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명령을 기쁘게 행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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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명령을 기쁘게 행할 뿐입니다”
  • 현승미
  • 승인 2006.10.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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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구치소에서 미용 봉사하는 정숙희사모


최근 소설가 공지영이 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화 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릴 적 친척오빠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어른이 돼 버린 한 여자와 스스로를 부모와 세상에 버림받은 존재라 여기고 한평생을 살아온 사형수의 이야기. 두 상처받은 영혼이 서로를 치유해주고 치유 받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 또한 회복을 경험한다.


특히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무섭고, 나쁘게만 보이던 사형수의 참된 내면을 조명해내며 그들도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죄인이 되어버린 사람들…


같은 사람이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혹은 타인에 의해 죄인이 되어버린 사람들. 이로 인해 평생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살아가야 한다면 이보다 더 가혹한 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여기 99마리보다 한 마리의 어린양을 귀하게 여겼던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구치소에서 1년째 미용봉사를 하는 이가 있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 수원구치소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의 많지 않은 횟수지만 이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행복감과 설레임으로 날아갈 듯합니다.”


남들은 감옥, 구치소라는 말만 들어도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갖게 되는데, 오히려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대전불꽃교회(서석경목사) 정숙희사모.

그러나 구치소와의 우연한 만남은 이미 하나님이 예비해두신 것이었다. 미용기술을 가진 그가 목회자를 만나 사모가 된 것이 아니라 이미 12년 전 선교를 목적으로 미용기술을 배워 둔 것이다. 선교의 때를 기다리던 그에게 수원구치소의 교화위원인 성광교회 유용원목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구치소는 크고 작은 이유로 재판을 받기 위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미결수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활동이나 이동에 제약이 있을 뿐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들을 위한 전용 이·미용사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때문에 미용봉사자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지난해 11월 미용봉사가 시작된 첫날. 머리손질을 받기 위해 들어온 첫 번째 여성과 인사를 나누고 머리에 손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나님께서는 저로 하여금 성령의 은사를 통해 그녀의 영을 분별하게 하시고, 그녀가 처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세밀하게 알게 하셨습니다.”


정숙희 사모가 제소자 한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은 겨우 10여분 남짓의 짧은 시간.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데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저 또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어떤 위로를 전할지 알지 못합니다. 저에겐 오직 강한 믿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미용작업을 하기 위해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는 순간 성령님의 강한 임재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단순히 머리손질을 위해 구치소 한 켠에 마련된 미용실 문을 두드렸던 제소자들은 단정한 외모보다도 더 밝게 변한 자신의 영혼과 마음의 안정을 담아갔다.


“짧은 시간 성령과의 영적 교감은 많은 여성들을 치유하셨습니다.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이가 자신의 우는 모습에 당황하고 회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믿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던 이가 저의 기도를 따라하며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경험했습니다.”


마음의 치유없이는 더 큰 범죄뿐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들 대부분은 재판을 통한 어떤 법적 제재보다도 마음의 치유가 절실하다. 마음의 치유가 없다면 남편과 아버지와 이웃에 대한 그들의 증오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이는 더 큰 범죄를 낳게 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미용봉사보다 더 값진 하나님 말씀을 전하며,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정숙희사모의 사역은 이미 수원구치소 내에도 정평이 나있다.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정말 제소자들이 머리를 자르고 나서 변화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우울증이 시달리던 이가 밝은 웃음을 되찾고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는 심리적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제가 나서서 머리를 한번 잘라보라고 권유할 정도가 됐지요.”


미용봉사를 하는 정숙희 사모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수원구치소의 이은숙계장의 고백이다. 이렇듯 그는 제소자들뿐만 아니라 구치소 내의 믿지 않는 직원들에게까지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릴 적 꿈이 고아원 원장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한 후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번이라도 그런 곳에 몸담아 봐야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택한 것이 재활원 봉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결혼 전까지 한 재활원에 들어가 원생들을 돌보았다. 그 후 결혼과 미용선교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두 가지를 모두 갖게 해주셨다.


“처음에 결혼을 접고 미용선교를 향한 비전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고, 남편 덕에 더 큰 신앙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복사실’을 경영하며, 학생들과 일주일에 두 번씩 성경공부를 나누기도 했지요. 지금은 그 남편이 소명을 받아 목회자가 됐습니다.”


소명에 합당하게 걷는 길


얼마 전 대전에 교회를 개척했다. 때문에 교회일 만으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약속된 날 아침부터 하나님의 어떤 사역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는 구치소 미용봉사만큼은 절대 빼놓지 않는다. 대전에서 수원까지 왕복 4시간이상이 걸리는 거리지만, 이미 그 일은 하나님께서 주신 정숙희사모만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5대째 믿음의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릴 적 말씀양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신이 더 빨리 하나님의 일을 감당치 못한 게 아쉬워 자녀들에게는 틈나는 대로 자신의 신앙 간증을 들려준다는 정숙희사모. 


하늘나라에 가는 날까지 하나님나라를 확장시키는데 기뻐 쓰임 받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는 그에게서 밝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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