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81) 균형잡힌 복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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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81) 균형잡힌 복음서
  • 승인 2006.04.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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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누가복음은 신약성경 중 가장 긴 책으로서(1,149절) 마가, 마태복음에 없는 독특한 자료(564절)가 전체의 약 50%가 될 만큼 매우 풍성하다. 이 독특한 자료는 탄생기사(눅 1-2장)와 여행기사(눅 9:51-19:27)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여행기사 중 약 80%가 주로 재물, 빈부, 구제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관심을 가난한 자를 복음의 우선적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주님의 취임설교(눅 4:18-19)와 결부시키면서, 누가복음을 흔히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the Gospel for the Poor)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한 편으로 다른 복음서들보다 두드러진 여성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배려로 인하여 ‘여인들을 위한 복음’(the Gospel for Wome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상 여성들이 1세기에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소외된 그룹에 속하였으므로, ‘가난한 자’를 멸시받던 사람들의 총칭으로 간주할 때 넓은 의미에서 여자들 또한 가난한 자의 범주 속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복음을 가난한 자들만을 위한 복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명백한 오해이다. 만일 누가복음이 가난한 자들만을 편애하는 복음서라면, 복음 진리의 보편성의 견지에서 이미 복음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누가복음에 부유한 자들에 대한 비판이 타 복음서들보다 휠씬 더 신랄하게 묘사된 것은 사실이다(마리아 찬가 중, 눅 1:51-53; 평지 설교 중 사복[四福] 대조되어 등장하는 사화[四禍], 눅 6:24-26).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그대로 저주가 되어 부자들을 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비행 및 허물을 경고하여 참 구원의 자리로 이끌기 위한 목회적 권면으로 이해해야 옳을 것이다. 이러한 부자들을 위한 경고 및 격려의 메시지는, 재산을 팔아 구제하라는 주님의 분부를 듣고 현장을 떠나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 <부자 관원 기사>(눅 18:18-30)와 부자로서 손안의 재물을 기꺼이 내려놓음으로써 주님으로부터 구원을 선사 받은 누가복음만의 독특한 자료인 <삭개오 기사>(눅 19:1-10)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는 누가복음이 가난한 자들만의 복음이 아니라 또한 부자들을 위한 복음이기도 하며, 결과적으로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복음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특징 외에 누가복음은 또한 영적인 특징을 담고 있는 신령한 책이다. 누가복음에서 주님은 타 복음서에서 보다 더욱 자주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신다. 모두 9번 주님이 기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마디로 주님은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기도에 대한 강조와 병행하여 성령에 대한 강조 또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특징이다. 모태에서부터 성령으로 충만하셨던(눅 1:35) 주님은 세례 받을 때 성령의 충만을 입으신 후(눅 3:22) 성령의 권능으로 갈릴리에 돌아와 메시야 사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셨다(4:1, 11; 10:21).

성령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속편 사도행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누가복음은 가난한 자와 여인들을 위한 복음으로서 수평적 대인(對人)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기도와 성령을 또한 강조함으로써 수직적 대신(對神) 관계를 중시하는, 매우 균형 잡힌 복음서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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