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전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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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전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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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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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목사<서초교회>

근대 이전의(pre-modern) 사회는 신분과 혈통을 전해주고 전해받던 사회이다. 아버지가 왕이면 아들도 손자도 왕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귀족이면 아버지, 아들, 그리고 자손 대대로 귀족이 되었다. 왕과 귀족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세상이었을 듯하다.

그런데 왕이나 귀족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그 시대의 신분 혈통 제도는 절망의 족쇄 같은 것으로 보였을 듯하다. 그들이 의식했든 말았든 간에 그런 사회는 희망이 없었거나 아니면 희망이 제한된 사회였다.

인생과 역사를 통하여 인간이 전해주고 전해받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생명의 근원적인 요소들, 사회적 문화적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그러하다. 그것을 이어받아서 삶의 근원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가야 하는 그런 요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대를 이어 전달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부모로부터 살과 피를 물려받아야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육신과 혈통을 물려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것을 혈통제도로 만들어가는 것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백인인 부모는 백인인 아이를 낳고, 흑인인 부모는 흑인인 아이를 낳는다. 그런데 그것이 흑백을 차별하라는 하나님의 섭리인 것처럼, 그것이 마치 운명적인 진리인 것처럼 만들어가는 것은 인간의 어두운 지혜요 폭력에 해당하는 일이다.

서구의 근대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요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로 알려져 있다. 전근대적인 사회가 신분과 혈통 제도에 근거한 사회였다면, 근대사회의 인권과 자유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했다.

그런데 근대사회의 인권과 자유는 인간의 자유를 강조하는 동안에, 새로운 세습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경제적 능력이나 교육 수준 등을 통하여 계층화된 사회가 새로운 세습의 가능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근대적인 사회의 그것처럼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제도는 아닐지라도, 그에 못지않은 ‘그들끼리만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전해주고 전해받을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20세기 이전의 서구 기독교 사회는 ‘백인의 사명감(white man’s burden)’을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었다. 그들은 선택받은 기독교인이요 백인들로서 하나님께로부터 백인이 아닌 지구상의 인간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조상 대대로 사명감을 전해받았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래서 서구 기독교 백인들은 짐을 진 자요. 전하는 자요. 백인이 아닌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유색인종들은 전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렇게 운명지워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맥락에서, 모더니즘(modernism)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해석될 때, 그것은 곧 서구 일방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복음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제반 영역에서 서구인들은 일방적 사명감을 당연시한 듯하다. 그 사명감을 완수하기 위하여, 서구인들은 전쟁이나 폭력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사명감이 아니라, 사실은 그들의 탐욕을 합리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서구 일방적인 사고방식들이, 세계일차대전과 이차대전을 거치는 동안에 근본적으로 깨트려지기 시작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할 때, 그것은 서구 일방주의적 사고의 근원을 공격하고 깨트리면서 시작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과격한 비판적 입장이 지나쳐서, 서구(西歐)가 전해준 기독교 복음까지도 부인하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런 과격한 공격적 흐름이 왜 나타났으며, 어디서부터 발원(發源)했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대를 이어 전하려던 서구 일방성에 대해서, 그들 스스로가 ‘그것은 깨트려져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앞서간 그들의 경험을 명심하자는 것이다.  

이번 주일(6.4.)은 성령강림주일이다. 이 성령 강림주일에 이시대의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오순절의 성령을 따라서,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신앙과 양심을 따라서 전할 것은 전하고 전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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