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라 살리는 길은 '오직 절약'
상태바
교회나라 살리는 길은 '오직 절약'
  • 승인 2002.01.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촌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비롯한 온 성도들이 근검절약을 실천해 아담한 교회를 건축한 교회가 있어 호화스러워지는 도시 교회와 열악한 형편만 원망하는 농촌교회의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오장면 농촌에 자리잡은 창내교회(구락서목사)는 교회들이 흔하게 취급하는 헌금봉투를 재활용해서 사용한다. 한번 사용한 헌금봉투를 칼로 뒤집어서 풀칠하여 또다시 사용하는 것.

또한 다른 교회 기관에서 쓰다가 버리려고 하는 헌금봉투를 가져다가 십일조, 감사 등 도장을 찍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헌금봉투는 한 예일뿐 이면지 사용과 부탄가스 재활용 들 창내교회의 근검절약은 생활 그 자체이다. 96년 건축한 교회와 사택은 나무를 사용하여 연료를 충당한다. 기름보일러 겸용이지만 기름을 사용하면 한달에 4백만원 가량 소요되기에 건물 짓는 곳을 다니며 폐자재를 가져다가 담임목사 내외가 직접 밤 9시와 새벽 2시에 일어나 나무를 지피고 있다.
담임목사 내외의 부지런함 덕에 창고에는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양의 나무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교회건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온 성도들의 이같은 근검절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90년도에 창내교회에 부임한 구락서목사는 처음엔 기존 건물을 보수하여 사용해 보려고 했다. 그 돈이면 보다 많은 선교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그러나 비가 새고 벌레가 들어오는 등 한 두 곳 손을 보아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새로 건축하기로 결정하여 96년 건축위원회를 조직했다.

부임 이후 꾸준하게 저축한 결과 부채 1천5백만원을 갚고도 돈이 모이기 시작한 데다가 50여명에 이르는 교인들이 헌금함으로써 본당 60평 사택 30평의 아담한 교회를 완성했다. 구락서목사가 이렇게 절약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은 성경말씀 요한복음 6장에 나오는 오병이어 가운데 “모아서 남는 것이 없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른 것이다.
구목사는 총각시절부터 절약의 모습이 삶에 베었었다. 1970년도 결혼할 아내의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는데 3곳이나 꿰멘 구두에다가 와이셔츠는 소매가 닳아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를 보다못한 장인이 돈을 주었으나 구목사는 그 돈 조차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 말았다.
예수 믿는 자체가 좋아 총각 구락서와 결혼을 결심한 아내 백순자사모는 “예수 믿는 사람은 다 이런가 보다”하고 그와 결혼,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결혼 이후 구목사 부부의 삶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삶은 살지 말자”고 하는 인생관으로 30년을 넘게 이어왔다.

담임목사 생일은 물론 부모가 상을 당해도 성도들에게 알리지 않아 오해를 받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나 교인들도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
얼마전엔 큰 아들에 이어 작은 아들도 양가 가족들끼리만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치루어 주위에 있는 가까운 목회자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다.
구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심방을 갈 때도 식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회용 버너를 갖고 다니면서 심방대원들과 라면 또는 매운탕을 끓여먹는 등 보통 교회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생활을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구목사의 근검절약은 자신을 위한 절약이라기 보다는 남을 위한 절약이기에 더욱 빛난다. 직접 봉고차를 몰고 다니며 빈병과 고철, 신문, 폐지를 주워다가 팔아서 모은 돈은 전액 지역의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많은 돈으로 노인들을 섬기고 싶긴 하지만 구목사는 형편이 닿는대로 인근의 노인들을 초청해 가까운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켜주는가 하면 노인들에게 내의 등을 선물함으로써 지역의 ‘작은 성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2남 1녀를 다 성장시키고 여생을 농촌목회에 바칠 것을 다짐하고 있는 구락서목사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온갖 불신 가운데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목사들이 정신적인 지도자가 돼야 한다”면서 “생활속의 근검절약이야말로 침체된 가정과 교회 나아가 국가를 살릴 수 있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석훈부장(shlee@uc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