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서도 밀리는 88만 원 세대 ‘교회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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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서도 밀리는 88만 원 세대 ‘교회 청년’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5.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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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꺾인 청년 세대를 돌아보라

전체 교인수 대비 청년 비율 6%대 불과
복종만 강요하는 교회, 청년들 떠밀어 내

‘연애당’. 20여 년 전만 해도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들을 보는 비 기독교인들의 시선은 이랬다. ‘교회에서 연애나 한다’고 비꼬면서 한 말이다. 듣기 거북스러운 말이었다. 청년들은 부끄러워했고, 딸자식을 둔 성도들은 불쾌해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부끄러움은 사라졌다.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 곳곳에서 새어나온다. 교회에서 연해 잘 해서 결혼에 골인하는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연애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금의 한국 교회, 이렇게 변했다. 청년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여자 청년들은 고사하고 남자 청년도 좀체 만나기 힘들다. 청년들, 왜 교회에서 만나보기 힘든 것일까. 교회를 떠난 것일까, 아니면 숨은 것일까.

예장 통합총회 통계위원회가 보고한 지난 94회기 통계를 보면 청년들의 증발 현상은 현실로 다가온다. 청년대학부 학생수는 16만2천786명. 전체 교인수 280만2천576명과 비교할 경우 5.8%에 불과한 수치였다. 교인 10명 중 청년이 0.6명 정도밖에 안된다는 말이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청년층이 5.8%에 불과한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 청년들을 품지 못하는 교회

몇 년 전 박철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온라인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는 ‘젊은이들이 왜 교회를 떠나는가?’ 댓글을 달아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 인터넷 토론에서 참여자들은 교회의 보수지향성, 구 시대적 운영체제, 표리부동한 목회자, 역사의식의 빈곤 등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아프게 지적했다.

박 목사는 가장 큰 문제로 젊은이들이 교회에 대해 심각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을 꼽았다. “교회다운 지향점을 잃어버린 성장일변도의 교회가 비판의식이 강한 젊은이들의 지적과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이런 충돌로 인해 갈등하는 청년들을 믿음이라는 기준으로 재단, ‘믿음 없는 자’로 단정짓는 우를 범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이디 ‘하얀모래’는 “사회는 민주화되고 모든 정보는 공유되는데 교회의 운영체제는 70년 유신시대와 똑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운영체제의 전환을 역설했다. 그는 또한 “담임목사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지는 체제가 교회”라면서 “권한의 하부 위임은 없고 부서의 자율권도 없는 교회법은 유신헌법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는다”며 비꼬았다.

다른 인터넷 매체에서도 이런 지적들은 심심찮게 발견된다. 한 청년은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한 번 더 걸러서 보고, 채팅방에서도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바로 강제 퇴장을 당할 때가 많다”는 말로 현실을 설명했다. 또한 “교회가 시키는 대로 하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여기기도 한다”는 말도 털어놓았다.
참여자들의 서로 다른 면에서 접근했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교회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80만 원 세대, 좌절하는 청년들

‘패기’, ‘낭만’이 젊은이들을 표현하던 시대는 지났다. ‘88만 원 세대’. 씁쓸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단어이지만, 이 여파는 교회에도 어김없이 덮쳐들었다. 청년들은 변변한 직장에 취업하지 못했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거나 임시직 아르바이트로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비교’에 능한 교회의 분위기도 청년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데 일조했다. ‘엄친아’, ‘엄친딸’. 교회에도 엄연히 살아있고,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드는 분위가가 그 어느 곳보다 강한 곳이 바로 교회. 엄친아와 엄친딸에 떠밀린 청년들은 미련없이 교회를 떠났다.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에 출석하는 44세의 올드미스 송 모씨. 결혼 적령기를 넘겨도 한참을 넘긴 아가씨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 출석한 송 양은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대학부, 청년부를 두루 거쳤지만 어느 날부터 청년부에 출석하지 않는다.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송 씨는 하루아침에 임시직이 됐고, 대기업에 취업했거나 사법고시 등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 비해 변변하지 못한 직장에 대한 부담감, 결혼과 직장에 대한 압박감으로 청년부 출석의 마음을 접었다.

청년부 구성원 중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청년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충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청년부 담당 목사의 나이보다 자신의 나이가 많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이런 갈등에 불을 붙였다.

# 교회 사역, 교제의 길을 막다

‘각 부서 사역’에 대한 부담감도 청년들을 갈등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 대부분의 교회에서 대학 청년부 구성원들은 귀중한(?) 재원. 교회학교 교사를 비롯해 성가대와 각종 봉사부서에서 대학 청년부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서로 끌어와야 할 귀한 인재들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이런 대접도 사역의 한복판에 뛰어들면 그때부터는 현실이 된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부서들에서 맡겨지는 업무들이 상상 외로 많은 현실에 놀라게 된다. 주중 2~3회 정도 진행되는 기도회와 준비 모임, 학생들 관리와 주일 예배 등은 사명감에 투철한 청년들조차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결정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연인과의 ‘교제’. “교제할 시간이 없다”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 한 때 교회학교 교사를 했던 송 씨의 경우도 “‘교회 일에 너무 매달린다’는 남자 친구의 푸념 때문에 심하게 다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우리들이 주일학교를 거쳐 성장해 온 터라 교회 안에서의 인력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 부서장들이 교사로 봉사할 것을 요구해 오면 거절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시간을 뺏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 주일 하루 온종일 교회 일에 매달려 있다보면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 친구와의 약속은 뒷전이 되고 만다.

“교회 어른들은 ‘믿음이 좋다. 교회 일 열심히 하니 시집도 잘 갈 거야’라고 말하시는데, 이젠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씁쓸해 한다. 오히려 교회가 자신을 놓아주길 바란다. 사역에 매달리다보니 제대로 된, 멋진 연애 한번 해보지도 못하게 됐다. 시간이 없는 것이다. 남녀 간에 애틋한 사랑도 나눌 수 없게 됐다.

#청년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기

그렇다고 청년들이 교회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교회들의 경우 오히려 청년들이 넘쳐나기도 한다. 이런 교회들은 말 그대로 청년 교회. 청년들의 주축이 되는 경우다. 삼일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등이 대표적이다. 목회 자체가 청년들을 위한 배려가 넘쳐난다. 청년들에게 도전을 던지고 늘 고민하게 하며, 부름 받은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한다.

이런 흐름들이 청년들을 이끌어 들였다. 온갖 프로그램들은 생기로 넘치고, 이런 요동침으로 인해 청년들이 대거 교회를 옮기기도 했다.

이런 교회들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교회를 떠났던 청년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의 역설이다. 청년들을 품는 방법은 결국 청년들의 필요에 교회가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일하고 꿈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떠나는 청년들은 잡는 방법은, 아니 떠난 청년들을 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 많은 목회자들이 매달리고 연구하고 고민하지만 별 뾰족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오히려 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교회요 목회자요, 우리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고 해서 교회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행동은 교회가 청년들을 품을 자세가 됐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도협 목사는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기독교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는 “기독교가 아니면 다 틀렸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과시적 신앙만을 강요하고 그 사람이 가진 내면적 신앙은 무시한다. 교회가 만든 기준으로 신앙을 판단하고 그 형식에서 벗어나면 믿음이 없다고 정죄한다”고 지적했다.

도임방주 씨도 “교회가 청년들을 부리기 좋은 일꾼으로만 본다. 교회는 청년에게 일만 주고 삶의 의미를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론은 지금까지 교회가 해왔던 반대의 일을 하면 된다. 청년에 대한 생각을 뒤집으면 된다는 말이다.

성경은 ‘주의 영이 임하면 자녀들은 예언을 하고, 청년들은 환상을 보며, 아비들은 꿈을 꾼다’고 말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들이 복음의 빛 안에서 꿈을 꾸고 비전을 이루어 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도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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