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감성 적시는 '연탄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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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감성 적시는 '연탄길 사랑'
  • 승인 2002.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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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이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묶은 연탄길1.2(삼진기획/이철환 글·그림). 이철환씨가 노량진 학원가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7년 동안 학생들에게 들은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한땀 한땀 엮어 조심스럽게 내어놓았다. ‘연탄길’의 성공에는 모 방송사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는 하지만 홍보탓으로 돌리기에는 책 곳곳에 숨어있는 감동과 재미, 교훈이 너무 크다.

‘연탄길 1.2’는 한마디로 이철환씨 기도의 결실이다. 인간의 사랑만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편협한 생각으로 ‘연탄길’을 집필하던 그에게 육체적인 어려움이 엄습했다.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그는 결국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어두운 방에서 자신과 외로운 사투를 벌이던 중 하나님의 필요성을 뼛속 깊히 느끼게 된다. 결국 지속적인 기도를 통해 건강도 회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연탄길’을 선보일 수 있었다우선 연탄길에는 따뜻한 인정이 있다.

하얀눈이 소복히 내린 산동네의 아침. 저마다 연탄재를 손에 든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섰다. 가파른 골목길에 연탄재를 뿌리며 산동네 사람들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을 확인한다. 또 돈이 없어 동생만 자장면을 먹이는 누나를 위해 주인집 아주머니는 돌아가신 어머니친구를 자청하며 후한 인심을 나눠준다.
느낄 수 없고 볼 수 없다고 사랑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 이철환씨의 속내다. 그래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이곳저곳 구석진 곳을 돌며 카메라에 담아 그림으로 표현하고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연탄길에는 무관심과 부정을 꼬집는 날카로움도 있다. 가출한 태수가 어머니의 입원소식에 병원으로 향하지만 결국 병문안도 못한 채 애꿎은 여인의 돈만을 소매치기한 채 다시 잠적한다. 그러나 태수가 소매치기한 돈이 어머니의 수술비였고 결국 어머니는 세상을 뜨고 만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따끔한 충고다.
연탄길에는 희망도 있다. 행상을 하는 어머니, 장애인이 형의 도움으로 일류대에 합격하여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는 종현이, 어머니와 자신의 신장을 나누며 부모의 은혜를 갚는 아들, 한쪽 눈이 기형인 아들을 위해 한쪽 눈으로 세상을 살며 각막이식을 꿈꾸는 어머니 모습을 통해 인생을 쉽게 포기해서 안된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 뿌려진 연탄길의 사랑. 낮은 곳에 있는 자를 돌보며 따뜻한 사랑을 베푸시는 예수님을 그리며 도심 곳곳에 피어날 연탄길의 사랑을 기대해 본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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