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없는 무대지만 주 향한 사랑은 동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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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없는 무대지만 주 향한 사랑은 동일해”
  • 현승미
  • 승인 2006.11.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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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K·수화뮤지컬예술단

토요일 늦은 오후 종로3가 지하철역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소비문화의 중심지인만큼 대형영화관도 즐비하다. 14번 출구를 따라 일렬로 서 있는 노점상을 따라가면 그 끝은 여지없이 서울극장 앞에서 멈춘다. 극장 앞 매표소에서부터 노천카페까지 가득찬 사람들. 모두들 친구들과 만날 약속에 혹은 새 영화작품을 볼 생각에 들뜨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그런데 거기서 발길을 30m정도만 더 옮겨보자. 수화사랑카페, 이곳에서 진정 아름다운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8일 45평 규모의 아담한 카페에는 K·수화뮤지컬 예술단 정기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관람객들로 꽉 차 있었다.


공연작품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리아 마리아, 꿈의 사람 요셉까지 모두 세 작품. 제목만으로 이미 유명세를 탄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니. 각각의 주요 장면을 뽑아내 한 시간 반가량의 뮤지컬로 꾸며졌다. 일반작품과 기독교 작품이 어우러진 공연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며 하나님만을 의지해야만 올바로 살아갈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무대는 좁지만, 배우들의 풍부한 표정만큼은 대형 뮤지컬 공연이 부럽지 않을 만큼 깊다. 그런데 배우들의 손짓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 극단의 80%는 농아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잘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할 뿐 그들 중에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재능을 맘껏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죠.”


더불어 문화공연을 즐기고 싶어도 듣지 못해 불편해 하는 이들에게는 마리아 마리아와 유명작품을 공연해 선물하고 있다는 김현호목사.


그는 10년째 K·수화뮤지컬 예술단을 꾸려오고 있는 베테랑 단장이다. 그는 농아예술단을 위해 발레를 배우기도 했다. 발레를 배워 직접 안무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발레와 수화를 접목시켜 다양한 작품에 활용했다.


1997년 12월 처음 세워질 당시는 주사랑농아예술단으로 시작했으나,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 농아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농아인들만의 단체라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지난 2004년 지금의 K·수화뮤지컬 예술단으로 바꿨다.


K는 King의 약자로 만왕의 왕이 되시는 주님의 이름을 높이는 예술단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Korea의 약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단답게 그동안 꾸준히 대만, 홍콩, 미국 등에 초청받아 공연을 해왔다. 국내에서도 이미 700여회의 공연을 해왔다.  교회전도 집회와 시민의 날 행사, 장애인행사, 교도소 및 군부대 위문 공연도 부지기수. 현재 극단 단원은 35명 남짓.


“처음엔 공연연습을 하는 엄마, 아빠를 따라왔던 아이들이 너무 통제가 안 돼서 힘들기도 했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작은 역할을 하나씩 하도록 했는데, 의외로 너무 즐겁게 따라주더군요. 덕분에 우리 극단에는 온 가족이 모두 단원인 이들도 있답니다.”


그저 농아인들을 사랑하고 수화를 사랑하고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종교, 학력, 나이를 초월해 누구나 예술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지난 8월말 기독교NGO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조현삼목사)과 이랜드복지재단(이사장:박성수) 등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마련해 준 수화사랑카페 역시 예술단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수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놓고 있다. 매주 월요일 실시되는 6개월 과정의 수화교실이 수시로 열리고 있으며 수화 워십 찬양교실과 수화사랑 경배학교도 열린다. 수화·영어·일어 동아리 모임과 소그룹 성경공부도 활발하며 컴퓨터와 세미나실 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 달에 한번정도는 이곳에서 직접 공연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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