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잃었을 때 기적처럼 하나님을 만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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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었을 때 기적처럼 하나님을 만났죠"
  • 이현주
  • 승인 2007.05.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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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가정 색다른 행복<3> 장애 딛고 새 인생 시작한 정필영-이연복집사 가정
 

 조기 퇴직한 남편은 아파트 경비일로, 빠듯한 살림에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자고 마음먹은 아내는 식당일로…, 그렇게 세상의 것을 움켜쥐어야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잃곤 했다. 사는 낙이 없었다. 더 이상 떨어질 나락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쓰러졌다. 정필영-이연복집사 부부(정릉교회)는 남들이 눈물을 쏟아내는 절망의 시간, 하나님을 만났다. 절망의 끝에서 찾은 희망.  그리고 행복을 얻었다.


햇빛이 따사로운 봄날 수유리 4.19묘지공원에서 만난 부부의 모습은 평생 남 좋은 일만 하고 살았을 것 같은 넉넉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걷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는 정필영집사는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다.

50대 중반, 남은 인생이 한창이라고 자신하던 나이에 그가 쓰러졌다. 2005년 2월 설을 며칠 앞두고 지하철역에 서있던 정집사는 현기증을 느끼며 꼬꾸라졌다. 몇 달 전 아내가 운영하던 식당이 부도가 났고 큰 집 한 채를 잃었으며, 막 작은 세간으로 밀려난 터였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왜 막막하지 않았겠어요. 물질도 잃고 건강하던 남편도 누워 꼼짝을 못하게 됐는데….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이 앞섰죠. 그런데 벼랑끝에서 매달릴 곳은 하나님뿐이더라구요. 이만한 것도 하나님 은혜다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3년째 남편을 간병하고 있는 아내 이연복집사는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랐다. 믿음 좋은 남편과 시어머니를 만났지만 그가 교회에 발을 디딘 것은 남편 정씨가 쓰러진 이후다. 물론 시어머니 눈총에 남편과 몇 번 적을 두고 다녔지만 행함이 없는 믿음 그뿐이었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가정도 황폐해진 상황이었어요. 어디 먼 곳에 직장을 찾아 떠나려는 참이었죠. 하나님께선 우리 가정을 사랑하셨나봐요. 몇 번 기회를 주셨는데 돌아오지 않으니까 건강까지 빼앗으셨죠. 경고를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병간호를 하는 아내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딘 건 남편 정필영집사였다. 움직일 수도 없는 몸으로 살면 무얼하냐며 병원 옥상에 올라간 적도 많다. 한 발만 디디면 생사를 가를 수 있었지만 그 때마나 팔순 노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지도 못하고 그냥 살아야 했죠.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는데 밀알을 만나고는 제 삶이 달라졌습니다.”


이들 부부에게 새 삶이 시작된 것은 병원에서 만난 ‘밀알선교단’ 덕분이다. 평생 휠체어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살아온 50대 처녀시인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몸이 불편한 이들을 돌보며 하나님을 전하는 자원봉사자들까지 장애인들의 삶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부부는 직접 목격했다. 그때부터 부부는 행복했다. 서로를 살뜰히 돌보며 건강을 찾는데 온 힘을 다했다.


정집사는 아픈 몸을 움직이며 재활훈련에 매진했고 아내 역시 남편에게 좋다는 운동과 간호를 성심껏 베풀고 있었다. 우측이 마비된 상태였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정집사는 매일 산책을 하고 왼손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 사람 우리 집에 봉사하러 보내주신 사람이에요. 평생 우리 가족을 위해 봉사만 했지 뭐.”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갑다. 아픔이 있었기에 다시 찾은 사랑이었다. 정집사의 말처럼 이연복집사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매일 아침 치매에 걸린 시모를 모시고 동네는 산책하고 오후에는 남편과 공원을 걷는다. 병자를 둘이나 돌보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얼굴에는 웃음만 가득했다.

“너무 좋아요. 시어머니도 아직 누워계시는 정도는 아니니까 제가 돌보는 게 당연하죠. 남편은 말할 것도 없죠. 옛날에는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손에 쥐고 있는 걸 놓치면 모든 걸 잃는 줄 알았죠. 돈이 없으면 못 산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돈도 없고 남편 건강도 안 좋고, 일도 할 수 없는데 행복하네요. 하나님이 다 살길을 예비해주시고, 또 있는 만큼만 쓰면서 사니까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포기하니까 이렇게 좋은 데 몰랐어요. .”


벌이가 없어 정부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행복하단다. 남편의 손발이 되어주어야 하는데도 행복하단다. 이연복집사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이 부부는 심지어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싶어 안달이다.

뒤늦게 하나님말씀에 심취한 이집사는 매주 두 차례 성경공부 모임에 나간다. 남편 정집사는 아내와 달리 학생부 시절 깊은 믿음이 있었다. 교회학교 동기 10명이 목사가 됐으니 당시 학생들의 열정은 대단했던 것 같다. 두 사람에겐 모두 소망이 있다. 남편은 늦게나마 신학을 공부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단다. 매주 목요일마다 참석하는 밀알 모임에서 더 어려운 장애인을 돕는 일도 소망중 하나다.


아내의 욕심은 더 대단하다. “남을 도울 기회를 찾고 있다”는 이집사는 성경공부를 마치면 내년부터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이어 노인복지사 자격증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은사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죠. 저는 잘하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그때 문득 봉사가 사명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남편도 목사님도 동의하셨어요. 섬김의 은사가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하네요. 남편 건강이 조금 더 좋아지고 시어머니도 회복되시면 그 땐 정말 많은 사람을 섬기며 살고 싶어요. 늦게나마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더 이상 잃을 것조차 없는 절박한 삶 속에서 기적이 되어 나타나신 하나님. 이 소박한 부부는 하나님께 ‘기쁨과 감사’를 얻었다. 더 이상 무슨 축복이 있을까. 남들이 절망하는 시간, 하나님의 손을 잡은 정필영-이연복집사의 얼굴은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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