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사장이요? 장애인 섬기라고 하나님이 해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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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사장이요? 장애인 섬기라고 하나님이 해고하셨어요
  • 정재용
  • 승인 2008.02.0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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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데이콤 부사장직 내려놓고 밀알선교단장으로 헌신하는 이 민 우 장로
▲ 자신의 사역이 기도보다 앞서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민우 단장.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다.

잔잔하게 찬양이 흘러나오는 강남구 수서동의 한 카페 - ‘하늘에 심은 꽃’. 밀알선교단의 본부이자 그들이 섬기는 장애인들의 공간이다. 문을 열자 찬양소리와 함께 가득 찬 꽃향기는 들어가는 이로 하여금 평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청하기도 하고, 소파에 기대앉아 책을 보고,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또 꽃에 물을 주며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은 ‘이곳이 천국인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청하던 한 자매가 문소리에 벌떡 일어나 “잠...간...만...요... 단장...님...이 손님 오실...거...라고 했어...요...”라며 단장님을 불렀다.

곧바로 한쪽 방에서 카페 주인장이자 밀알선교단 단장인 이민우 장로(서울남교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평범한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이민우 단장. 그가 장애인을 섬기며 매일 예수님을 만난다고 고백할 것은 ‘하늘에 심은 꽃’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다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얼굴에서 평온함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나를 새롭게 하신 하나님

하지만 그가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되기까지, 예수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내야만했다. LG텔레콤, LG파워콤, LG데이콤, LGCNS 등 LG그룹에서 자금관리부사장을 맡으며 어려운 고비마다 해결사로 인정받던 이민우 단장. 공부로, 사회생활로, 성공을 위해 바빴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예수님을 몰랐으며, 아내를 만나 교회에 나간 이후에도 한 장애청년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삶을 ‘폼 잡는 크리스천’이었다고 고백한다.

“저는 교회에 열심을 내는 아내에게 화를 내며 밥상을 엎고 문을 잠그고 핍박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한 제 삶 가운데 작은 예수님이 찾아오셨어요. 대기업 간부가 봉사도 하면 멋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봉사활동 중에 우연히 장애인을 위한 차량봉사를 했을 때였어요.”

봉사에 대한 갈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기업 간부가 봉사활동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강의를 하던 그는 7년 전 장애인 이훈씨를 만났다. 그를 집에서 교회수련회 출발지까지만 데려다주는 것이 이 단장의 임무였는데 출발지에 도착해서 수련회를 함께 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밀려왔다.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었는데 수련회에 갔다 오겠다고 아내에게 전화로 허락받고는 무작정 따라갔어요. 그곳에서 장애인들을 보고 ‘아! 이들이 작은 예수님이구나’하는 마음의 감동이 있었죠. 하나님께서 그 감동을 주신 이후로 귀한 사역을 계속 할 수 있게 허락하셨습니다.”

현재의 밀알선교단을 만난 이후 2003년부터 밀알이사로 활동하다가 6개월이라는 시간을 고민한 끝에 LG그룹의 부사장 자리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2007년 밀알을 섬기기 시작했다.

“마음의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하지만 기도하는 가족들이 힘이 돼준 덕분에 하나님께서 과감하게 저를 해고시키신 것 같아요. 하하하.”

인정받았던 경영인을 하나님께서 해고시켰다는 그의 재미있는 고백. 이전의 십일조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봉은 하나님 주신 확신을 통한 믿음 없이 결정할 수 없는 일임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그가 내려놓은 만큼 그를 통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일들은 실로 엄청난 것들이었다.

#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만나다

그가 섬기던 27세의 준철이. 재가장애인으로 바깥세상을 볼 수 없었던 그를 밀알로 인도해 섬긴지 1년. “펜을 입에 물고 방송작가를 꿈꾸던 친구였는데… 하나님께서 먼저 데려가셨어요. 이 세상에서 꿈을 꿔본 것만으로도 준철이에게는 아주 큰 축복이었어요. 무엇보다 자신의 입으로 예수님을 구주로 시인했던 마지막 1년의 삶은 예수님께서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으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님께서는 밀알을 통해 귀한 영혼들을 만날 수 있도록 예비하신 것이다.

이민우 단장은 준철이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장애인들이 세상에서 힘들게만 살다가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 너무 억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단 한사람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예수님을 만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이 단장의 마음은 이미 그들을 작은 예수님으로 품고 있었다.

밀알은 화요일에는 수서본부에서 목요일은 종로와 강북지부, 금요일에는 강서지부에서 거동이 불편한 재가장애인들을 예배당으로 데려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하며 구원의 기쁨을 전하는데 힘쓰고 있다. “장애가 심하면 이것저것 준비하고 교회까지 나오는데 3~4시간이 걸리는 친구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을 포기할 수는 없죠. 더 많은 친구들이 예배드릴 수 있도록 차량봉사자들을 많이 보내달라는 것이 항상 가장 큰 기도제목이에요.”

이 단장은 장애인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장애를 재앙으로 여기고 수치와 죄의식에 빠져서 살아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20년이 넘도록 집밖으로 나와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형제들이 결혼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비밀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장애인을 돌보느라 쉼을 얻지 못한 대부분의 가족들은 스트레스와 분노의 악순환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가족들에게 밀알은 휴식을 제공해주고 마음도 열어주려고 해요.”

이 단장이 전하는 밀알선교단의 마음은 장애인들의 가족에게도 전해져 그들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구원의 역사도 일어난다. 하나님께서는 밀알을 그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먹여주고 입혀주는 도구가 아닌 영혼을 구원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계신 것이다.

“친구들을 대할 때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몸이 많이 불편한 친구들이라 여름 수련회에 만났다가 겨울 수련회에는 만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아요. 너무 슬픈 일이지만 그래서 더 간절해요.”

이별하게 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이민우 단장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장애인선교사를 양성하는 것. “너무나 순수한 영혼들이라서 이 땅에 있는 동안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선교사의 비전을 꿈꾸길 기대하며 중국 상해로 선교여행을 갔었죠. 천성적으로 영이 맑아서 그런지 기도의 힘이 대단했어요.”

중국을 품고 예수님을 만나기를 기도했다는 밀알의 지체들. 이 단장은 그들의 기도를 들으며 장애인선교사 파송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 하나님 주신 달란트로 최선을

그의 그런 비전과 계획을 믿고 동역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경영인이었던 그의 추진력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사단법인을 달지 못하고 있던 밀알선교단은 그가 부임한 첫 해 사단법인으로 승격됐다. 또한 불가능할 것 같았던 후원금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선교단이 가지고 있던 부채도 모두 털어버렸다.

“한번은 종교단체에는 기부를 잘 안하기로 유명한 골드만삭스에 도움을 청했는데,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받았어요. 세계적인 기업도 밀알의 지체들이 귀하다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죠.”

예수님께서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신 것처럼 이민우 단장에게도 밀알의 한 사람 한 사람은 정말 소중한 가족이고 친구였다.

또한 이 단장은 밀알의 후원기업을 후원해주는 기부네트워크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밀알을 후원하는 기업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기업과 기업 간의 연계를 도와주고 있는 것.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장애인들의 직업학교와 고용창출에도 힘쓰려는 아이디어와 경영마인드는 이민우 단장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다.

장애인들의 삶 가운데는 기쁨도 많다고 전하는 이민우 단장.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을 어루만지시며 “영미야! 너는 다리가 없어서 더 사랑스럽단다. 형석아! 너는 눈이 안보여서 내가 더 사랑한단다. 지은아! 너는 몸을 가눌 수 없지만 항상 내가 너와 함께 있단다”라고 위로해주신다고 했다.

이 단장의 말처럼 밀알학교는 항상 예수님께 받은 사랑의 간증이 끊이지를 않는다.

조금 있으면 열릴 겨울수련회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밀알선교단. “집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있을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도 마음이 조급해진다”는 이민우 단장은 “많은 사람들이 겨울수련회를 통해 밀알의 지체들과 서로 섬기며 은혜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봉사와 기도로 함께 동역해줄 것을 당부했다.

세상 어떤 이들은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그의 삶. 그에게는 하나님께 조금 더 나아가기 너무 무거워 내려놓은 짐들이었다. “오랜 시간 주님을 외면하며 예수님을 따르는 아내까지도 핍박하던 죄인을 하나님께서 귀한 영혼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게 허락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가벼운 마음으로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더 예수님을 만나길 바라는 이민우 단장은 오늘도 그 영혼들을 위해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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