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신약읽기(15)
상태바
김경진의 신약읽기(15)
  • 승인 2005.01.13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귀는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영역에서 주님을 유혹했다. 육체적 필요(돌을 떡으로 만들라), 소유와 권력(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 교만(엎드려 경배하라).

이 세 가지 시험거리는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받았던 시험과도 흡사하게 연결된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창 3:6a). 그렇다면 주님이 받으신 시험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류의 초창기부터 있어왔던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있게 될 매우 고질적(痼疾的)이고 만성적(慢性的)인 문제임을 알게 된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주님이 받은 세 가지 시험은 아담과 하와가 일찍이 실패한 것을 회복시켜 놓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아담이 실패한 그 시험에서 승리함으로써 첫 사람 아담의 죄를 처리하시고 인류에게 새 생명의 소망을 가져다주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십자가에서의 승리를 내다보게끔 하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즉, 십자가에서의 승리는 결정적 승리지만, 그 승리는 이미 주님의 시험에서 예견된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세 가지 시험은 후에 사도 요한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도록 분부하면서 제시한 세 종류의 시험과도 유사하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요일 2:16). 여기서 정욕은 욕망(lust), 또는 동경(longing)에 해당하고, 자랑은 교만(pride)을 뜻하며, 이생은 삶(life)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쉽게 풀이하면, ‘육체의 욕망, 눈의 욕망, 삶의 교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주님이 세 종류의 시험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인류가 당면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직면하게 될 항존적인 문제에 승리함으로써, 인류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맥락에서 히브리서 기자는 주님의 시험 받으심을 언급하면서, 주님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으므로 우리의 연약함을 함께 느끼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씀한 것이다(히 4:15-16).


예수님이 언제 시험 받으셨는지를 아는 것도 유익하다. 그것은 그가 성전에 있거나 세례 받을 때가 아니라 광야에 홀로 있을 때, 그것도 사십 일 동안 굶주렸을 때였다. 마귀는 우리가 영적·육적으로 약할 때 우리를 공격한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실연 당했을 때, 또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불안정할 때, 즉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때를 노려 마귀는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또한 마귀는 우리가 교만할 때, 우리를 시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때나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 점을 역으로 말한다면, 우리가 성령 충만하여 영적으로 무장되어 있을 때 마귀는 결코 우리를 공격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마귀를 이길 수 있는 방법, 혹은 최소한 마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늘 성령으로 충만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리라(엡 5:18).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