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상태바
살생부
  • 운영자
  • 승인 2012.04.10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인찬 목사 (백석신학교 학장)

살생부는 죽일 자와 살릴 자를 가리는 장부를 말한다. 우리나라 역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방원은 정권을 잡기 위해 고려의 충신 정몽주를 죽였다. 수양대군과 한명회는 정권을 잡기 위해 살생부를 만들어 많은 사람을 죽였다. 드디어 단종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다. 많이 죽인 자가 정권을 잡았다.

이번 총선과 대선도 정권을 잡기 위해 상대를 죽일 살생부를 만들어 어떻게 하면 상대를 죽일까 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비방과 음해, 꼼수와 악플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죽이려 한다. 어리석은 국민들은 적은 꼼수와 음해에 속아 당선될 자를 낙마시키고 낙마시켜야 할 자를 당선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한두 건이 아니다. 당선된 후에는 후회해봐야 이미 늦은 것이다.

상대를 잘 죽이는 방법에서 능숙한 사람은 정권을 잡아도 국민을 죽이고, 나라를 죽이고, 자기만 살려고 할 것이다. 많이 죽이고, 죽이는 데 능숙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요, 자신이 죽을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그래서 성경은 이웃을 죽이는 것을 금하는 율법까지 내려주셨고, 자신이 죽고 상대를 살리는 상생원리를 말씀해 주셨다. 주님도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고 하셨다. 상대를 죽여라 하지 않고 자신이 죽어야 상대가 살고 많은 열매를 맺는 신비의 세계를 말씀하셨다.

사도바울도 남을 죽여라 하지 않고 내가 날마다 죽노라 하셨다. 또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쫓을 것이니라”(눅9:23)고 하셨다. 예수님 자신이 많은 정적들을 죽이고 그리스도가 되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죄 대신 죽어 주시고 인류를 살린 것이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삶의 가치를 가진 자가 나라를 다스린다면 우리 모두는 불행해 질 것이요, 결국 모두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나 죽고 상대를 살리는 삶의 가치를 가진 사람은 상대도 살고 자신도 살 것이다. “내가 살면 교회는 죽고, 내가 죽으면 교회는 산다”는 말이 있다. 옳은 말이다. 나 살기 위해 주님을 두 번째 십자가에 못 박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악한데 미련하고 선한데 지혜로워야 하는 것처럼 죽이는 데는 미련하고 살리는 데는 지혜로운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요, 그런 사람이 총선과 대선에서도 뽑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살생부를 만드는 사람에게 다음 정권이나 교계나 교회나 우리가족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오히려 생명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다음 정권이나 교계나 교회나 우리가족의 앞날을 맡겨야 한다.

하나님은 살생부를 만드는 자를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생명책에 기록될 자가 많아지는 것을 기뻐하신다. 살생부를 만드는 자가 우리를 다스릴 자가 아니요 생명부를 만드는 자가 우리를 다스릴 자임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