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 우선 사람을 감동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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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 우선 사람을 감동시켜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07.0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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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지역사회와 만나다

교회는 지역과 ‘소통하는 공간’
공간 활용하는 창조적 모색 필요

“우리는 교회 건축을 교회적 건축으로 착각하고 있다. 교회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면, 교회 건축은 근본적으로 신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아니라, 우리 인간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웃을 향해 열려있는 건축이며 윤리적 건축이요 좋은 건축입니다.”

경기도 안산의 00교회. 성전 건축을 시작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00교회는 외부적으로 평판이 좋은 교회. 하지만 막상 교회 건축을 시작하려니 주민들은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반대가 만만찮다.

건축법상 문제는 없었지만 주민들의 마음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수막이 내걸렸다. ‘00교회 건축 결사반대’. 이보다 더 확실한 의사 표현이 있을까.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더 거세진다. ‘멀쩡한 교회 왜 허무나’, ‘돈 많다고 자랑하냐?’ 등 온갖 비아냥거리는 문구들로 도배됐다. 예배 시간이 되면 꽹과리를 두드리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더 높인다.

00교회는 그동안 사용하던 예배당을 허물고 새로 건축을 시작했다. 교회가 낡은데다 늘어나는 교인들을 수용하고, 더 원활한 교회교육과 부서별 활동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필요에 의한 적절한 교회 건축이지만 지역의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아름다우면서도 지역에 열려있는 교회인 일본의 하라주쿠교회.
교회 건축, 쉽게 할 순 없을까. 아니,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을까. 교회들의 고민이 이만저만한 때가 아닌 이때 문화선교연구원과 총회문화법인이 교회 건축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어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교회 건축과 공간 활용의 창조적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우리가, 교회가 가졌던 건축에 대한 개념은 ‘하나님을 위한 성전을 짓는다’는 것. 하지만 건축가이면서 이로재 대표인 승효상 씨는 이런 개념을 뒤집었다. “교회 건축은 인간을 감동시키는 건축이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아니라 우리 인간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만유의 주재이시며 무소부재하신 하나님께서 교회에만 계실 리가 없을 것이다. 하나님이 높은 곳에 계시다거나 성소라는 곳에 머무신다거나, 제단 위에 계신다거나 하는 추측은 교회 건축을 원시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한 승 대표는 “교회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면 교회 건축은 근본적으로 신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아니라, 우리 인간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선하게 하고 우리들을 연대하게 하고 이웃에 열려있는 건축이며 윤리적 건축인 동시에 좋은 건축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파격적이고 교회 건축에 대한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이지만 이런 교회 건축의 양식은 여러 교회에서 발견된다. 우선 천안 하늘샘교회. 체육관 교회를 지었다. 겉모양은 노아의 방주를 닮았고 건물 내부를 체육관으로 활용해 지역 주민 누구나 교회에서 운동할 수 있게 했다. 담임 이성수 목사는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로 이같은 교회를 건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수유리교회는 교회 건물은 없지만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대표적인 교회다. 전철역 앞 건물에 위치한 수유리교회는 완벽한 음향시스템을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본당을 외부인에게 내 준 것이다. 농아인 전문 수화공연단이 공연을 하는가 하면, 유치원의 학예회는 물론 근처 직장 신우회 회원들의 예배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교회들의 특징은 ‘지역에서 환영받는 교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이런 측면에서 승효상 대표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으리으리한 규모에 화려한 색채와 문양으로 장식된 건축이 좋은 건축이 되기는 참 어렵다”고 보았다. 그리고 “교회 건축은 뾰족탑에 네온의 십자가에 붉은 벽돌이면 더 좋고 굳은 철문과 높은 담장으로 이웃에 닫혀 있는 모습”이라며 교회의 건축 흐름을 꼬집었다.

하지만 승 대표는 “이런 건축이 교회일지는 몰라도 ‘교회적’이지는 않다”면서 “우리는 ‘교회 건축’을 ‘교회적 건축’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또한 “다원적 민주주의 시대의 교회는 봉건시대에 세웠던 종교 권력자 중심의 교회와 구별돼야 한다”며 “선택된 자들이어서 우리만 구원받는다는 모습으로 벽을 쌓고 대문을 둘러 단절된 형태를 갖는 교회는, 정통적 교회의 역사 위에 서 있기 힘들 것”이라며 교회 건축에 대한 인식 변화와 다양한 시각의 접근을 주문했다.

미사리 카페촌에 위치한 하남 영락교회를 담임하는 한규영 목사도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 건축이 돼야 한다”며 한강변에 위치한 아름답고 낭만적인 장소적 특성을 살린 교회를 건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교회 건축은 목회의 비전이 담기고 그 교회가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는 메시지가 됐다. 주변과의 조화와 미적 가치도 함께 담아내야 하고 그야말로 지역을 품는 좋은 건축이 돼야 한다.

승효상 대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좋은 교회 건축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건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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