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은 인생에 던지는 ‘꿈’과 ‘희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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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인생에 던지는 ‘꿈’과 ‘희망’의 이야기
  • 현승미
  • 승인 2009.09.1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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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첫 소설집 ‘눈물은 힘이 세다’ 펴낸 이 철 환 집사

선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 360만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집사가 최근 첫 장편소설 ‘눈물은 힘이 세다’(도서출판 해냄)를 펴냈다.

주변 사람들의 아프고 힘든 모습들을 글로 형상화하면서 인간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워왔던 이철환집사. 그가 이번에는 삶의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 소설이라는 허구를 가미한 장르를 선택한 것이다.

“풍자와 해학과 사유와 철학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소설일 테고, 삶의 근간이 되는 인간의 욕망과 절망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그릇 또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풍요 속에서도 골짜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절망은 이전보다 더 깊어졌지요. 사람들 간의 불신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이전보다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세상은 자본의 논리로 인간을 바라보고 저 또한 이러한 가치의식 속에서 어느 정도 매몰된 채 살아가고 있지만 이것에 대한 마땅한 반성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소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눈물은 힘이 세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꿈을 이루어가는 주인공 유진을 통해 삶의 기쁨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이철환작가는 한 인물의 생을 가로지르는 스토리텔링에 역점을 두며 연속된 고난을 헤치고 나가는 주인공의 잡초 같은 모습을 치열하게 그려냈다.

가난의 끝에서 알콜 중독으로 자신을 놓아버린 아버지와 가장의 무력함에도 큰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어머니가 주인공이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질곡이라면, 힘들 때마다 삶의 지혜를곱씹어주고 하모니카 연주로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눈먼 아저씨와 몽당 크레파스조차 준비하지 못한 주인공에게 곱게 쓰던 자기 것을 건네는 가슴속의 꿈같은 존재 ‘라라’는 인생에서 꼭 이루어야 할 목표를 잊지 않게 도와주는 매개체이다.

주인공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라라’를 되새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는 열등감을 느끼고 이는 오히려 주인공을 단련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눈먼 아저씨의 ‘아픔도 힘이 된다’는 삶의 역설적 진실과 함께 자극제가 되어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해 변질되어 가는 가슴속 꿈들을 돌이켜보게 하고 세상의 어떤 삶이든 긍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제가 쓰는 글의 주제를 ‘가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가난’이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들’입니다. 제가 쓰는 글 속엔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나옵니다. 가난하든 부자든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을 것이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 속에 드라마와 감동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글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삶의 기쁨’입니다. 기쁨으로 기쁨을 말하지 않고, 슬픔으로 기쁨을 말하는 거지요. 그게 더 감동적이거든요. 기쁨은 슬픔을 통해 공감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는 또한 이번 소설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앞만 보며 정신없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애틋한 첫사랑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도 선사한다. 앞을 볼 수 없는 시인 아저씨의 언어를 통해서는 삶과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아내려 했다. 그의 소설에는 인간을 절망으로 몰고 가는 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있다.

“저는 이번 소설을 통해서 상처받은 인생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삶의 기쁨과 가족의 소중함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이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사나운 세계와 맞서 싸우며 살아가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꿈을 꾸는 이들에게 꿈을 놓쳐버린 이들에게 그리고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 소설이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그 절망 속에서 만나는 희망, 아픔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눈물을 통해 다시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고, 거기에서 기인해 이 작품의 제목 ‘눈물은 힘이 세다’가 탄생됐다.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아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생의 아픔은 추상의 문제도, 관념이나 선택의 문제도 아닙니다.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맞닥뜨려야 할 인생의 질서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픔은 아픔으로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픔은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겸손과 진실을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아픔이 밥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눈물의 힘을 믿는 것은 삶을 긍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은 눈물의 힘으로 깊어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눈물은 힘이 센 것이지요.”

실제로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고 현실에 더욱 가깝게 그려내기 위해 그는 열흘 가까이 명동성당 앞에서 껌 통을 앞에 두고 엎드려 있기도 했다.

그가 소설 속에 예수님의 분신으로 설정한 앞 못 보는 아저씨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기 위해서였다.

“책상 앞에서는 도무지 그의 대사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의 절망을 도둑질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루만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럴 수 없었지요. 그나마도 다른 이들의 텃세가 심해 주로 비 오는 날 나갔습니다. 어느 날 껌 통을 앞에 두고 비를 맞으며 땅바닥에 엎드려 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불현듯 제가 예수님처럼 생각했던 앞 못 보는 아저씨의 삶이 너무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삶이 고단하고 서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비 내리는 계단에서 몸을 들썩이고 울고 있을 때, 그를 위해 우산을 받쳐주고 간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을 끝내 볼 수 없었다는 이철환집사.

비 오던 그 날 아무리 힘들어도 생을 긍정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는 그는 앞으로 또 한편의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고 감동이 있는 한 편의 마당극 같은 소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희망을 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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