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교수<연세대 연합신대 구약학>
이상적인 통치자로서의 사사와 그렇지 않은 경우와 이상적인 지파인 유다-베냐민 지파와 나머지 지파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다. 사사들 가운데 3:7~8장까지 등장하는 다섯 명의 사사 가운데 삼갈을 제외한 옷니엘, 에훗, 드보라 그리고 기드온의 경우 그들이 외세를 몰아낸 후 40년 (옷니엘, 드보라, 기드온) 혹은 80년 간(에훗) 평화의 기간을 누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사사기 10:2~16장에 기록된 사사들의 활동 연한은 실질적인 통치 기간을 표시하고 있다. 돌라 23년, 야일 22년, 입다 6년, 입산 7년, 엘론 10년, 압돈 8년, 삼손 20년 등이다. 따라서 신명기 역사가는 사사를 배열할 때도 옷니엘, 에훗, 드보라 그리고 기드온과 같은 이상적인 사사의 모습과 10:2절의 돌라 이후에 등장하는 7명의 사사들은 실제 통치 기간과 사사로 있었다는 간략한 기록만 등장한다.
이러한 사사기 배열 구조의 이중성은 12명의 사사를 배열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12명의 지파 가운데 옷니엘은 유다지파, 에훗은 베냐민지파, 삼갈은 지파를 알 수 없고, 드보라는 에브라임지파, 기드온은 므낫세지파, 돌라는 잇사갈지파, 야일은 므낫세 반지파의 길르앗 출신, 입다는 므낫세지파, 입산은 베들레헴 출신이고, 엘론 역시 스블론지파, 압돈은 에브라임지파, 그리고 삼손은 단지파 등이다. 이 지파를 배열하는 과정에서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의 순서로 기록되었고, 그 후에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파가 기록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사기에서 사사를 배열하는데 있어서도 남쪽 유다-베냐민 지파와 에브라임-므낫세 중심의 북쪽 지파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신명기 사가는 남북왕국의 분열이라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남 유다지파 중심적인 역사이해를 보여준다.
사사 가운데 출신 지파가 가장 문제되는 사사는 베들레헴 출신의 입산이다(삿 12:8-10). 여호수아 19:15절에 의하면 베들레헴은 스블론 지파에 속한다. 많은 학자들은 입산의 출신지 베들레헴을 스블론 지파의 베들레헴으로 나사렛에서 북서쪽으로 10km쯤 떨어진 곳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을 가능케 하는 것은 히브리어 성경에서 일반적으로 유다지파의 베들레헴은 ‘베이트-레헴’으로 기록하는 반면(룻 1:1, 삿 19:2 등), 스블론 지파의 베들레헴에 대해서는 ‘베이트-라헴’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사사기 19:2절의 “유다 베들레헴”에 대해서 기록할 때 ‘베이트-레헴 예후다’라고 기록하여 스블론 지파의 베들레헴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사기에서 ‘베이트-라헴’은 스블론 지파의 영토이고, ‘베이트-레헴’은 유다지파의 영토라고 볼 수 있다.
사사기는 사사들의 행적을 배열하는데 있어서 유다와 베냐민 지파의 사사인 옷니엘과 예훗에 관하여 기록한 다음 그 후에 에브라임 지파의 드보라를 시작으로 북쪽 지파 출신의 사사들을 배열하였다. 이러한 배열을 통하여 남 유다 중심적인 사관을 엿볼 수 있으며, 이러한 사관은 여호수아서나 사무엘, 열왕기서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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