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미디어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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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디어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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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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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목사<한성교회>


종교와 미디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종교의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 방송이나 종교 출판물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즉, 종교라는 영역이 미디어라는 영역을 도구로 사용하여 종교의 전파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특정 미디어가 종교를 대상으로 삼아 미디어 자체의 존재성과 역할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해 위에서 볼 때, 종교와 미디어는 따로 분리된 두 영역이며 필요 시 서로가 상대를 이용하거나 이용되는 관계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미디어와 종교 사이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자율적이고 제한적이며 전달의 관계’로 여겨 온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미디어와 종교는 서로 다른 별개의 두 영역이며 필요한 경우에 서로가 상대를 이용하는 ‘도구주의’에 기초된 인식이 보편적이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디어와 종교 사이에 관한 질문은 주로 전자교회(electronic church) 혹은 텔레반젤리즘(Televangelism) 같은 ‘미디어의 종교적 사용’에 관한 질문이거나 종교저널리즘 같은 ‘종교의 미디어 사용’에 대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TV를 보면, 교회라는 맥락에서 행해지는 신앙 프로그램들이 미디어 환경, 특히 종교 방송이 아닌 일반 지상파 방송에서 전파를 타게 될 때, 미디어 특유의 제한된 잣대에 의해 직간접적인 종교적 표현이 편집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며, 그 결과 종교 본연의 정체성을 잃고 미디어적 정체성으로 덧칠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4월 초 MBC TV 9시 뉴스에서 하인스 워드의 한국 방문 뉴스를 방송하면서, 하인스 워드가 혼혈인들을 대상으로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을 하는 가운데, “나는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새 힘을 얻습니다!” 라는 내용을 음성으로는 들려주면서도 화면 자막에는 그 내용이 빠져서 방영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가급적이면 종교적 색깔을 지우려는 방송사의 의도가 하인즈 워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제거해 버리고 단지 ‘혼혈 한국인’으로서의 하인스 워드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필자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 몇 년 전 교회 개척 정책에 관한 주제로 단독 대담을 하는 기독교 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사전에 해당 방송의 작가로부터 질문지를 받고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준비한 후 녹화 현장에 도착했다. 녹화가 시작되면서 남녀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성껏 대답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실제 방송 내용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대답한 내용 가운데서 상당 부분이 소위 ‘편집’이 되어서 방송되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준비한 신학적 컨텐츠가 해당 프로그램 PD의 잣대로 요리(?)되는 현상을 보면서, 종교적 내용이 미디어에 의해 원래의 내용과는 다른 ‘변형’이나 ‘왜곡’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종교 혹은 종교적 컨텐츠가 해당 미디어의 조건 및 의도에 적응해야 하는 그런 경우를 미디어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종교가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미디어 자체의 고유 기능과 정체성이 사라지고 미디어가 하나의 종교적 특징을 닮아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종교나 종교기관이 미디어 공급자일 경우, 그 미디어는 미디어 원래의 기능보다는 하나의 종교기관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어 결국 미디어 자체가 하나의 종교기관의 형태로 변형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종교와 미디어 사이가 서로 다른 자율적 영역이라는 사고 속에서는 제기될 수 없었던 질문들이 이제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종교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더 복잡하게 연결된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미디어 시대에 종교의 위치’와 ‘미디어 시대에 떠오르는 종교’에 대해서 질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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