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종교체험, 사찰은 있고 교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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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종교체험, 사찰은 있고 교회는 없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7.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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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정부 지원 논란과 기독교적 대안

불교 대다수의 사찰에서 실시하고 있는 템플스테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공적 예산을 특정 종교의 포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주장이다. 이에 템플스테이는 무엇이며 정부는 왜 지원하고 있는지, 기독교계가 반발하는 이유와 대안 등을 집어봤다.

# 템플스테이란?

바쁜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분초를 다투며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스님, 산 속에서의 삶과 생활은 이색적인 경험일 수밖에 없다. 불교의 템플스테이는 이 같은 현대인의 필요를 공략해 정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는 불교의 템플스테이가 종교체험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주로 산에 있는 사찰에서 주말을 이용해 운영하고 있는 산사 체험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1박2일 성인 한 사람 기준으로 3만원에서 5만원. 여기에는 사찰에서 대여하는 옷과 잠자리, 식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주말을 보내는 비용으로는 저렴한 셈.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은 이틀 동안 사찰 음식, 예불, 참선, 선체조 등을 통해 불교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휴식형, 불교문화체험형, 생태체험형, 전통문화체험형, 수행형 등 그 형태도 점차 세분화, 다양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직자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특성화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지원금이 늘어나면서 운영 사찰도 크게 늘어 2004년 36개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2009년에는 109개다. 불과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단체나 기업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도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참여도 늘어나면서 조계사, 봉은사 등 6개 주요 사찰은 영어통역이 상주하면서 새로운 관광 상품화도 노리고 있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많은 직장인들이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고 있다.

# 정부지원과 기독교의 반발

단순한 종교 체험 프로그램에 불과한 템플스테이에 정부는 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템플스테이가 정부 지원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2년 월드컵이다.

템플스테이 관련 자료집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전통사찰을 개방함으로써 외국인이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주요 외신들의 호평과 함께 큰 호응을 받았다.

이후 템플스테이는 2004년 정부로부터 국고와 관광기금을 포함해 18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25억, 2006년 35억을 각각 지원받았다. 그러나 2007년 이후부터는 150억 이상으로 대폭 증액됐다. 2008년에는 150억,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85억을 지원받았다. 내용을 보면 국제 템플스테이 건립지원, 권역별 거점 템플스테이 센터, 국내외 박람회 개최와 홍보 비용 등이 예산 증액을 이끌었다.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에 대해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는 “템플스테이는 불교의 대중화라는 불교의 목적과 관광문화의 육성이라는 정부의 시책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정부가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불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특정 종교를 위한 편향적인 지원”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템플스테이는 관광 목적으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포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타종교인도 예불의식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또 불교문화를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포교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실제로 얼마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장로회총연합회, 한국교회언론회 등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들은 “정부가 템플스테이에 최근 6년간 563억 원을 지원했다”며 “정부는 불교계에 지원된 재정에 대하여 국민 앞에 의혹이 없도록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템플스테이 즉 사찰 체험은 그 명목이 외국관광객유치를 표방하고 있는데 순수한 외국관광객이 몇 명이나 참석 했는가”라고 반문하고 “결국 정부가 내국인 사찰체험에 국민혈세를 사용한 결과가 되어 불교 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기독교의 대안은 없나?

그렇다면 기독교에는 불교의 템플스테이와 같은 신앙적 체험과 삶을 연결한 프로그램이 없을까.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가나안농군학교가 그것이다. 1962년 고 김용기 장로가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한 가나안농군학교는 70년대 새마을운동의 태동을 이끌며 농촌 생활 계몽활동, 정신개혁 등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근로, 봉사, 희생을 교육이념으로 하는 가나안농군학교는 정신교육과 공동체 교육 등을 통해 전인적인 지도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특히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했지만 타종교를 비롯한 일반인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왠만한 국내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으며,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그러나 교회는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1965년 대천덕 신부와 가족, 항동교회 신자들이 강원도 산골짜기에 설립한 예수원 공동체도 있다. 예수원은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는 표어 아래 하루 세 차례 예배와 노동, 침묵기도를 통해 수도원의 삶을 체험한다. 이른바 '관상기도'라고 불리는 묵상, 침묵 기도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성찰하고 삶을 재조명하고 하나님과의 친밀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관상기도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예수원은 기독교인들의 영성훈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비신자들의 참여가 어렵다. 이 외에도 많은 기도원, 수양관 등에서 영성훈련 프로그램이나 집회를 실시하고 있지만 비신자들의 참여는 거의 없다. 오래전부터 템플스테이와 유사한 문화체험 프로그램 모델을 가지고 있었지만 활성화 시키지 못한 것이다.

기도원이나 수양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폐쇄적이고 획일적이다. 비기독교인들이 찾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 한성교회 김승호 목사는 “기도원이나 수양관은 각종 성령은사집회 중심의 획일적인 운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기존 교인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비교인들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지 않으며 비교인들 중에서도 환자나 문제 가운데 있는 소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목사는 “교회는 다양한 교회문화를 개발해야 한다”며 “기도원은 천편일률적인 집회중심의 모임에서 벗어나 농어촌 체험 프로그램, 생태환경교육현장 프로그램, 혹은 알콜 중독자들을 위한 요양 프로그램 등 비교인들도 거부감 없이 참여할 수 있고 일반생활과 연결되며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계 연합기관 차원에서의 대응도 요구되고 있다. 불교의 템플스테이가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원화된 창구를 통한 지원 요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불교에 대한 정부지원의 비판을 넘어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교회문화를 바탕으로 한 수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독교 문화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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