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간직한 일흔 넷, 상호 할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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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간직한 일흔 넷, 상호 할아버지 이야기
  • 현승미 기자
  • 승인 2010.02.24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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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한 울릉인’으로 재탄생, 25일 개봉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아침 울릉도 도동공원과 도동항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상호 집사(도동 제일교회).

울릉도에서 태어나 74년째 오징어, 호박엿과 함께 울릉도 3대 명물로 꼽히고 있는 그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노래가 흐르면 춤을 추고 힘이 들면 잠시 앉아 쉬어가며, 누구보다 즐겁고 부지런하게 하루하루 삶을 채워가는 성실한 상호 할아버지. 시킨 사람도 보수도 없지만 365일 도동공원에서 열심히 휴지를 줍고 청소하는 그는 식사 한 끼, 물 한잔 마실 때도 감사의 기도를 잊지 않는 신실한 주님의 사람이기도 하다.이 집사는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어김없이 도동 제일교회 예배당 다섯 번째 줄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 글을 읽고 쓰지는 못하지만, 교회에 갈 시간이면 늘 성경책과 찬송가가 담긴 가방을 챙긴다. 벌써 30년 넘게 다니며, 웬만한 성경말씀, 찬송가는 머릿속에 외워뒀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찬양은 ‘참 아름다워라’. 종종 담임목사는 이 집사를 위한 특별찬양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어눌한 목소리에 박자도 엉망이지만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은 그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변변한 벌이도 없지만 매주 헌금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5천원, 기분이 좋거나 감사할 일이 있으면 만원을 하기도 한다.

매년 연말이 되면 불우한 이웃을 도와달라고 교회에 쌀을 한 포대씩 보내기도 한다.
그는 평생 살아오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담 주는 일 없이 스스로 노동을 하여 돈을 벌며 살아왔다. 아니 오히려 틈만 나면 살인미소를 날려주고, 노래만 나오면 한바탕 멋진 춤을 선보이는 이 집사 덕분에 울릉도 사람들은 웃을 수 있었다. 매년 5월 열리는 울릉도민 체육대회에서는 비록 혼자 뛰는 달리기지만, 계주선수로 나가 금메달을 받고 행복해하며 많은 이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기도 한다.

74세의 나이에도 집을 사고 부인을 얻어 장가를 가는 ‘꿈’을 간직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상호 집사. 이제 그의 이야기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전국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해 TV를 통해 이 집사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냈던 MBC팀이 영화 ‘행복한 울릉인’으로 재탄생시켜 지난 25일부터 허리우드 클래식 시네마, 홍대 상상마당, 롯데시네마 건대점 등 7개 극장에서 개봉됐다. 한편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어린덕만 역을 했던 ‘남지현’ 양이 발랄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맡아 이상호 집사의 감동적인 삶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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