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과 제사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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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제사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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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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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목사·기독교한국성서하나님의교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통해 한 민족을 만드시고 그 민족을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게 하시겠다고 언약하셨다(창 12:1-3). 제사장 나라는 모든 민족에게 하나님이 약속한 이 복의 통로가 될 언약백성의 나라다. 하나님의 약속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현재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복의 통로가 될 것을 언약하신 후 500년이 지나서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약속하신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는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5-6).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 역사는 일반사와 구속사로 되어있다. 제국이 일반사에 속해 있다면 제사장 나라는 구속사에 속해있다. 제국과 제사장나라의 공통점은 둘 다 개인이 아닌 민족을 그 구성단위로 하고 있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제국은 민족을 계급화하고 제사장 나라는 민족과 민족을 동등하게 하나님 앞으로 인도한다는 점이다.

제사장 나라의 경영기초는 하나님의 언약이다. 하나님이 언약하신 그대로 제사장 나라를 경영하면 나라의 경제와 국방을 하나님께서 책임져주시겠다는 말씀이다. 이 언약은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통해 입증하신 역사적 사실이며 21세기 오늘에도 변함없는 진리다.

반면에 제국의 경영기초는 하나님이 아니라 경제와 국방에 있다. 군사력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정복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그래서 자기 민족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이 제국의 본질이다. 성경 역사 속에서 다윗이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 근본 이유는 제국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윗은 싸움에 나갈 수 있는 20세 이상 남자의 숫자를 130만 명이나 확보함으로써(삼하 24:9) 군사력이나 경제적으로 제국을 건설할 힘이 있었으나 그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주신 나라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 오히려 다윗의 관심은 성전을 짓고 법궤를 제자리에 찾아놓는 구속사적 사명을 다하는 제사장 나라를 세우는데 있었다.

성경에는 애굽을 위시해서 앗수로,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 로마 등의 제국이 등장한다. 이 모든 제국의 역할은 복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시는 통로로 사용된 이스라엘을 위한 사람몽둥이와 인생채찍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이다.

주님 오신 이후에도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하나님은 로마제국도 영국도 미국도 사용하셨다. 로마제국이 제사장나라의 사명을 소홀히 할 때 하나님은 그 촛대를 영국으로 옮기시어 대서양 선교시대를 열으셨다.

영국이 제사장나라의 사명을 소홀히 하고 제국주의적 식민주의 시대를 열자 하나님은 그 촛대를 미국으로 옮겨 태평양 선교시대를 열으셨다. 1960년대 미국이 성경을 학교 교육에서 배제한 이후 지구촌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면서 제국주의적 힘의 정치를 하자 하나님은 그 촛대를 한국으로 옮겨 동아시아 선교시대를 열어가고 계신다.

여기서 한국 기독교가 제국과 제사장 나라를 분리시켰던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역사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제국이 되려는 꿈을 접고 순수 제사장 나라로 종말론적 구원사를 완성해야 한다. 국내정치도 마찬가지다. 교회의 사회 참여, 시민사회의 의무요 권리다.

그러나 기독교정당을 만들어 강력한 기독교 국가를 만들려는 것은 제국주의적 망상이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정당의 출현은 종교간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교회의 사회 참여는 그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는 선지자적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엄숙하게 묻고 싶다. 언제 한국 교회가 당신들의 정당에 기독교란 명칭을 사용해도 좋다고 동의한 사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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