를 주께 한없이 드리며 산을 내려 왔다. 주님은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 그의 삶 전체가 섬김이었는데 나는 일회성의 행사로 만족해하고 흐뭇해하는 내가 수많은 돌들 앞에 부끄러웠다. 그 수많은 돌들이 “네가 하지 않으면 내가 하리라”는 함성처럼 내게 들려왔다.

주님의 삶은 세상을 섬기는 삶이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분은 세상에서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하셨고 어렵고 힘든 자들과 함께 나누셨고 그늘진 곳에 항상 그들의 위로자가 되셨다. 주님의 제자로서 그 분을 닮아 가는 교회라면 그 분의 섬김을 닮아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님은 돌들을 통해서 주님의 사역을 이루어 가실 것이다.

이제라도 돌들의 함성을 들어보자. 네가 세상을 섬기지 않으면 내가 세상을 섬길 것이라고 외치는 돌들의 함성 앞에 이제 우리가 세상을 섬기겠노라고, 그 일은 우리의 몫이라고 외쳐보자. 교회가 교회됨을 지켜 나가는 것이, 성도가 성도됨을 지켜 나가는 것이 주님의 섬김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이라면 돌들이 함성을 지르기 전에 내가 분연히 일어나 섬김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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