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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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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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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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목사(기독교한국성서하나님의교회 감독)

가장 오래된 약초 문헌인 신농본초경에 365가지 약재를 소개하고 있다.

상약(上藥) 120가지는 생명을 살리고 보존하는 약으로 장기간 복용해도 되고 누구나 먹어도 되는 약이다. 중약(中藥) 120가지는 병을 예방하는 약으로 복용기간이 필요하고 먹어야 할 사람의 선별이 요구되는 약이다. 하약(下藥) 125가지는 병 일부를 고칠 수는 있어도 다른 인체에는 독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병을 고치는 의원도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의(下醫)는 발병 후 병을 치료하는 의원이고, 중의(中醫)는 병을 미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의원이며, 상의(上醫)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어 병을 예방하는 의원이다. 어찌 육신의 의원뿐이겠는가.

영적 의사인 성직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고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하고 건강한 국가의 안녕과 평안을 지켜가야 할 위정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전한 “아름다운 동거”의 소식은 지구촌의 종교분쟁과 문화적 충돌을 해결하는 상약이 될 듯하다.

12년 전 러시아의 한 병원은 갓 태어난 여자아기 2명을 각각 다른 부모 품에 안겨주는 실수를 범했다. 양쪽 부모들은 우연한 기회에 아기가 바뀐 것을 알게 됐다. 두 가정은 러시아 정교회와 이슬람으로 종교가 달랐다. 두 종교는 서로 배척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충격은 컸을 것이다. 두 종교간 화해의 물꼬를 튼 것은 두 소녀였다. 이들은 어렵게 마련된 상봉 자리에서 자신들이 혈연적 자매보다 소중한 친구라고 말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한 두 가정은 병원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으로 마당이 붙은 주택 두 채를 사서 이웃사촌으로 살게 됐다. 이들의 “아름다운 동거”가 반목하는 종교인에게 교훈이 되길 기대한다(국민일보, 염성덕). 이 두 소녀야 말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지구촌 한 마을 시대의 사회적 병리를 치료하고 예방할 상의(上醫)임에 틀림없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끊임없이 반목하고 대립해 왔다. 전쟁도 서슴지 않았다. 이슬람교도들이 점령한 예루살렘을 서유럽 기독교도들이 탈환하기 위해 11세기 말부터 13세기 후반까지 8차례나 원정에 나섰던 십자군 정쟁이 그 대표적 예이다.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후반까지 일어난 유럽의 신구교도들 간의 전쟁과, 1948년부터 1973년 사이에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에 벌어진 4차례의 중동전쟁도 종교전쟁이다.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에서 발호하는 일부 무슬림들이 기독교인들을 향해 드러내는 적개심은 자칫 종교충돌의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시작된 시민사회의 특성상 계층 간 세대 간 지역별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갈등을 이용한 각 종교나 종파들이 정치와 사회 참여를 빙자해서 세력을 형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이런 때에 유럽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의 정치 철학이 새삼 돋보이고 기대된다. 모네는 세계 속의 평화를 위해 타협과 연합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 치열할 때인 1943년 프랑스 망명정부 알제리 회의에 참석해서 유럽이 국가나 민족이 아닌 미국처럼 인간 중심의 국가 연합을 구성해야 산다고 주장하여 오늘의 EU탄생을 가능케 했다.

1988년 모네 탄생 100년 되던 해를 EU는 모네의 해로 기념하기로 하고 “국가가 아닌 사람들을 통합하자.”라는 모네의 정신을 EU의 정치 목표로 선언했다. 그러나 지금 금융위기에 처한 EU가 국가 중심의 이익 때문에 분열하는 모습은 아이러니 하기만하다.

이제 기독교가 전투적 선교의 시대를 마감하고 지구촌의 모든 갈등을 하나님 중심, 사람 중심으로 화평케 하는 “아름다운 동거”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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