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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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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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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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목사<예장통합 기획국장>


인도네시아 메단에서 버스로 4시간이 걸려 토바 호수에 도착했다. 아마도 사화산이 만들어낸 호수 중에 가장 큰 호수중의 하나임이 분명한 호수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무려 50년 전에 아시아의 교회 대표들은 모였고, 아시아 교회들만이 모여서 협의회를 구성한다는 놀라운 생각을 했을까.  지난 3월 3일 인도네시아의 파라팟에 도착했을때 내가 가진 생각의 처음이 왜, 어떻게 라는 물음이었다.


50년 전의 아시아의 교회들은 빈곤, 문맹, 타종교간의 갈등등을 문제로 가지고 파라팟에서 CCA(아시아기독교협의회)의 창립 회의를 가졌다. 지나온 50년 동안 아시아의 교회들은 아시아 기독교협의회를 통하여 많은 사랑을 나누고 각자가 당면한 교회의 문제들을 함께 아파하고 서로 돕기에 힘써 왔다. 아시아에 있는 교회들은 아직도 가난하다. 다른 종교간의 갈등으로 폭력으로 얼룩진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시아의 교회들은 아직도 독재 정권과 맞서 싸우고 있고, 곳곳의 억압당하는 자들과 함께 한다. 아직도 아시아의 교회들은 불공평한 세계 경제 질서에 도전하고, 아시아인들에 의한 신학과 목회를 일구어 내고자 노력한다. 50년에 그랬듯이 지금도 그렇다.


50년을 지내오면서 이런 아시아 교회들의 열망과 도전과 노력은 어떻게 변해온 것일까? 지나간 시간들을 뒤돌아보는 일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과정이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의 지나간 50년은 자랑스러운 일들이 많은 날들이었다. 지나간 50년을 회고하는 백발의 에큐메니스트들은 자신들이 헌신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열정적으로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했다.


CCA가 싱가폴에서 쫒겨나 홍콩에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 수 년 동안 어려운 환경이지만 얼마나 신나게 열심히 일했는지를 이야기 할 때 선배들의 얼굴에는 광채가 넘쳤다. 그러나 앞으로의 50년을 이야기 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정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50년을 장담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우리들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과연 아시아기독교협의회는 이제부터 50년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CCA 창립 기념 심포지엄의 개회 예배에서는 도르가를 살린 베드로의 기적 사건이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앞으로의 50년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증거되어졌다. 지금까지의 아시아 에큐메니칼운동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사랑을 증거하고 전하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처럼, 다가올 50년 동안 아시아 에큐메니칼운동은 빈곤과 문맹, 질병과 독재, 경제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들을 해 나갈 것이다.  그런 도전들을 위하여 에큐메니칼 운동은 그 중심을 바꿀 필요가 절실히 요청된다. 지금까지의 에큐메니칼운동의 중심이 나름대로의 힘을 장악하면서 일부 지도자들에게 치우쳐 온 것이 사실이다.  남성, 목회자, 신학자 중심의 아시아 에큐메니칼운동은 이제 그 주역들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개 교회에 속한 어린이들, 청년들, 여성들, 그리고 억압당하고 있는 아시아의 모든 가난한 자들이 아시아 에큐메니칼운동의 중심에 서야하는 새로운 50년이 시작되었다.


변화 중에 가장 무섭고 힘 있는 변화가 바로 “바위를 뚫는 물방울”같은, “속옷까지 적시는 이슬비”같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한 작은 변화들이 세계를 변화 시킨다. CCA는 지나간 50년 동안 알게 모르게 변화해 왔다. 그 변화들 중에는 긍정적인 것들도 부정적인 것들도 함께 존재할 것이다. 그런 작은 변화들 속에 힘있게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시아기독교협의회의 앞날을 지켜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들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변화의 시간들을 살고 있다. 10주년, 30주년, 50주년, 100주년의 기념일들을 지나면서 이런 변화에 둔감하거나 외면한다면 변화의 시간이 주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셈이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의 창립 반백년을 지나면서 뒤돌아보는 것만이 아니라 앞을 향한 우리의 변화가 희망 가득하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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