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신약 읽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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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신약 읽기(11)
  • 승인 2005.01.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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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진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마태복음 3장부터는 예수님의 행적을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는 마가복음의 순서를 따라 진행된다. 그러면서 누가복음과 겹치는 부분이 나타나는데, 이는 주님의 말씀으로써 흔히 ‘어록 자료’, ‘어록집’이라고 부른다. 3:7~10까지가 바로 이 어록 자료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복음서는 모두 예수님의 공적 사역이 시작되기 전에 세례 요한이 그에 앞서 등장해 활동한 사실을 증거한다. 세례 요한은 특히 회개의 세례를 강조하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돌이킴으로써 주님의 메시아 사역을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례 요한을 소개함에 있어서 마태는 “주의 길을 예비하며, 그의 첩경을 평탄케 하는 자”로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세례 요한의 사역이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의 성취라는 것은 마가복음에도 등장하지만(막 1:2-3), 마태복음에서 그 의미는 더욱 돋보인다.


그 이유는 회당 유대교와의 대립 상태에서 주님의 선구자인 세례 요한의 등장과 사역을 유대인들의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예언의 성취로 기술,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사역이 바로 유대인들의 성경의 예언의 성취임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언의 성취는 대외적으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인정하기를 거절하는 회당에 속하는 불신 유대인들을 설득하며,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마태공동체 내의 유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큰 확신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례 요한의 종말론적 심판 메시지(마 3:7~10)의 대상에 대한 소개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 누가는 그 대상을 단순히 “무리”라고 말하고 있는데 반해(눅 3:7~9), 마태는 이를 당시 유대 사회를 쥐락펴락했던 유력한 두 종파에 속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수세(受洗) 사건을 소개하면서(마 3:13~17) 주님과 세례 요한과의 대화를 함께 전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대화의 내용은 오히려 요한이 주님에게서 세례를 받아야 할 것이나, 주님이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음으로써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의(義, 디카이오쉬네)는 마태복음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는 주제어로, 하나님이 세우실 포괄적인 구원 질서를 뜻한다(사 8:5~6; 렘 23:5~6; 33:15~16).


또한 이 의는 동시에 구원 질서에 대응하는 인간의 태도를 가리킨다(마 5:6, 20, 6:1, 33). 이런 맥락에서 주님이 받는 세례는 다가올 하나님의 통치 앞에 전적으로 굴복해 하나님의 뜻을 완전히 이루는 삶의 시작을 의미하는 사건이다. 특히 이 의를 언급하는 3:15이 마태복음에서 주님의 첫 번째 말씀으로 등장하고, 아울러 주님과 세례 요한의 대화가 오직 마태복음에만 나온다는 것은 이 사건이 갖는 의미를 더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3:2의 세례 요한의 설교가 주님의 첫번째 설교(4:17)와 일치한다는 것은 선구자와 메시아 사역의 연속성을 보고, 주님의 교훈과 사역의 핵심이 하나님의 나라임을 서두에서부터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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