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회복과 소통의 길을 열다
상태바
고통, 회복과 소통의 길을 열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4.06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순절을 보내는 사람들

세계의 십자가 만나며 신앙 회복 기도
금식 성지순례 새벽기도로 고난에 동참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사 53:5).

사순절, 그리고 십자가. 이 기간, 십자가는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두 개의 나무가 엇갈리며 만들어진 단순하고 투박한 형태지만, 우리에겐 예수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성도들에게 이 십자가는 구원의 표징이다. 예수의 핏방울이, 그 거친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것이기에..... 그리고 생명에 대한 기쁨은 그 어느 것에 비길 수 없다.

사순절, 이 기간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가까이 있는 날들이 또 있을까. 고난과 묵상 또한 우리의 삶이 된다. 예수를 믿는 우리들, 과연 이 40일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그리고 사순절을 보내는 성도들의 삶은 어떨까. 어떤 이는 한적한 기도원을, 어떤 이는 집에서, 어떤 이는 예수의 흔적을 찾아 마음의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 말만 들어도 힘겨웠던 새벽기도가 이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생활이 되고, 묵상 또한 마음에 평안으로 다가온다.

‘십자가 묵상’은 어떨까. 예수 고난의 상징인 십자가 하나쯤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사순절에 만나는 십자가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십자가가 뭐 별 거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성도라면 꼭 한번 특별한 십자가를 만나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 십자가를 만나다

시원스레 뻗은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달려 김포 IC로 빠지기 전 바로 왼쪽에 알록달록 치장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김포 IC로 빠져 나가 좌측으로 꺾어 이 아파트(힐스테이트) 단지로 찾아 들어가면 거기 고촌감리교회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교회 1층, 카페와 맞닿은 곳에 ‘십자가 갤러리’가 있다. 연중무휴, 상설로 운영된다. 언제나 찾아가 십자가를 만날 수 있다.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십자가, 세계 곳곳에서 수집된 십자가들이 365일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폴란드 광산에서 생산된 소금으로 만든 십자가, 케냐 마사이족이 아프리카의 얼굴을 담아 만든 목걸이 십자가. 이집트 곱틱교회 사제들의 십자가, 오밀조밀 꽃이 피어 오른 십자가, 조개껍데기로 만든 아일랜드 십자가, 물고기와 이삭, 닻, 닭 등도 모두 십자가가 된다.

‘철조망’, 그것도 독일을 동독과 서독으로 사금파리처럼 날카롭게 쪼개던 철조망이 십자가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는 이 철조망도 십자가가 된다. 송병구 목사(색동교회)가 옛 동독 지역 아이히스펠트 분단박물관에서 구입한 십자가다. ‘화해 십자가’. 페터 피셔의 작품으로, 아이쉐어(Eischer) 지역을 동서로 갈라놓았던 철조망 조각 5개로 십자가를 만들었다. 십자가 중앙에 두 사람이 기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트와 너트로 표현했다.

송 목사는 “그들은 벽과 담을 헐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진리 안에서만 참된 자유를 맛볼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막힌 담을 헐고자 이 땅에 오신 예수님 앞에서 어떤 장벽도 우리를 가두지 못할 것입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십자가는 유물이나 교리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십자가는 고유한 전통 속에 뿌리내렸지만, 고백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생각 속의 십자가보다 생각 밖의 십자가가 훨씬 많았습니다. 사람살이가 저마다 유별나듯이 십자가의 세계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 카페에서 만나는 십자가

그리스 파트모스에 있는 요한 계시동굴교회.
서울 종로 5가 연동교회가 운영하는 ‘가나의 집’에도 발걸음을 해보자. 한국장로교출판사가 16일부터 23일까지 기획, 전시하는 ‘십자가전’을 만날 수 있다. ‘The Moment’를 주제로 진행된다. 마영범, 박형만 등 12명의 크리스천 작가들이 참여해 십자가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복음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작은 카페. 은은한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어 더 좋다. 여느 십자가전과는 조금 색다르게 차별했다. 십자가를 만나면서 가슴 속에 쌓였던 감동을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서로 나눌 수 있게 했다. 이야기가 있는 십자가전이라고 할까, 차 한 잔이 주는 여유가 감동과 묵상의 시간을 더하게 한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과, 혹은 이제 멀어진 친구들과 함께 하면 더 좋겠다. 카페에서 진행되는 십자가전이어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면서 문화와 복음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자. 작가들이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관람객들을 위한 리셉션도 함께 진행된다.

# 색다른 경험들 그리고 기도회

조금 색다른 사순절 경험을 제공하는 교회도 있다. ‘성지순례’. ‘시간과 돈’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이지만 사순절에 떠나는 성지순례는 그 어떤 경험보다 실제로 다가온다. 분당의 만나교회(담임:김병삼 목사). 사순절 기간을 맞아 소아시아 성지순례를 떠났다. 10박 11일의 일정으로 김병삼 목사가 직접 동행한다.

사순절. 그 고통의 기간에, 기도와 묵상의 기간 동안 예수께서 걸으신 길을 걸으며, 예수께서 당하신 고통과 땅 끝까지 전해지기 위해 아직도 뜨거운 쿵쿵거리며 뛰고 있는 복음의 심장소리를 듣기로 했다.

‘사순절 특별 새벽기도회’. 지난 4일부터 24일 부활주일까지 하루의 숨결을 고스란히 드리는 의식이다. 40일, 참 긴 시간이지만 이 기간 동안 새벽기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만이라도’ 예수를 더 만나고 싶고 그의 숨결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기도 또한 간절해진다. 예수의 고난이 내 고난이 되고 예수의 회복이 내 신앙의 회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내 기도다.

새벽기도를 신앙의 십일조로 드리는 성도들도 있다. 일년 열두 달, 그 중에 한 달만이라도 주께 드리자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새벽기도다. 45세의 김영화 집사. “평소에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새벽기도지만, 사순절 기간만큼은 빠지지 않고 하려고 해요. ‘기도의 십일조, 신앙의 십일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을 냅니다.”

사순절, 이제 모든 것이 회복되는 기간이다. 소원했던 예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이웃과의 삶이, 가족 간의 사랑이 회복되는 40일을 만들어가자. 예수의 고난이 우리의 허물을 덮었고 그의 상함이 우리의 죄악을 씻었고 그가 당한 징계가 화평을 주었고 그의 고통으로 인해 우리가 회복되는 나음을 입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