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매매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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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매매 이대로 좋은가?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7.0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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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공급 과잉·무분별한 개척이 ‘근본적 문제’

전임 목사 무리한 은퇴금 요구에 후임은 거액 헌금
사회선 법적 구속감…심각성 자각하고 뿌리 뽑아야

10여 년간 여러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며 힘들게 목회를 이어온 40대 A 목사. 그는 이곳저곳을 전전했던 부목사 생활을 정리하고 ‘나만의 목회’를 하고 싶었다. 섬기던 교회로부터 교회 개척 후원금 1억 원을 받고 그간 모은 돈 1억 원을 합쳐 힘겹게 2억 원을 마련했다. 상가 건물을 통해 개척을 준비하던 그는 동료 목사로부터 “2억 원이면 교인 1백 명 정도 있는 교회를 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전임 목사에게 은퇴금을 주고 교회를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 목사는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는 교회를 돈 주고 사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간 목회 경험을 통해 개척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던 터.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개척 보다는 교회를 사는 것이 훨씬 쉬운 길이었다. ‘딱 한 번 눈감으면 남은 목회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앙적 양심을 뒤로 밀어버렸다. 결국 ‘나만의 목회’를 교회 매매로 시작한 것이다.

위 이야기는 가상이 아닌 현실이다. 부목사 생활을 접고 개척을 결심한 40〜50대 목사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전해 들었을 법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에게 ‘교회 매매’는 신앙적 양심이라는 말로 쉽게 물리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회 매매’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 다 아는 비밀 ‘교회 매매’
지난달 20일 밝은세상교회 김성학 교육목사가 교단 총회에 목사직을 반납한다며 대치동 기성 총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담임 목사직 매매 행위가 만연된 한국 교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목사직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의 목사직 반납은 일반 매체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 목사가 밝힌 성직 매매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인천 M교회와 S교회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4억 원’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교회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돈을 주고받았으니 명백한 성직 매매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김 목사는 “최근 S교회 L목사가 대출 받은 4억 원을 J목사 통장으로 입금했다”며 “S교회 이름으로 대출받아 지불한 돈 4억 원은 고스란히 M교회 부채가 돼 성도들이 헌금으로 갚아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교회 내에 목회자가 거액의 헌금을 받는 조건으로 담임 목사직 매매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분개했다.

기독교계에서는 하나님이 주신 성직을 버리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는 “목사직이 싸구려이거나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라며 논란을 일축하고, “오늘날 교회 부패의 핵심 중 하나인 성직 매매 행위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목회자로 살아온 한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용서를 구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날 김 목사의 1인 시위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담임목사직 매매 관행을 중단하라”며 “교회는 퇴임하는 목사에게 적당한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합리적인 재정 계획을 세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권리금, 은퇴금 등 명목도 다양
사실 교회 매매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다양한 형태의 교회 및 성직 매매 사례를 폭로했다. 대표적인 유형은 교회 건물 매매 과정에서 일부이긴 하지만 교인을 사고파는 사례다. 

A 목사는 B 교회를 개척해 3년간 목회를 했다. 3년 목회 결과 교인 숫자는 20명 남짓. B 교회에서의 목회가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한 그는 C 신문에 ‘교회 건물 매매’ 광고를 냈다. 개척을 준비하던 D 목사는 B 교회 광고를 보고 입지조건을 듣기 위해 A 목사를 만났다. A 목사는 건물, 시설비에 대한 평가액과 더불어 현재 남아 있는 교인 20명에 대한 권리금도 요구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문의한 결과 ‘다들 그렇게 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권리금을 주고 교회와 교인을 샀다.

교인수를 기준으로 권리금을 받는 문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계 한 관계자는 “교회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10년 전 ‘백 명에 1억 원’이라는 말이 돌았다. 지금은 한 명당 2백만 원을 넘게 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교회 매매 사례는 많이 있다. J 교회에서 목회하는 S 목사는 교계 매체에 교회 매매광고를 냈다. 2009년 10월 교회를 2억5천만 원에 팔기로 매매계약을 했다가 파기했다. 한 달 뒤 S 목사는 N 목사에게 다시 1억 원에 팔기로 하고 6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그 후 S 목사는 N 목사의 불륜을 폭로했고 N 목사는 잠적했다. S 목사는 계약금을 고스란히 챙겼다. 이후 S 목사는 지난해 8월 이웃 교회 목사에게 2억5백만 원에 교회를 팔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교회 근처에 같은 이름의 교회를 새로 개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교회를 또 다른 목사에게 팔았다.

신임 목사에게 전임 목사의 은퇴금 지불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S 교회 B 부목사는 신문에 난 H 교회 청빙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서류전형과 인터뷰를 거친 B 목사는 수요예배 설교에서 교인들의 호응이 좋아 최종 낙점됐다. 교회 사무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S 교회 당회는 B 목사에게 헌금 ‘1억 원’을 요구하며 전임 목사 퇴직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결국 B 목사는 이를 거절하고 S 교회로 돌아갔다.

또 다른 사례다. J 목사는 K 교회에 부임하면서 일정 금액을 ‘헌금’했다. 이 헌금은 전임 목사의 은퇴금으로 지급됐다. 이후 수년간 K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J 목사에게 성추문이 불거졌다. 문제가 커지자 노회가 중재에 나섰다. 노회는 교회가 J 목사에게 은퇴금 2억5천만 원을 지급하고, J 목사는 사임하라고 중재했다. 양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K 교회는 청빙 광고를 냈고 후임 B 목사에게 헌금 2억 원을 받아 J 목사에게 전달했다.
교회 및 성직 매매는 중소형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대형 교회는 10년 동안 부목사로 사역하고 떠나는 S 목사에게 개척지원금 수억 원을 지원했다. 이는 P 교회가 S 목사에게 전임 목사 은퇴금 명목으로 요구한 액수였다. 이 대형 교회는 S 부목사 개척지원금이나 담임목사직 매매 비용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대형 교회가 부목사를 청빙하면서 헌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 인정주의가 매매 문제 키웠다
교회 매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한국 교회 내에서 만연한 ‘인정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단은 물론, 노회 및 지방회가 이미 교회 매매 사례 등을 알고 있고 관련 분쟁도 맡아서 조정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은퇴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 목사가 은퇴금을 받는 것에 대해 ‘그간 고생했는데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안일한 인식이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은퇴금 지급과 관련해 교회 내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교단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교회 매매 사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거나 심지어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금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원칙적으로는 반대지만, 교회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정말 형편이 어려운 교회가 전임 목사를 예우하기 위해 집 한 채, 생활비 정도 마련해주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과도한 예우 때문에 교회가 감당을 못하니까 들어오는 사람에게 내라고 하는 것은 복음의 원리상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교계 한 관계자는 “은퇴금을 주고 담임목사직을 사는 것을 문제 삼으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목사들이 많다. 그러나 당장 ‘20~30년 간 사역한 목회자 더러 그냥 나가라는 소리냐’는 말이 돌아온다”며 “전임 목사가 마지막에 한몫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못 버리고 교회 형편에 맡지 않는 은퇴금을 요구하면 어떤 교회든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설령 그 교회를 개척하면서 전 재산을 내놓은 목회자라 할지라도 자본의 논리로 투자수익을 챙기겠다는 듯이 몇 배나 되는 은퇴금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죄악”이라며 “그간 개척과 교회 성장을 통해 쌓아올린 칭찬과 명성을 하루아침에 내던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교회 매매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의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정운형 목사는 교회 매매는 목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교인들과 교회가 성직매매에 대해 ‘남들도 다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심각한 죄악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회자 공급 과잉, 무분별한 개척, 서바이벌식 경쟁이 교회 매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한 정 목사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 사회법이 정하고 있는 퇴직금 수준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교회로부터 받으려고 과하게 요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교계 언론의 책임도 요구되고 있다. 교계 신문을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성직매매 가능성이 높은 교회 매매 광고를 무분별하게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언론이 교회 매매를 감시해야 하지만, 오히려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 매매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며 목사직을 던진 김성학 목사는 “학교에서, 회사나 공직사회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법적 구속 또는 징계 사유가 된다”며 “후임 목사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성도들도 이 문제를 쉬쉬하지 말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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