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특선 동화] 도둑을 용서한 자리에 생겨난 ‘행복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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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특선 동화] 도둑을 용서한 자리에 생겨난 ‘행복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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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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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도둑들의 마음을 훔친 훌륭한 도둑 : 김철수 박사 <아동문학가>

우리나라에서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을 가 양부모 밑에서 자란 김희망 씨는 아직 한 번도 조국을 방문해 본적이 없지만 얼굴조차 모르는 어머니나 아버지를 원망해 본적도 없이 유명한 건축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뜩 어린 시절 양부모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희망아 미안하다. 우리들의 형편이 여의치 않아 너희들이 살기에 불편한 집에서 살게 하다니 이다음에 형편이 되면 앞이 툭 트이고 뛰놀 수 있는 얕으막한 언덕이 있는 조용한 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마음껏 뒹굴고 뛰놀 수 있도록 해줄게 그때까지만 불편 하더라도 참고 지내렴…….’ 하시던 양부모님의 뜻을 따라 마음먹고 새 집을 짓기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벌써 몇 년 째 집을 짓기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희망 씨는 도심을 멀리 떠나 앞에는 물안개가 아침을 열고 밤에는 별빛과 달빛이 목욕을 하는 호수가 있고 뒤에는 얕으막한 풀언덕이 있는 곳에 땅을 먼저 구입해 그곳에 임시로 콘테이너를 마련해놓고 불편했지만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인 김희망 씨와 아내인 박미래 씨는 건축연구소에 동료사원으로 함께 근무하던 중 서로 사랑이 싹터 교제한 지 만 8년 만에야 결혼을 하는 바람에 아직 자녀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면서 이곳에 말 그대로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나면 아이를 입양해서 함께 행복하게 살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여보, 우리가 데려올 아이는 사내아이가 좋겠소, 아니면 여자아이가 좋겠소?”
남편인 희망 씨는 아내인 미래 씨의 생각이 궁금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먼저 당신을 위해 여자아이를 데려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나를 위해서 사내아이를 한 명 더 데려왔으면 해요.”
“그래요, 아무래도 가정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사람 사는 것 같아요. 이제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줘요.”

밤이면 이 외딴곳에는 가끔 산짐승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인기척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어느 날 난데없는 트럭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여보, 방금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나도 커다란 트럭의 엔진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다시 조용해졌군요.”
창문의 커튼을 재치고 밖을 내다보는 순간 둘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것은 이 부부가 집을 짓기 위해 오래전부터 필요한 목재를 구해다가 쌓아둔 곳으로 서너 명의 남자들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된 것입니다.

“여보, 목재를 쌓아둔 곳으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얼씬거리고 있어요. 아마 도둑들인가 봐요.”
아내는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사실 아무도 살지 않은 외딴 이곳에서 도둑들과 마주친다면 분명 예기치 않은 사고가 날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었습니다.
“여보, 저 도둑들이 우리가 집 지을 목재를 트럭에 싣고 있어요.”

아내는 다시 발을 동동 구르며 남편인 희망씨에게 매달리며 어쩌면 좋으냐며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한참이나 골몰이 생각하던 남편은 놀란 아내를 진정시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지금 내가 나가서 저들에게 도둑이라고 소리를 지르면 분명 저들은 나를 해치고 말꺼요. 그렇다고 이렇게 앉아서 우리부부가 평생바라고 준비했던 꿈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 또한 참을 수가 없는 일이요.”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아내 미래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똑같은 심정임을 나타냈습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 당신은 방안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나가서 지혜롭게 일을 처리하고 오겠소.” 그러나 아내는 두 손을 저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남편을 만류했습니다.

“여보, 저들은 도둑들이에요. 저들의 눈에는 훔치려고 온 목재들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 게 없을거에요. 그런데 당신이 나가면 저들로부터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요. 아예 목재나 가져가도록 내버려둬요.”

아무리 아까운 목재이지만 남편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났다고 아내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글쎄, 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니까요. 당신은 내 말대로만 해요. 지금부터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절대 움직이지 말고 이 집에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숨어 있어요.”

아내에게 단단히 일러놓고 소리 없이 뒷문으로 빠져나온 남편 희망씨는 떨리는 발걸음과 콩닥거리는 가슴을 쓸어안은 채 트럭으로 목재를 나르고 있는 도둑들 속으로 살짝 들어가 부지런히 목재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저 통나무집에 사는 부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조용히 움직이란 말이야. 괜스레 일이 귀찮아 질 수 있으니까.”

도둑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키 큰 사람이 목재를 나르는 다른 도둑들에게 조그만 소리로 지시를 했습니다.
“네, 조심하고 있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집주인 김희망 씨는 이렇게 대답하고 더욱 부지런히 목재를 트럭에다 옮겨 실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희망 씨는 함께 목재를 나르던 도둑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목재들을 어디에 사용하려고 합니까?”

그러자 도둑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들 마을에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놀이방과 강당을 지으려고 하잖아, 아직도 그것을 몰라서 묻는 건가?”

“그런 용도라면 저 쪽에도 좋은 목재가 있거든요.”
“그래, 그것을 어떻게 알았지? 역시 너는 대단한 놈이야!”

트럭에 목재들을 가득 싣고 나자 우두머리 도둑은 집주인 희망씨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 이젠 됐다. 어서 이곳을 떠나자 그리고 자네는 정말 훌륭한 도둑이야.”

“나는 도둑이 아닌데요!”
그러자 도둑들은 한결같이 희망 씨의 말에 비웃으며 조롱하듯 말했습니다.

“자네가 도둑이 아니라니? 자네는 지금까지 이 깜깜한 밤중에 우리를 도와 도둑질을 했잖아?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다 알면서 말이야, 그런데 도둑이 아니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집주인 희망 씨는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당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소. 그렇지만 분명히 나는 도둑이 아니요. 이곳은 내 땅이고 이 트럭에 실려 있는 목재들은 나와 내 아내가 이민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아담한 집을 짓기 위해 몇 년 동안에 걸쳐 사서 모은 내 피와 땀이 배어있는 내 것들이요. 그런데 어떻게 내가 도둑이란 말이요?”

이 말을 들은 도둑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트럭을 그대로 놔둔 채 도망을 치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경찰에 연락을 취해 놓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야? ”

“아니요, 내가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어떻게 목재들을 트럭에 옮겨 실을 수가 있었겠소. 당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경찰을 부를 생각은 한 적이 없소.”

도둑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급히 도망을 치려다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우리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도둑들은 오히려 불안한 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이미 트럭에 실은 목재는 그대로 가지고 가도 좋소. 그리고 당신들이 사는 마을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없어서 그 건물을 짓는데 사용한다니 그곳에 사용하도록 하시오.”

도둑들은 더욱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지면서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길래 우리들이 목재를 훔쳐다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조차 알고 있는게요?”

“그것은 아까 당신들이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소. 그래서 알게 된 거요.”
“내가 이 외딴 집에 살면서 뭐하러 이렇게 목재를 모아둔지 그 이유를 말해드리지요.”

그리고는 도둑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멀리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이곳으로 어린나이에 입양됐소. 나를 낳아준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고 나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조차도 모르며 양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랑 속에서 자랐소. 나의 양부모님께서는 나 말고도 다른 아이를 세 명이나 더 입양하여 돌봐왔는데 내가 고등학교를 마칠 즈음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소. 나는 공과대학에 가서 건축설계를 배웠고 다행히 기술을 인정받아 이젠 생활의 안정도 찾았고 늦은 나이에 같은 건축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던 동료직원과 결혼도 하게 된 것이요.”

도둑들은 이미 해가 중천에 떠오른 줄도 모른 채 집주인 희망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길러주신 양부모님을 생각할 때 마다 내가 입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오갈 데 없는 어린아이를 입양해서 그들을 돌봐주며 함께 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소.”
“그래서요?”

도둑들은 입에 침이 말랐지만 모두 긴장한 채로 집주인의 말에 온 신경을 모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호수가 있고, 언덕이 있는 이곳에 직접 내 손으로 설계한 집을 지어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입양한 아이들을 돌보면서 살려고 필요한 목재들을 사다가 모으기 시작한 것이요. 그런데 지난밤 당신들은 나의 꿈을 모두 도둑질해가려고 이곳에 온 것이고 우리 부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고민했지만 당신들의 마을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놀만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차라리 그 일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요.”

“그래서 직접 나와 목재를 옮겨 싣는데 도와준 것이요?”
“그렇소, 어차피 도둑맞을 목재라면 내 손으로 실어 보내는 것이 더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았소. 그러니 그렇게 알고 어서 가지고 가시오. 나는 다시 오늘부터 또 목재를 사다가 모으도록 할테니….”

도둑들은 희망씨의 말을 듣고 나더니 도저히 그대로 트럭을 몰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좋소. 그럼 당신 말대로 우리는 이 목재를 가지고 돌아가서 당신이 선물로 주었다고 생각하고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강당을 짓도록 하겠소. 그래도 괜찮겠소?”

“그렇소. 단 한 가지 내가 당신들에게 알려줄게 있소. 나는 당신들이 내 땅에 몰래 들어와 목재를 훔치는 것을 보고도 경찰에 알려 붙잡히게 하거나 직접 내가 총을 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이유가 있소.”
“그 이유가 뭐요?”
“난 신앙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원수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생각했기 때문이었소.”

도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습니다.
“당신이 신봉하는 신앙의 대상자가 도대체 누구요?”
“바로 인류를 위해 대신 십자가를 지고 못 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요.”

도둑들은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속에서 뜨거운 불덩이 같은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소. 우리도 당신이 믿고 신봉하는 그 분을 믿고 따르겠소.”

도둑들은 순간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았고 뉘우치는 마음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목재를 가지고 이곳에 당신이 바라고 계획하던 집을 짓고 뒤쪽에 있는 푸른 언덕위에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강당을 짓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들도 모두 이곳으로 이사를 하여 당신과 함께 살고 싶소.”

도둑들은 트럭에 실었던 목재를 다시 하나 둘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좋소. 내가 여러분이 살 수 있는 집을 설계해서 이곳에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도록 하겠소.”

도둑들에 대한 용서와 사랑이 결국 회심과 새로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 ‘행복한 마을’이 조용한 숲속에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역시 당신은 우리들의 마음까지 훔친 훌륭한 도둑입니다.” 이 마을로 모두 이사를 와 농사를 지으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과거의 도둑들은 김희망씨를 이렇게 불렀습니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초원 위에는 교회당이 세워졌고, 그 주변을 집들이 병풍처럼 둘러 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과일과 곡식을 재배하며 한 가족처럼 지내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이 마을의 이름은 ‘해피타운’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조용한 숲속마을 ‘해피타운’은 호수위에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빗살이 영롱한 아침햇살에 더욱 찬란하게 떠올라 눈이 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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