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風流)와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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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風流)와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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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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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감독<성서하나님의교회>


풍류란 바람(風)의 흐름(流)처럼 분방하고 자유로운 정신, 즉 여유를 지닌 자유로운 마음을 발휘하는 인격이다. 풍류는 우리 민족의 사상적 원형이요, 삶의 기본적인 도(道)이다.

이 자유분방한 풍류정신은 정치나 사회 속에서도 발휘되며 문예나 취미에서 혹은 이성과의 교제 등 모든 삶의 방식에서 드러난다. 속세의 명리(名利)를 떠나 은자(隱者)의 생활을 즐기며 기존의 권력 풍습 전통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논의하는 청담(淸談)을 즐기기도 한다.

또한 일상생활을 초탈적인 예술의 세계로 혹은 미적 경지로 드높이려 노력한다.

풍(風)은 외부로 펼치는 덕화(德化)를 의미하며 류(流)는 내부에 의탁하는 절제와 지조 또는 주의(主義)와 같은 윤리적 도덕적 성격을 의미하고 있다. 때로는 명사(名士)의 풍류는 노장적 사상과 도가적 은둔 생활을 뜻하기도 하고 시가(詩歌)의 풍류에서 풍은 시가 갖는 품격이며 류는 그 작품의 독자성을 말한다.


최치원은 ‘난랑비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이른다. 그 교(敎)의 기원은 선사에 자세히 실려 있거니와 실로 유불선(儒佛仙) 삼교를 포함하여 중생을 교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나가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노사구(魯司寇-공자)의 주지(主旨) 그대로이다.

또 그 변함이 없는 일에 처하고 말없는 교를 행하는 것은 주주사(周柱史-노자)의 종지(宗旨) 그대로이며 모든 악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만을 행함은 축건태자(竺乾太子-석가)의 교화 그대로라하였다.

최치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유불선 삼교와는 다른 풍류라고 하는 현묘한 자랑스러운 도가 있고 그 자세한 것은 ‘선사(仙史)’에 적혀있다. 그것은 유불선 어느 것도 아니고 이들 삼교의 종교적 사상적 이념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현묘지도인 풍류는 화랑도의 생활양식과 교육이념이고 원효의 어떤 것에도 속박이 없는 무애(無碍)의 풍류적 삶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선(禪) 사상의 뿌리요 유교의 선비문화와 두레문화의 근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잔치의 한마당도 되고 한풀이 신명풀이의 근원도 된다.

풍류는 바람의 흐름이다. 물의 흐름은 지형이나 강줄기에 의해 지배되지만 바람의 흐름에는 아무런 속박도 없다. 세속을 초월하고 인습을 탈피하며 명리(名利)를 벗어나 허공에 노니는 기백이 있다. 풍류에도 따뜻한 봄바람과 냉랭한 가을바람과 비바람의 태풍이 있고 눈보라도 있다. 풍류에는 온화한 풍아(風雅)와 차디찬 풍자(諷刺)가 있다. 풍류와 멋은 같다. 풍류가 귀족의 것이라면 멋은 서민 생활에 깊이 스며든 풍류이다.

2002년 월드컵 때 휘몰아 친 붉은 바람은 한국인의 풍류사상이 조선조의 망국의 한과 일제식민지의 수탈과 군사독재의 억압 속에 녹여 고여 있다가 분출한 풍류의 대폭발인 셈이다. 참으로 멋진 신바람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이 멋들어진 풍류가 지구촌의 신바람으로 다시 불기 바란다. 이제 한국교회는 이 풍류를 지혜롭게 십자가에 못 박고 성령의 새바람으로 부활시켜 종말론적 선교의 열풍으로 멋지게 불게 할 숙제가 있음을 또한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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