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원로들, "제3의 기구 졸속 태동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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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원로들, "제3의 기구 졸속 태동 우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3.1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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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비대위와 명예회장 간담회... 한교연 회원 기준 어떻게 할 것인가 질타

지덕 목사-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지탄 받을 것인가 걱정된다.”
최성규 목사 - “한기총 비대위가 고생한 것은 인정하지만 13일 선거까지 치르는 것은 공감대가 없다. 자기들끼리 정치적 라인도 정해졌다. 누가 봐도 지지를 얻기 어렵다. 법과 절차에 어긋나는 것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엄신형 목사 - “한기총 회원을 받을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부터 정해라. 두 개 다 가입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인정할 것이라면 앞으로 비방할 수 없지 않는가. 교단 안에서도 새 기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한기총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여론을 앞세울 것인가 결정하라.”

지난 9일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한기총 명예회장들이 장충동 앰버서더호텔에서 모임을 가졌다. 13일 열릴 비대위측 비상총회를 앞두고 명예회장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기총 명예회장은 모두 4명. 지덕, 최성규, 엄신형, 김윤기 목사가 참석했다. 그러나 이 4명의 명예회장들의 일관된 목소리는 “지금 제3의 기구를 성급히 발족한다면 정당성과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통상 한국 교회 전체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기구를 발족할 경우, 교계 원로들의 지지와 각 교단 대표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준비위원회 구성, 정관작업과 대표선출에 대한 논의를 거쳐 창립총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기총 비대위는 이런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지난 9일 ‘나군’에 해당하는 교단을 대상으로 입후보자 등록을 받았고, 오는 13일 창립총회를 열고 대표회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누가 총대고, 어떠한 법에 적용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비대위 안에서 한기총 7.7 정관에 준하되, 한기총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정관을 만들고, 그들 안에서 선관위를 구성하고 입후보 등록을 받았다. 지난 9일 접수한 후보는 기성 증경총회장 이정익 목사와 예장 대신 김요셉 목사다.

비대위는 일단 단체 이름을 가칭 ‘한국교회연합회’로 정하고, 한기총 회원 교단에 총대들을 파송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한기총과 거리를 둔 교단에 한한다는 명확한 선은 긋지 않았다. 누가 참여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모험은 피한다는 것이다.

분명 출발은 “현재 홍재철 목사 체제의 한기총을 인정할 수 없고, 비대위 참여 교단에서 이탈자들을 막기 위해 서둘러 비상총회를 연다”는 명분이었지만 명확한 선 긋기를 거부함으로써 ‘적대적’이라는 명분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9일 간담회에 참석한 엄신형 목사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서 출발한다면 이쪽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한기총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집단과 집단이 대립하는 모양새를 띠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교단 안에는 다양한 여론이 있다. 증경총회장은 한기총을 지지하고, 현 총회장은 비대위 새 기구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띤다면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무엇으로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를 정해놓고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목사는 “구분 짓지 않고, 한기총 회원을 똑같이 한교연 회원을 받을 경우, 앞으로 비방하거나 상대방의 행사 참여를 제재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교단마다 다르지만 총회 결의 없이 가입과 탈퇴를 임의로 할 수 없는 교단들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규 목사는 “당신들이 볼 때 한기총 명예회장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한기총은 한경직 목사의 헌신으로 왔다. 눈물과 땀으로 20년을 이어온 단체”라고 피력했다. 이어 최 목사는 “당신들은 만들어 놓고 오는 9월이면 책임을 피하겠지만, 우리는 한기총에 애정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왜 명예회장들의 중재와 조언에는 귀를 막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최 목사는 또 “이건 아니다. 등록을 받았어도 뽑지 마라. 뽑힌 사람을 욕을 먹게 되어 있고, 떨어진 사람이 있으니 여긴 갈라지게 외어 있다. 힘자랑 하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며 오는 13일 비상총회에서 선거와 새 단체 출범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비대위 소속 교단장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고신 정근두 총회장은 “나는 한기총에 그런 애정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 접했다. 리모델링 할 수 없다면 용도 폐기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대사회적 창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새 기구 출범이 필요하다. 명예회장들의 애정은 알지만 한기총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당신들도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합 박위근 총회장도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하루 종일 고심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교단은 오늘 임원회에서 한기총 행정보류를 결정했다. 지금의 한기총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명예회장들은 기준도, 법도,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제3의 기구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결국 비대위 관계자들은 13일 총회 강행을 결정했다. 입후보 등록을 받은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날까지도 새 기구의 정관은 확정되지 않았고, 총대 명단도 입수되지 않았다.

한기총 소속 회원들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기총 행정보류를 결정한 교단만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충돌하는 가운데, 지난 9일까지 행정보류를 통보한 교단은 예장 통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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