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 -세속사상과 대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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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 -세속사상과 대결하라
  • 윤영호
  • 승인 2006.09.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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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성 거부하는 온갖 사상과  맞서 싸우라”    

정치계에 미치는 종교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영향이 가장 큰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까이 일본에서 진행되는 정치지도자들의 신사참배 논란은 이같은 현상을 설명하는데 충분한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중동에서 지난 70년대 말부터 나타난 이슬람지도자의 정치입성과 함께 남아공에서 실현된 인종차별정책 폐기도 본격적인 종교의 정치운동을 설명하는 예가 될 것이다. 미국의 기독교인 감소현상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기독교가 눈에 띠게 성장하며 정치운동화 되는 경향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더욱 눈에 띠는 사례는 무신론을 표방했던 공산주의가 해체된 사이 나타난 동유럽의 종교운동 현상이다. 북아프리카까지 영향을 미친 동구권의 공산주의 해체는 종교의 정치운동을 가속화 시킨 가장 확실한 증거로 꼽히는 사례이다. /


아무래도 종교의 정치운동 현상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는 미국 정치권에 끼치고 있는 복음주의 교회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초 미국 뉴스위크지는 백악관의 정책기조들 안팎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러 요소들을 지적하면서 특히 릭워렌목사를 비롯한 미국 복음주의 교회 목회자들을 주목했었다.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정책을 비롯한 미국의 세계 안보정책은 이들이 조언하고 있는 커다란 줄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동북아시아의 경우, 북한에 대해 백악관이 선택한 ‘불량국가’라는 단어는 미국 복음주의권이 수년전부터 전개해오던 ‘도덕적 다수운동’의 한 줄기에서 나온 것이다. 전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지구촌 개념 아래서 미국이  지목한 5개 국가는 소위 테러를 일삼는 ‘깡패’의 범주에 속한다는 부도덕한 나라라는 표현이다. 다분히 종교적 색깔이 짙게 배인 단어인 셈이다.

또 종교의 정치운동 경향을 강하게 실감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기독교가 반정부운동을 주도한 재야의 핵심이라고 했을 때 이같은 줄기를 따라서 최근 3~4년 동안 진행되는 보수 기독교계의 정치적 견해는 매우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진보기독교계의 정치운동이 ‘소수’였다고 하면 최근에 나타나는 보수 기독교권의 정치운동은 매우 거대하고 다수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70년대의 기독교 정치운동은 소수였기에 잦은 투옥으로 정권의 탄압이 비일비재했던데 비해 30년이 지난 최근의 상황은 이 운동이 점유하는 면적이 커지고 있어 반대로 정권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사실은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루어진 과거 30년 동안의 기독교 정치운동이 상당부분 성장했다는 것이다. 비록 각 세대가 주장하고 있는 이념의 틀이 정반대처럼 보일지라도 정치계에 끼치고 있는 기독교의 영향력은 크게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고 있는 전 세계는 이처럼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종교계의 예언적 정치운동으로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 안으로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심포지엄을 통해 종교의 예언적 정치운동 현황을 설명한 ‘퓨 포럼’은 그 시대적 배경과 요인들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첫째, 개발도상국가에서 나타난 ‘세속주의 침체’현상이 종교성 강화를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총체적 공산권 몰락을 가져온 소련의 붕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정치적으로 강력했을 뿐만 아니라 지구촌에서 성공적으로 반종교운동을 지폈던 이데올로기였다는 것이 퓨 포럼측의 설명이다.

그런 와중에서 폴란드의 가톨릭교회의 부흥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자헤딘정신의 확산은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소련이 추진했던 이들 국가에 대한 도덕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붕괴를 맞았다. 퓨 포럼측이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소련붕괴 후 주변국가들, 소위 개발도상국가들에서 나타난 ‘정치적 공백현상’이 그것이다.

이같은 공백상태를 거치는 동안 중동에서는 ‘극단적 무슬림’이 정치 중앙에 진입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와 군소 테러집단의 준동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유물론으로 무장한 세속주의운동이 일거에 무너지면서 그 틈새로 종교성을 가진 각종 신앙들이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둘째는, 선진국에서 나타난 ‘도덕성 침체’현상이 종교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는 1973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대법원은 여성에게 낙태에 관한한 선택의 자유를 주어야 할 것을 판례로 남겼다.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당연히 대응했다. 주목할 점은, 이 판례가 지난 세기 동안 한 번도 결집한 경험이 없는 복음주의자들을 일거에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복음주의자들의 결집력이 닉슨대통령의 퇴임과 카터 정부의 등장에 적지않은 동력이 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976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얼룩진 백악관에 ‘중생한’ 보수적인 민주당 후보인 지미 카터가 입성한 것은 따라서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후 1979년 보수주의자인 펠웰목사(Jerry Falell)는 모럴 모저러티(Moral Majority)라는 ‘도덕성다수’운동을 출범시키는 등 미국에는 기독교의 정치운동을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게 된다.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지난 30년 동안 결집력을 늦추지 않고 더욱 강도 높게 힘을 모은 이유는 단지 현 세대가 도덕적으로 매우 위기상황에 몰린 것이라는 각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4년 대통령선거 이후 미국인들은 종교를 개인의 윤리와 동일시하며 현재 미국에 만연한 도덕성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될 정도다 (2000년 미국 공식 통계 내용).

다음 세 번째는, 전 세계적으로 가속일로에 있는 민주화 경향이 종교의 정치운동 강화 요인이라는 것이다. 민주화는 잃어버렸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신과 대화하길 원하는 자신들의 마음을 인정하도록 했다. 세속주의로 무장된 기존 체제가 붕괴됐고 게다가 도덕성 해이까지 겹치면서 종교의 힘은 매우 폭발적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민주화와 함께 진행된 근대화 추세는 이렇게 종교의 역할을 오히려 크게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퓨 포럼은 근대화를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설명했다. 먼저 수요측면에서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근대화를 지나면서 교육과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며 큰 행복감에 도취됐을 것이지만 이면으로는 ‘진정한 평안’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공동체 형성을 위해 과거의 종교성에 회귀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다음, 공급측면에서는 근대화가 가져다 준 종교적 구조개편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에 편입된 종교는 이제 확대된 재정적인 원천을 근거로 전쟁과 가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주목하게 되고 이들의  영적인 충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나 남미에서 나타나고 있는 펜타코스탈교회(오순절교회)의 성장이나 브라질과 모잠비크에서 하나님의 교회 부흥은 전통 교회에 가미된 첨단기자제로 현대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한 사례를 보여준다. 근대화가 가져다 준 결과인 셈이다.

위에서 밝힌 공산권 붕괴가 촉발한 세속주의 몰락, 미국의 도덕성 해이와 기독교 보수권의 대단결 그리고 사회도덕성 회복운동과 정치권 진입,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민주화 확대와 근대화 바람은 앞으로 종교의 예언적 정치운동을 더욱 세차게 몰고 갈 시대적 배경이면서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가톨릭의 교황이라든지 성공회의 투투주교, 개신교의 빌리 그래이엄목사 등은 자신의 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종교계의 거목들이다. 성경에 나타난 대로 하나님의 위대한 정치를 증거하는 거룩한 시대로 진입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분명한 점은 ‘거룩성’을 거부하는 온갖 사상들과 맞서 싸울 때 예언적 정치운동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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