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고 외로운 사모의 길은 하나님이 주신 숭고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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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고 외로운 사모의 길은 하나님이 주신 숭고한 삶”
  • 이현주
  • 승인 2008.07.0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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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가정 회복 꿈꾸는 전남 영암 시종중앙교회 황경연사모
 

 사모의 길을 걷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전혀 목회와 관련이 없던 남편이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목사가 되었을 때 겪는 아내의 갈등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전라도 시골마을에서 이웃을 섬기며 목회자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시종중앙교회 황경연사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저는 사모가 되기 싫다”며 매일 아침 하나님게 떼쓰듯 매달렸던 그는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남편과 함께 목회의 길을 걷고 있다. 이웃의 독거노인을 보살피며, 깨어진 가정을 회복시키며 기도로, 말씀으로 살아가고 있다. 작은 시골교회의 일상을 ‘남편에게 보내는 아내의 마음편지’라는 제목으로 펴내기도한 황경연사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시종중앙교회는 전남 영암에 위치해 있다. 소안도교회와 완도읍교회를 거쳐 영암으로 건너온 남편 송남용목사의 첫 서약은 남들이 가지 않는 목회지를 찾아다니겠다는 것이었다. 황경연사모 역시 사모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는 아무런 불평 없이 남편을 따랐다. 지금도 그는 매일 인근 노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어려움을 살피고 깨어진 시골 가정을 위해 기도를 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황사모는 정말 처절하게 하나님께 기도했다. 다른 길을 열어 달라고….


황사모가 결혼할 당시 사실 남편은 불교신자였다. 신혼여행도 절을 찾아갈 정도였다. 하지만 믿음이 있었던 아내는 남편을 전도했고 형식적이나마 예배에 참석하도록 이끌었다. 서울에서 소위 잘나가는 직장에 근무하던 남편. 그의 결혼생활에 별반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결혼 5년째 되던 어느 날 남편은 갑자기 신학을 하겠다고 했다.


“그 무렵, 남편은 직장에서 어려운 일을 겪었어요. 힘든 시간 남편은 하나님께 의지했죠. 그런데 기도를 방해하며 남편을 계속 힘든 일로 몰아가는 악한 상황은 계속 됐어요. 남편은 주변 사람들의 권유를 듣고 기도원에 들어가 2개월이나 봉사하며 지냈죠. 그리고는 돌아와 목회자가 되겠다는 거에요.”


남편 송남용목사는 당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회상하며 악한 영의 장난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겠다며 목회자가 되겠다는 선포를 했다. 일방적이었다. 아내의 의견을 듣거나 가족들의 반대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황사모는 시댁과 친정식구를 동원해 반대여론을 조성했지만 남편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당신이 기도로 부르심을 받았다면 나 또한 하나님께 이 일을 말려달라고 기도하리라’ 생각하며 황사모는 1개월 동안 아침금식을 시작했다.


“하나님 제발 남편을 좀 말려주세요. 제가 사모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더 잘 아시잖아요. 저 싫어요. 하나님.”


매일 아침 그는 떼쓰듯 하나님께 매달렸다. 그런데 작정 금식기도 마지막 날 가슴 속에 큰 울림이 있었다. 그것은 그의 기도와는 전혀 다른 응답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사모의 자리가 얼마나 숭고한데 네가 그러느냐?”며 반문하셨다.


세상적인 눈으로 볼 때면 힘들고 어렵기 그지없는 자리인데, 하나님은 숭고한 사모의 길을 걸어가라고 명하셨다. 그 때 황경연사모는 두 손을 들었다. 남편을 말리기는커녕, 그 날 이후 단 한마디의 반대 없이 남편을 따라 목회의 동역자로 살아왔다.


남편 송남용목사가 선택한 첫 사역지는 전남 완도에서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가야하는 소안도라는 섬이었다. 4개월 동안 목회자를 찾지 못해 예배당은 비어 있었다. 산 아래 위치한 작고 예배당은 비가 새는 낡은 곳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 그 곳에서 사모의 길이 시작됐다.


소안도에서의 첫 사역은 교회를 짓는 일. 산 밑에 자리잡은 교회에 노인성도들이 다니기 불편했고 낡은 건물을 유지할 수 없어 예배당 신축을 생각했다. 하지만 시골에서 건축비를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전을 짓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 가장 좋은 땅을 허락하신 하나님은 목사와 성도가 직접 힘을 다해 성전을 지을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소안도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그들이 찾은 2차 사역지는 완도읍교회. 성도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개척을 시작했다. 딸은 피아노를 치고 아들과 사모는 설교를 듣고 주일을 제외한 모든 날들은 가가호호 전도를 하며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 때 황사모에게 바닷가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눈에 들어왔다. 고기를 잡거나 농사를 짓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는 시골마을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 있었다.


가정은 대부분 깨어졌고 남편들은 방탕한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참담한 시골 가정의 모습을 목격한 부부는 이 때부터 가정회복 사역을 중점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무늬만 가족인 부부들이 많았어요.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때리는 것이 일상이었고 아내들도 그런 남편을 포기하고 살았어요. 사랑과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죠. 목사님과 저는 가정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소책자를 발간해 가정에 배부하고 어머니교실도 운영했죠. 그리고 섬마을에 변화가 일어났죠.”


소책자를 접한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교회를 찾았고 마음을 굳게 닫고 있던 아내들은 사모에게 사정을 털어 놓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불교에 빠져있던 부부가 전도되고 가정불화로 위기에 놓였던 부부가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하나님을 만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시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한 가정이 회복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에서 5년. 목회의 결실도 그 만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완도읍교회가 안정되자 남편 송남용목사는 다시 영암의 산골마을을 찾았다. 시골의 상황은 어디나 비슷했다. 젊은이들은 몇 없고 대부분 노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영암에서 개척한 시종중앙교회 역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반찬봉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 황사모의 일상이다.


또 시골마을 교회지만 하나님의 성전답게 건축하는 것도 이들 부부의 몫이다. 바람이 불면 지붕이 삐걱거리고 비가 오면 물이 새는 낡은 성전을 누가 후임으로 와도 편히 사용할 수 있는 하나님의 온전하고 거룩한 집으로 바꾸는 것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각종 책을 집필하는 것도 모두 교회 건축비 마련을 위해서다.


“두렵고 막막했던 시골목회지만 슬픔보다 행복이 더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도시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이 필요하겠지만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시골마을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더욱 절실했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웃들에게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돌아보면 모두 감사한 시간입니다.”


시골목회의 일상을 글로 남기는 황경연사모. 남편 송남용목사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펴낸 수필집 ‘남편에게 보내는 아내의 마음편지’에 이어 사역 중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또다시 책으로 담아내길 소망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활용해 동화로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꿈도 품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시골마을. 그곳에도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는 이들이 분명 살아가고 있다. 화려한 도심의 삶을 버리고 떠난 황경연사모의 지난 시간, 하나님은 참으로 많은 일을 하셨다. 그러나 과거의 시간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 그들에게 머물기 때문이다. 열정이 소진되는 일 없이 시골교회에도 잔잔한 부흥이 일어나길 소망하는 송남용목사와 황경연사모를 통해 하나님의 계획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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