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들 곁에서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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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환자들 곁에서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 이현주
  • 승인 2006.06.09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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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지에서 의료선교 펼쳤던 GMC파송 ‘이유선 선교사’ 안타까운 순교
▲ 손목이 잘려 나간 중국 오지마을 나환자들의 곁에서 함께 움막생활을 하며 꽈샤치료에 나섰던 이유선선교사(사진 왼쪽 두번째). 그는 떠났지만 버림받은 병자들의 곁을 지키고자 했던 그의 참신앙과 순교정신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꽈샤의 대부’에서 홀연히 중국 오지마을 ‘나환자’들을 찾아 떠났던 이유선선교사(GMC지구촌선교공동체 파송·본지 854호 12월11일자 12면 보도·선교지 예명 이바나바)가 지난 3일 오전 3시 심장마비로 선교지에서 순교했다.


중국인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나환자 공동체에서 병자들을 돌보며 남은 생을 바치겠다던 서약은 안타깝게도 길게 지켜지지 못했다. 낯설고 험난한 삶 속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유선선교사는 3개월의 짧은 사역을 마감하고 하나님 곁으로 돌아갔다.

이선교사를 파송한 GMC지구촌선교공동체 대표 김준모목사와 이종대목사는 부고 소식을 듣고 즉각 현지로 달려가 시신을 수습하고 GMC장으로 장례를 집례했다.

지난해 1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의 영예보다 하나님의 칭찬이 더 듣고 싶다”고 말했던 이유선선교사. 그가 사역했던 중국 심천은 북해에서 버스로 12시간 걸리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나병환자들은 철저한 고립 속에서 토굴에 기거하며 죽을 끓여 먹고 살고 있었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힘겨운 이곳 사람들은 이선교사에게 “식사하셨냐?”는 인사를 가장 먼저 전했다. 그러나 사실 비위가 틀려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조차 없었다고 이선교사는 선교초기의 고된 심경을 솔직히 본국에 전해오기도 했다. 

GMC로 보내온 선교편지에서 이유선선교사의 나병환자 사역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엿볼 수 있다.

“꿈속에서 내가 나병환자가 되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며 칭송을 합니다. 거룩한 실천이라고 박수갈채를 보내옵니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습니다. 그 군중들은 그렇게 외치다 홀연히 사라집니다. 나병환자가 된 나는 이제 어떻게하나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다짐합니다. ‘하나님과 나만의 관계다. 세상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으면 하나님께 대해서는 더욱 나쁜 죄인이 된다.’ 그리고 하나님께 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합니다.”

호텔리어에서 꽈샤 지도자로 사회에 발을 디딘 후 40년동안 줄곧 평탄한 길을 걸어왔던 이유선선교사. 중국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요석선교사의 간증테잎을 듣고 세상과 인연을 끊은 채 하나님의 사역을 결심한 그는 예수님을 닮고자 했다. 그냥 한국에 남아있었다면 후학을 양성하며 자녀의 효도를 받으며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목회자 코스를 밟았고 지난해 4월 목사 안수 후 바로 중국 선교를 결심했다.

모두가 편하게 하나님을 믿고 싶어하는 세상에서 그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고행의 길을 찾아 떠났다. 가족의 반대도 뿌리치고 묵묵히 나환자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승자가 되려고 부지런을 떨 이유도 없고 돈을 더 모아야할 이유도 없고 좋은 옷이나 좋은 집, 맛있는 음식은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여기 이 사람들과 지금 같이 사는 것, 이것에 저는 행복합니다. 이게 내 삶 자체인데 행여 병이 옮아도 나는 이들 곁에 남을 겁니다.”

그가 보내온 마지막 편지는 선교초기 의 어려움을 넘어서 나환자들의 삶과 철저히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더이상 고난 중에 두지 않으셨다.

‘하나님의 칭찬’이면 그것으로 족하다던 이유선선교사는 결국 60년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구촌선교공동체는 5일 오전 발인예배를 드린 후 선산인 경북예천에 이유선 선교사를 안장시켰다. 이선교사는 백석대학교 기독신학대학원 출신 첫 순교자이자 GMC 첫 순교자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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