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기초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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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기초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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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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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신부<성공회 서울대교구 교무국장>

지구촌 축제인 독일월드컵 개막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태극전사들이 해외에서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지금 붉은 악마들과 축구팬들은 지자체의 일꾼을 뽑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4년 전 4강 신화를 기대하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3S 즉 영화, 섹스, 스포츠는 독재자들이 우민화 정책으로 추진한 사업들이었지만 지금은 영화와 스포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 산업이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독일 월드컵이 세계평화 이루고 모든 장벽을 허무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태복음 7장 21절 이하에서 주님은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구원의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능력이 있다는 주의 종님들 가운데 주님의 이름을 팔아서 자기의 뱃속을 채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교회도 예수 이름, 영성, 능력과 기적을 팔아서 종교산업, 복음기업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단적인 예로 기업을 대물림하듯이 교회도 대를 이어서 물려주려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향해서도 예수님은 무어라 말씀하실까요? 예수님은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슬기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사이에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 다 집을 지었습니다. 여기서 집을 건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 사람의 인생, 부부간의 사랑과 관계, 공동체의 근거라고 생각해 봅시다. 슬기로움과 어리석음의 차이는 바로 기초의 차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축구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4년 전의 히딩크 감독도 그랬고 지금의 아드보카 감독도 선수들의 기초 체력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눈앞의 승리만을 위해 전술과 전력도 중요하지만 기초체력 없는 전술과 전력은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슬기로움과 어리석음의 차이는 인생의 기초를 어디에 두느냐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삶의 근거와 뿌리를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여러분에게 살 힘, 희망, 용기를 주는 것은 무엇이고 여러분에게 살 힘을 잃게 하고 절망하며 죽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한 사람의 인생길, 부부간의 사랑, 친구간의 우정의 기초가 튼튼한지 아닌지는 비가 내려 큰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오면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장마가 져서 황토물이 휩쓸고 지나가면 뿌리가 깊은 나무와 뿌리가 얕은 나무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듯 여러분의 삶 속에 고통, 질병, 사별, 실망, 오해, 시련과 유혹, 의심, 실패, 세월의 흐름과 같은 것들이 밀려왔다 지나가면 내 삶의 근거가 밝혀지게 됩니다.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어디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까? 어리석은 사람들은 인생을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의 화려한 것, 눈앞의 이익과 만족만 보고 살아갑니다. 사랑과 우정, 진실과 정의, 공동선보다 저 사람을 잡고 저 줄에 서면 얼마나 나에게 이익을 주는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이 모두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어리석은 모습들입니다.

한국교회가 이 세상 속에서 다시 선한 영력을 끼치고 신뢰와 존경을 받은 교회가 거듭나려면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굳게 서야 합니다. 우리의 두 눈은 하늘을 향해 있으면서도 우리의 두 발은 이 땅에 굳게 서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 교회와 세상이 분리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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