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함으로 이웃 섬기는 ‘이수중앙교회’
상태바
말보다 행함으로 이웃 섬기는 ‘이수중앙교회’
  • 이현주
  • 승인 2007.04.11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회는 시대의 선구자 “세상 향해 바른 모습 드러내야”
 

10년째 아무 조건없이 중국에 한족교회 한 개씩 건축... 목회자 신장기증도 화제

새성전 세우면 지역주민에 개방하고 ‘믿음의 가문’ 세우는 교육목회 청사진 그려



사당에서 남태령 방면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다보면 아파트촌 사이로 ‘이수중앙교회’ 간판이 보인다. 십자가 탑을 바라보며 위풍당당한 예배당이 세워져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잠시, 교회는 예상보다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조립식 건물로 흩어져 있는 교회와 목사관. 수십년이 넘은 허름한 가정집에 담임목사의 집무실이 있었다. 한국교회 대표적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을 지냈고 기독교계 각 기관에서 내로라는 직분을 두루 맡아왔던 지도층의 방이라기엔 초라한 모습이 역력했다.


취재 온 기자에게 직접 음료 한 잔을 내민 박원근목사는 “남들 다 쉬는 토요일에 일부러 목사 시중들라며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낼 일이 있나” 반문하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 집 지은 지 오래됐어요. 이 동네로 이사오면서 부지를 조금 샀는데 개발이 어렵다네. 그래서 여기저기 조립식으로 예배처소를 지었는데 잘하면 내년쯤엔 정식으로 예배당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번듯한 예배당도 없고 해서 지역주민들에게 그저 찾아가는 선교만 했는데 새로 건축을 마치면 누구나 자유롭게 만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선구자 모습 드러내는 교회


교회가 이렇게 허름해도 성도가 몰릴 수 있는 걸까? 이수중앙교회는 장년성도만 6~7백 명에 달한다. 총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교회 일에 전력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성도는 더 늘었다. 지난해만 60~70명이 새로 등록했다고 한다.


“타 교단 성도들의 이적이 늘고 있어요. 수평이동이 좋은 것은 아닌데 한국사회가 점점 보수화되고 교회도 자꾸 수구로 돌아서니까 답답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같아. 나는 모든 교단장들이 반대할 때 사학법도 혼자 찬성했으니까 외로운 길이지만 소신에 맞춰 걸어가야지 할수 있나요. 나중에 후회할 일 보다 현재 후회없이 목소리를 내고 제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교회 창립당시부터 한 길을 걸어온 이수중앙교회. 담임목사의 설교는 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고 세상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볼 때 부끄럽지 않은 교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박원근목사의 목회철학이다. 예언자적인 사명을 다하고 성도들에게 지표를 세워주는 교회 지금의 시대엔 바로 이런 교회가 필요하다고 박목사는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지금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크고 잘 지은 교회가 상징이 되고 대형교회 목사들이 지도층이 되어버렸지. 앞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텐데... 교회가 본 모습을 회복하려면 대형교회를 지양하는 새로운 풍토가 마련돼야 합니다.”


박원근목사는 ‘바르게 사는 것’ 그리고 ‘바른 교회가 되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목회철학은 교회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웃 찾아가는 국내선교


우선 국내선교에 있어 이웃을 섬기는 성도들의 노력이 하나의 사례가 된다. 이수중앙교회는 전도단원을 구성, 지역전도와 불우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을 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갑자기 부촌으로 성장한 사당동 지역 주민들이 정체성에 혼돈을 겪는 것도 선교과제다. 번듯이 아파트들이 서있지만 그 속에는 무허가지역 주민들을 위해 세워진 임대아파트가 초라하게 가려져 있다.


이수중앙교회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절기마다 선물을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노인들의 식사대접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다. 주변 이웃들에게 정겨운 교회로 소문난 이수중앙교회는 새벽이면 타교회 성도들이 더 많이 모여든다.

일년 내내 “헌금하라”는 설교 한번 안한다는 박원근목사는 “믿음이 깊으면 헌금은 우러나오게 되어 있다”며 도시를 살아가는 피곤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교회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향한 해외선교의 비전


해외선교는 더욱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선교는 주님의 지상명령이요, 교회의 존재목적임을 강조하는 이수중앙교회는 매년 해외에 1개의 교회를 세우며 새로운 선교역사를 세워나가고 있다. 과거 필리핀과 아프리카 등을 복음화 시키는데 주력했다면 지금 교회는 ‘중국’ 사역에 전력을 다한다. 이미 10년 가까이 중국에 교회를 세워온 이수중앙교회는 중국교회가 토지를 구입하면 건축비 전액을 지원하는 현지인 중심의 선교를 추구한다. 기존 한국교회가 중국 조선족 교회 등을 세우며 깊이 개입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운남성 등 동북3성에 한족 교회를 세우면 500명의 성도가 모이는 것은 시간문제. 토지를 중국교회가 직접 마련하기 때문서 성도들의 책임감과 소명의식도 크고 교회로서는 많은 교회를 세울 수 있어 부담도 적다. 매년 교회를 한 곳씩 세우는데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들어간다.

자립신앙을 위해 교회만 지어줄 뿐 일체의 간섭은 없다. 단, 중국선교를 감당하는 여호수아선교회를 통해 교육과 훈련을 후원할 뿐이다.


“중국교회의 확장은 실로 엄청나더군요. 양주지역에는 7천명이 모이는 한족교회도 있어요. 앞으로 중국 선교의 비전은 점차 확대될 것이고 중국으로 패권이 이동하게 된다는 가정을 해본다면 하루빨리 중국을 기독교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교육은 교인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지고 살게 하며 예수님의 인격과 성품을 닮아가도록 권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제자화교육과 새가족교육, 전도훈련을 실시하며 믿음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유아때부터 인격적 신앙교육에 최선을 다한다.


기장교회가 많이 생략하는 새벽기도와 금요철야의 전통도 이수중앙교회는 고집스레 지켜오고 있다. 믿음에 있어서는 세상과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 박원근목사의 주장이다.


새 성전은 이웃을 위해 개방


교회의 비전은 일단 교회건축이라는 가장 절실한 소망에서 시작된다. 사당동으로 이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예배당 건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개발이 제한된 시간동안 주변 토지를 600평가량 매입해 언제든지 교회를 세울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 박원근목사는 2008년 교회 건축을 목표로 이수중앙교회가 그려나갈 미래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교회는 일단 4백 평 규모가 될 거에요. 성도 700~800명 정도가 모이는 공간이면 적당하죠. 나머지는 녹색지역으로 성도와 지역주민들이 휴식하는 공간으로 오픈할 생각입니다.”


새성전 건축 후 바로 시작하고 싶은 것은 ‘보육사업’. 저출산 해결과 보육의 분담은 교회의 몫이다. 하지만 어린이집부터 시작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 가문’을 세우려는데 있다.


“자녀를 신앙으로 세우지 않으면 믿음의 미래는 없어요. 기독교가 사회에 뿌리를 내려 천년이 지나도 영향력이 있는 종교를 만들려면 어린이부터 교육하고 노인까지 섬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독교 가문을 세우려면 3~4대는 지나야 합니다. 부모의 신앙만 깊어도 소용이 없어요. 자녀들이 순종하고 따라주어야 합니다.”


미래 일꾼 양성은 이처럼 중요하다. 미래 교회를 위해 남겨주고 싶은 박원근목사의 마지막 목회 비전인 것이다.


농촌을 다시 살리는 것도 박목사가 이뤄낼 또 하나의 목회 비전이다. 농촌 출신으로 태어나 첫 목회의 꿈이 농촌사역이었지만 기회는 도시에서 주어졌다. 그래서 농촌은 늘 박목사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그는 은퇴 후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역을 꿈꾼다. 농민들이 더 많이 교육받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임기를 채우지 않는 조기은퇴를 고려하는 것도 농촌에 더 빨리 헌신하고픈 마음 때문이다.


월급도 신장도 떼어준 담임목사


크지는 않지만 ‘좋은 교회’로 소문난 이수중앙교회. 늘 한결같이 섬기는 성도들은 이미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수중앙교회가 ‘좋은 교회’로 인정받는 배경에는 박원근목사의 실천적인 삶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목사는 절대로 기득권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박목사는 스스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급여 최고치를 350만원으로 못 박았다. 그리고 2년 전 박목사는 자신의 급여가 350만원에 이르자 매년 10%씩을 떼어 청년부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수십년 한 교회를 섬겨온 초로의 목회자에게 350만원의 사례는 많지 않아 보이지만 박목사는 그도 마다한 것이다.

자신의 신장을 성도에게 떼어준 사건도 유명하다. 지난 2001년 자신의 성도가 육신의 고통을 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식을 결심, 독일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중 한국에 들어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라”는 주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다. 당시 성도들은 24시간 릴레이기도를 통해 담임목사의 쾌유를 빌었다.


또 안식년을 마친 후에는 교회 장로들이 “대형차를 구입하라”고 권한 적이 있다. 박목사는 이때도 손사레를 쳤다. 그리고 1800cc급 옵티마를 구입했다. 지금까지 6년째 이 차를 타고 있다.

“총회장님들 좋은 차 타고 다니지요. 하지만 외형이 뭐 중요합니까. 내 몸 하나 싣고 다니는데. 목사는 검소해야하고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품성을 갖춰야 해요. 크기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영성과 도덕성이 더 깨끗한가를 따져야지요.”


아직 번듯한 예배당조차 없이 산 밑에 초라하게 자리잡은 교회. 하지만 이수중앙교회는 화려한 겉모습이 없이도 많은 이들이게 “교회가 이런 곳”이라는 깨달음을 주고 있다. 마음을 나누고 행함을 나누는 교회, 꾸며진 겉모습보다 순수한 내면이 드러나는 이 작은 교회로 인해 한국교회의 내일은 희망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