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재산 보호 댓가로 납세의무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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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재산 보호 댓가로 납세의무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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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3.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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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납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상득교수<전북대 철학과>


목회자의 납세 문제를 논하자면, 우리는 먼저 납세 의무의 일반적 근거를 물어야 한다. 왜 기업가와 노동자는 국가에 세금을 내는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철학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에 답하자면 우리는 수입 내지는 경제적 가치가 어떻게 창출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철학적 토대는 존 로크의 노동가치설이다. 노동가치설이란 무소유의 자연에다 노동을 가함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는 이론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사람이 흙을 재료로 사용하여 도자기를 빚어, 시장에서 10만원의 가격을 붙여 팔았다고 하자. 그러면 10만원의 가치를 어떻게 창출되었는가? 바로 노동에 있다는 이론이 노동가치설이다.

노동은 몸의 활동이고, 몸은 당사자인 갑의 몸이기에 가치 역시 갑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노동가치설에 따르면 노동의 결과물은 노동을 투여한 당사자의 소유가 된다. 그러나 10만원의 경제적 가치를 좀더 면밀히 분석해 보면, 노동 외에도 다른 몇 가지 요소도 기여했다.

첫째는 흙, 물, 빛 등의 자연이다.

흙이나 물 없이는 도자기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이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선물로 여긴다. 하나님께 십일조를 바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님의 선물인 자연이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제조할 수 없기에 모든 가치의 궁극적 근원은 하나님이시다. 모든 사업가와 노동자는 자연을 공짜로 이용할 따름이다.


둘째는 사회의 기반시설이다. 즉, 도공은 수도, 도로, 전기 등의 사회 기반시설을 이용하지 않고는 도자기를 제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든 도자기를 시장에 팔 수도 없다. 물론 사회 기반시설에 대해 도공은 어느 정도의 사용료를 지불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용가치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셋째는 자유로운 상거래에 대한 국가의 보호이다. 국가는 군대와 경찰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상거래의 자유를 보장해준다.

국민이 수입에 대해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자연적 요소는 물론, 사회 기반시설 및 국가의 상거래 보호 장치 없이 아무리 한 개인이 노동을 가해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수입 내지 가치의 창출에는 개인의 노동만이 아니라 자연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목회자의 사례비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목회자는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

이와 관련 일부 반대자들은 이중과세 문제와 목회자의 목회 활동을 노동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목회자가 받는 사례비는 교인들이 이미 자신의 수입에서 세금을 납부한 돈이다. 이 때문에 ‘세금이 납부된 헌금’에서 다시 세금을 내는 것은 이중과세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목회자가 사례비를 납부한다고 해서 교회 재정이 타격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미자립교회 목회자는 과세표준액 이하의 사례비를 받기 때문에 교회 재정이나 목회자에게 아무런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주지 않으며, 세금 신고는 총회 내지 노회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면 행정적으로 큰 불편이 없을 것이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교회 부동산에 대한 세금 감면만으로도 감사하면서,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 납부 운동을 전개한다면,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신선한 청량제 구실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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