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82) 그리스-로마 문학양식 따른 헌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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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82) 그리스-로마 문학양식 따른 헌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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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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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서문

 

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누가복음은 공관복음 중 유일하게 서문(序文)이 등장한다. 물론 요한복음에도 서문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형태나 양식은 완전히 다르다. 누가복음의 서문은 1세기 당대의 그리스-로마(Graeco-Roman) 문학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학적 풍미(風味)가 진한 요한복음의 서문과는 완연히 구분된다.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한 작가가 어떤 작품을 저술할 경우 저술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후원자의 도움에 의존하였다. 왜냐하면, 첫째로, 고대 세계에서 책의 저술은 두루마리 용 가죽, 잉크 및 펜 등을 구입하기 위하여 적지 않은 경비가 소요되는 값비싼 작업(expensive enterprise)이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당대의 집필 수단을 고려할 때 한 권의 책을 저술하기 위해서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이 요구되었으므로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생계비 지원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책의 저술이 끝난 다음에는 저자(client)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 후원자(patron)에게 그 책을 헌정하는 것이 당대의 사회적 관례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습을 partonage라 불렀는데, 이처럼 권력과 재력을 가진 후원자와 그들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충성을 맹세하는 가난하고 무력한 가신(家臣)들과의 연합은, 단지 책의 저술만이 아니라 고대 사회를 움직여 나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장치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당대의 사회적 관습에 따라 누가는 그 복음서를 저술하였던 것이고, 서문에 등장하는 데오빌로(눅 1:3)는 아마도 누가의 집필에 경제적 도움을 준 후원자로 간주된다. 특별히 누가가 그에게 붙인 각하(kratistos)라는 칭호는 누가복음의 속편인 사도행전에서 벨릭스, 베스도 총독에게도 사용된 점을 참작할 때(행 23:26; 24:3; 26:25), 적어도 데오빌로 역시 그러한 관직에 해당하는 로마정부의 관리였을 것으로 추정하게 한다.

그렇다면 데오빌로는 당연히 이방인(아마도 로마인)이었을 것이고, 로마 제국 내에서의 그 직책을 고려할 때 부유한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별히 그가 부자였을 것이란 사실은 향후 누가복음 해석에 매우 중요한 단서 중 하나가 된다.

그러나 누가복음, 더 나아가 사도행전까지 포함하여 신약의 28%에 해당하는 긴 책이 한 사람만을 위하여 기록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서문에 등장하는 데오빌로는 그와 유사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즉 이방인이고 부유한 사람들을 망라하는 <대표적 수신자>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떤 이는 데오빌로란 이름의 뜻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혹은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임으로, 실제 이름이 아니라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 이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각하’라는 칭호 역시 어떤 관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선생님(Sir)에 해당하는 존칭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그 각하란 칭호가 사도행전에서 실제 인물인 베스도와 벨릭스에게 사용된 점을 감안할 때, 또한 데오빌로 개인을 위한 헌정사로서, 눅 1:5 이하의 평범한 문체와는 달리 빼어난 헬라어로 기록된 서문의 문학적 특징을 고려할 때, 데오빌로는 가공(架空)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인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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