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교회 주일예배 3백여 명 출석-최낙중목사 방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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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교회 주일예배 3백여 명 출석-최낙중목사 방북기
  • 승인 200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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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보통강호텔에 여장을 풀고
우리 일행은 대기해 놓은 미니 버스에 짐을 싣고 그들과 함께 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오서기장이 나에게 “단장님, 만수대 김일성 주석님의 동상에 들려 갑시다. 꽃다발을 하나 준비하셔서 주석님께 경의를 표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오목사님, 우리 일행은 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동상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하신 분들이 있으니 구경삼아 들르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우리는 그 앞에서 절하겠습니다”.

30여 분을 달려 만수대 김일성 동상에 갔다. 북측 세 사람이 꽃다발 하나를 동상 앞에 갖다놓고 허리를 많이 굽혀 절을 한다. 북측의 목사와 전도사, 서과장이라는 사람도 절을 한다. 우리 일행은 그들을 바라본 후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동상 앞을 빠져나올 때 진달래색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새색시와 양복 차림의 신랑, 그리고 들러리가 동상 앞으로 다가간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김일성 동상 앞에 절을 하려고 한 것이다. 북측 사람들은 말에나 일에나 오직 김일성이다.
그들은 우리 일행을 보통강호텔로 인도했다. 호텔에 들어가 보니 숲이 울창하고 대동강이 보이는 깨끗한 방이었다. 여장을 풀고 내일 주일준비를 위해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예배는 오전 10시입니다. 단장님은 설교시간 후에 인사말씀을 해 주시고 일행은 특송을 준비해 주십시오”. 우리 일행은 찬송 278장을 부르기로 합의했다.

봉수교회에서
5월19일 주일 아침이었다. 오전 9시20분에 버스를 타고 봉수교회에 가니 9시30분. 오경우 서기장, 백전도사, 서 과장이 우리를 비닐하우스로 안내한다. 최신식 과학농법에 의해 토마토, 오이,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곳으로 통합총회의 지원으로 봉수교회 뒷산 언덕 4백 평 위에 세워졌다.
전자동 컴퓨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50여 평에는 오이와 토마토를 심었다. 절반은 수중재배 절반은 텃밭에서 자라게 하고 있는데 농장에서 일하는 두 여성이 우리를 반가이 맞으며 익은 토마토를 서너 개 따 쪼개어 잡수시란다. 맛이 좋았다.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가장 품질 좋은 토마토 씨앗이라고 자랑했다.

오전 10시. 봉수교회당 안에는 3백여 명이 모였다. 흰 바탕에 붉은색 후드의 찬양대원이 20여 명이었다. 주보는 없었다. 나와 고현봉 목사님을 맨 앞자리로 인도했다. 봉수교회 담임 장승복 목사님의 사회로 예배가 시작됐다.
여자 장로님이 대표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시여, 오늘은 성령강림주일이니 우리 모두에게 성령을 내려 주시옵고 사회봉사와 함께 전도도 할 수 있게 하옵소서….” 중심에서 나온 기도라면, 그리고 기도대로 전도할 수 있는 북조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집사님 한 분이 단상에 올라 성경 행 2:1~4까지를 봉독했고 찬양대가 찬양을 하니 장목사님이 ‘성령 강림과 우리의 사명’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성령강림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약속대로 이루어진 일에 대하여 말한 후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더 많은 사람을 전도했다고 설교했다. 헌금은 하되 헌금기도는 하지 않는다.
나는 인사말을 생각하고 앉아있었는데 백전도사가 급히 오더니 “목사님, 오늘 각 국에서 다른 선교단체가 다섯이나 되는데 서로 인사말을 하겠다고 나서니 인사는 없는 것으로 한답니다. 그리 아십시오”. 우리 일행은 인사도 특송도 하지 못했다.
예배 후 우리 일행은 봉수교회당 앞에서 봉수교회 원로 이태균 목사님과 담임 장승복 목사, 그리고 찬양대원 등과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올해 76세인 원로목사님이 내 손을 잡으며 “최목사님은 어찌된 일로 3년 전보다 더 젊어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공과 출신이요. 그래서 봉수교회는 다 내가 설계한대로 지었고 14년 동안 담임목사 일하다가 은퇴했소" “아, 그렇습니까?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네요.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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