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부터 중국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중국 장춘음대를 졸업했고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십분 발휘해 중국 장애인 예술단의 일원으로 홍콩, 대만, 북한에서 1천여 회의 공연에 참여하는 등 그녀에게는 음악은 삶의 전부였다. 정상인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늘 소외됐다고 생각하던 그녀에게 예술단 활동은 희망 그 이상의 것이었다. 3살 때 불의의 사고로 3급 장애인이 된 그녀를 힘들게 했던 건 불편한 육체보다 닫힌 마음이었다. 자신이 장애인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소극적이었다. 9번의 수술을 통해 육체적 상태는 많이 호전됐지만 가급적이면 남들 앞에서 자신의 걷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등 완전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열등감의 덫은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장애인이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남다른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고 등소평 주석 앞에서 공연을 하면서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기 마련이라며 당신 아들이 장애인이라고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모자르다고 생각하지는 말라”는 그녀의 생각을 당당하게 이야기했던 일이 있었다. 자신있는 주장으로 상당한 호응과 지원금까지 받기는 했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자격지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신앙으로 거듭나기까지
이렇게 닫혔던 마음들이 열릴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신앙의 힘’이었다. 그녀가 신앙을 접하게 된 것은 지난 93년. 장애인 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보던 한국의 한 교역자를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며 예술단원들을 격려한 교역자의 권유로 교회에 발을 들여놨다. 신앙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교회를 다니면서 장애인으로서 갖고 있던 앙금이 차츰 녹아내리는 듯 편안해졌다. 노래 할 수 있는 즐거움에 마음의 평안을 찾는 행복함에 빠져들면서 하나님은 차츰 그녀의 마음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 목회자를 통해 한국 공연 제의를 받고 무리하게 빚을 내 한국을 방문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단원들은 아직까지 신앙이 미숙해 한국 공연을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 공연을 감행했던 반면 그 교역자는 활발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 20여 회가 넘는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성과라는 생각이었지 수익 등의 부수적인 것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한국 공연의 실패로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귀국한 상황 속에 한씨를 비롯한 예술단원들의 기독교에 대한 반발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녀도 기독교인만 보면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신앙은 급격히 식어버렸다. 그렇게 교회와 담을 쌓은 그녀를 하나님은 그냥 버려 두실리 만무했다. 지금까지 그녀를 후원하고 있는 이호열 목사를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하셨고 복음사역의 옥토인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 지난 95년 한국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이 목사의 도움으로 크고 작은 성회의 찬양집회를 이어가며 차츰 무너졌던 신앙의 탑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
그러던 중 장애인가요제라는 기회가 그녀에게 주어졌다. 2번의 대회에서 각각 입상했지만 가요제를 통해서 얻은 것은 명예가 아닌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 친구들이었다. 입상의 기대효과는 불과 한 달도 지속되지 못했지만 대회를 통해 만난 장애인 친구들은 한 결 같았다. 그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들과 무언가 뜻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장애인예술단이었다. 교도소 위문공연, 노숙자 돕기 거리공연, 무의탁 노인을 위한 경로잔치 등 그녀와 예술단은 사회에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음악을 통해 소망과 행복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공연 때마다 육체적으로는 정상인보다 갑절은 힘이 들지만 우리도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늘 행복해 했다. 이러한 소중한 헌신이 지금의 한경아를 가능케 했는지 모른다. 한경아씨에게 소중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이요 두 번째는 음악이다.‘장애’라는 불완전한 삶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소망을 열어 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준 하나님은 삶의 전부이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준 음악. 음악이 있었기에 그녀가 늘 당당하고 열심일 수 있었다. 이제 그 소중한 선물, 하나님과 음악을 위해 남은 인생을 헌신할 생각이다. ‘예수 믿으세요’를 외치며 거리에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그녀는 찬양집회 때마다 음반을 통해서 하나님을 증거할 것이다. 자신이 받은 값진 축복을 사랑에 굶주린 이웃들을 위해 맘껏 나눠주면서 말이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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