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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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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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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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목사<새안산교회>


어떤 지혜로운 현자가 사람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참 모습이 보이는 것은 함께 기뻐할 때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 혹은 슬픔의 순간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현자는 인간의 속성에 대한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 현자의 충고는 인간에 대한 너무나 정확하고 날카로운 지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희망과 환희의 순간, 우리들은 기쁨에 도취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아쉬울 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럴듯한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누가 정말 보석인지 그 옥석을 가려내기가 참 힘듭니다.

그렇지만 위급한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절박함이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의 적나라한 진면목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 사람의 진면목을 가장 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이란 기본적으로 먹고 자고 쉬는 기본적인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 속에서는 체면이나 겉치레를 차리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을 떠납니다. 미국으로 호주로 유럽으로 드물게는 아프리카로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발을 하게 됩니다. 요번 월드컵 기간에 많은 붉은 악마들이 응원을 갔다고 하는데 그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안전상의 문제와 정신적인 안정감을 위해서 파트너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됩니다.


사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곳이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인데 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런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 배낭여행자들은 함께 여행할 파트너를 애타게 찾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만남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고 우정을 나누는 일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행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면 이렇게 함께 여행을 떠난 이들의 대부분이 여행지에서 서로 헤어져 따로 귀국한다고 합니다. 좋게 헤어져 돌아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친한 친구끼리 여행을 함께 갔다가 싸우고 돌아와 절교를 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하더군요. 언뜻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알 수 있습니다. 함께 하는 여행이란 자신의 것에 대한 많은 양보를 전제합니다. 때로는 자기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소도 가야하고 내키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낯익은 것은 하나도 없는 공간에서 때로는 자기 자신을 뒤로 한 채 상대방을 배려해 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위급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자신만을 챙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해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입니다. 발바닥부터 머리꼭지까지 가릴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여행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그 사람이 보여주는 진면목은 또한 그의 평소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떤 부풀려진 과장도 없는 그 사람의 현주소란 뜻입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과 함께 여행할 때 얼마나 상대방을 배려해 줄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일까요? 나 자신도 챙기기 힘든 절박한 상황에서도 남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험난하고 기나긴 여행에서 우리는 각각 서로를 챙겨주고 돌봐주어야 할 동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극적인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길의 믿음직한 길동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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