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어린이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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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어린이날을 꿈꾼다”
  • 현승미
  • 승인 2006.05.0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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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0명의 아동 돌보는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

예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비교적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몽당연필은 사라진지 오래고,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도 제법 눈에 띈다. 어찌 보면 ‘어린이 날’이나 ‘어린이 날 선물’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할 정도로 대부분 부모로부터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1년 365일이 어린이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사회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 277개 보육원에 적어도 20만 명의 아이들이 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사회의 곱지 못한 시선과 외로움에 힘겨워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는 이혼률과 경제악화는 아이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해 12만 쌍 정도의 이혼부부가 발생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이혼사유가 증가함에 따라 10만여 명에 이르는 이혼 자녀들이 빈곤 아동으로 전락되거나 방치되고 있다. 부모가 버젓이 살아있지만 아동학대나 성폭력으로 인해 가정으로부터 격리돼 보육원이나 아동보호소에 맡겨지는 아이들도 많다.


(사)동방사회복지 안양아동상담소가 경기도로부터 위탁경영하고 있는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소장:심양금)에는 매년 300명가량의 아이들이 이런저런 사연을 들고 찾아든다.


3.1kg의 정상아로 태어나 보호소에 입소한 수영이는 다른 아기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요구하고 한시라도 자신에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처음에는 그저 부모의 사랑이 그리운 아기의 보챔이려니 생각했는데, ‘장회전이상의증’이란다. 나이가 어려 수술도 불가능하고 먹는 욕심도 많아 분유량도 정상량보다 훨씬 초과되지만 수영이의 몸무게는 점점 줄어만 간다.


쌍둥이 현빈이, 현진이는 아동학대로 고발되어 수업 시간에 아빠로부터 격리돼 보호소에 들어왔다. 아이들 등이며 옆구리며 팔뚝, 종아리, 발등, 성한 곳이라고는 가슴팍밖에 없다. 머리 뒤통수에도 큼직한 흉터가 있다. 몇 군데는 성형수술을 해야 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혹여나 무서운 아빠가 보호소에 와 선생님들에게 행패나 부리지 않을까, 자신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없어야 아빠가 소란을 피우지 못할 거라며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다 들어오기도 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른스러운 모습에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은 더더욱 아프다.


“지금은 가출이나 버려진 아이들은 많지 않아요. 평균 75명 정도가 저희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결손가정 아이들이죠. 가정형편상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기기 때문에 입양은 생각하지도 않아요. 대부분이 형편이 나아지면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죠.”


심양금 소장은 이런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사회성을 길러주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아동일시보호소에서 해줄 수 있는 몫이다.


달님방, 햇님방, 별님방, 꽃님방, 믿음방, 사랑방, 소망방 1세부터 13세까지 연령과 성별로 구분해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일날 예배를 시작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미술치료, 숫자나라, 다도(차예절), 열린교육, 예절교육, 육아체육 등 다양한 교육과 자연체험학습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눠주고 계획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보호소에 소속된 사회복지사의 숫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사회의 대학생들과 몇몇 기업체에서 자원봉사를 나오지만 이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보호소에 들어와 보육원이나 귀가하기까지 평균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낯설어하지 않고, 또래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공부, 특기 개발, 인성교육을 도울 수 있는 도우미가 절실하다. 낯선 환경에서의 일회성 도우미는 오히려 아이들을 예민하게 하고, 상처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고등학교 특별활동 시간을 교회에서 유치해 각 분야별 전문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좋은 선교의 기회로 삼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학교뿐만 아니라 보육원, 아동일시보호소 등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도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신앙적 인격인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른 교육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진정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풍요가 전제된 ‘1년 365일 어린이날’이 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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