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과 눈물 담은 ‘타향살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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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눈물 담은 ‘타향살이 이야기’
  • 승인 2001.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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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만여 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 이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들이 수 차례 수 많은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의 인식 수준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선에서 이들을 접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의 책임자들은 아직도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들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대부분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공장 내의 매케한 연기와 먼지 가루에 시달리고 있으며, 게다가 피부색이 가지는 인종적인 편견과 함께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이라는 신분의 제약으로 단 하루도 편안히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에서는 28개 상담소에서 접수된 생생한 인권침해 사례를 모아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된 현실인가를 보여주는 인권백서를 발간했다.
국내에서 처음 책자로 발간한 인권백서는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에 접수된 인권 유린의 사례 1백여 개가 15개의 큰 분류로 해설과 함께 실렸는데 국제결혼한 어느 부부의 애환을 담은 사례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녀의 사례는 이렇게 시작했다. ꡒ결혼 생활 벌써 7년. 그동안 난 무척 힘들게 살아왔다. 물론 힘든 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우리 귀염둥이 딸을 낳았을 때다.
그 아이가 벌써 7살이 되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우리의 국제결혼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게 놀림을 당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놀림을 당하니 학교에 들어가면 어떨까.?ꡓ 자식이 당할 따돌림에 대한 아픈 심경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필리핀 남편을 둔 그녀는 요즘 사는 것이 너무 고민스럽고 힘이 든다. 아이를 데리고 필리핀에 들어가 살 생각도 해 봤지만 무조건 피하면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바꿔 먹었다.

ꡒ사람들의 시선들이 조금만 더 완화되고 따듯해지면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마음이 많이 편해지리라 생각한다. 아빠의 나라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우리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무거운 것 같다. 우리 3세들한테는 가능하게 될지 확실치 않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남편이 아무리 귀화한다 하더라도 한벽한 한국인으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뿌리를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ꡓ며 그녀의 사연은 끝을 맺고 있다.

이같이 내용을 수록한 인권백서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좌절과 눈물을 담아 내고 있다. 김성수 주교(성공회대학교 총장)은 격려의 글을 통해 ꡒ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1백 명에게 물으면 1백 명 모두 ꡐ인격적으로 대해 달라ꡑ는 똑같은 대답을 한다ꡓ며 ꡒ외국인들은 공통적으로 성은 ꡐ야ꡑ이고 이름은 ꡐ임마ꡑ라고 말한다. ꡐ야 임마! 이리와 봐ꡑ. 이렇게 동물들에게도 안 부르는 호칭에 모멸감을 느끼며 마음 속으로 한국민을 한없이 저주고 있다ꡓ며 기독교인들 먼저 이들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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