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군선교 신고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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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군선교 신고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네, 하겠습니다!”
  • 지정순 목사
  • 승인 2024.05.1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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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653부대 예수가온교회 지정순 목사 (상)

청년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중상을 입은 국군 병사들은 거의 방치된 채 “엄마”를 부르며 처절하게 울부짖다 숨이 끊어지는데 미군 병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중상자에게 달려온 채플린(Chaplain, 군목)의 품에 안겨 나직한 기도 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이 죽음의 세계로 들어갔다. 청년에게는 그런 미군의 모습이 적잖은 문화 충격이었다.

고향 함북 청진을 떠나 서울에서 유학하던 대학생 당시 6.25 전쟁을 만나 통역병으로 전선에 뛰어든 청년은 삶과 죽음이 뒤엉키는 지옥 같은 전쟁의 참화에 고통받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전쟁통의 죽음 앞에서도 평안할 수 있다니. 평안을 안겨주는 기적의 근원인 하나님을 청년은 그때 만났다. 바로 내 아버지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65년 후 어느 봄날, K 목사님의 사역 현장이던 모 부대 교회를 방문하니 목사님은 내게 군선교를 권면했다. 대신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군선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둘째, 전적으로 헌신해야 한다.”

분명 악조건인데 그 악조건이 마음에 불을 질렀다. 훨훨 타오르는 성령의 불덩이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전적으로 헌신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고 벅차올랐다. 당시 북한 사역을 하고 있었음에도 망설임 없이 “네, 하겠습니다!”하고 응답했다.

군선교 현장에서 뛰던 어느 날엔가 기억의 수면 위로 청년 아버지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이 뇌리를 강타했다. 아버지가 전쟁통 숱한 죽음 앞에서 하나님을 만난 덕분에, 그가 이룬 가정에 태어난 내가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아버지 앞에 나타났던 미군 군목처럼 군 병사들에게 하나님을 전할 책임이 내게 있구나. 내가 군인 교회에 빚을 갚아야 하는 거였구나. 스무 살의 아버지가 미군 군목을 만나 새로운 세계에 눈이 떴을 때, 이미 딸이 군선교를 하는 오늘은 예정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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