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 씌워진 눈꺼풀을 벗겨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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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씌워진 눈꺼풀을 벗겨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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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3.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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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핵집목사<열림교회>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왜 일까? 그 이유는 작금 기독교를 이익집단으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종교는 본래 자기를 비우고 자기를 희생해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것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종교는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영적인 문제보다 현실적인 것들이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점점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해 주는 방향으로 기울어 졌기 때문이 아닐까?

예수님은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에서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마태16:13) 물으셨다.


제자들은 한결같이 선지자중의 하나라고 대답했다.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다시 물으신다.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태16:16)라고 대답한다.

바로 그 대답을 듣고 싶으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왜 그 대답을 듣고 싶으셨을까?

가이사랴 빌립보는 황제의 도시이다. 황제도시의 조건이 있다. 황제의 위용에 걸 맞는 도시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당시 황제의 도시를 유치하기 위해서 도시들이 서로 경쟁할 정도였다. 황제의 도시로 선정되면 그만큼 돌아오는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이다.


황제의 도시는 황제의 이름이 붙여질 뿐 아니라 도시 중앙이나 가장 높은 곳에 황제를 위한 신전을 유치해야 했다.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황제는 그 도시에서 신으로 섬김을 받는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던진 질문에는 황제를 섬길 것인가? 예수를 섬길 것인가?를 묻고 있는 셈이다. 힘과 영화를 상징하는 황제를 섬길 것인가? 초라하고 아무 힘도 없는 예수를 섬길 것인가를 묻고 있다. 베드로가 장한 대답을 내 놓았다. 이것을 가리켜 베드로의 신앙고백이라 한다.

기독교는 시대 시대마다 신앙적 도전을 받아 왔다. 이 도전 앞에서 항상 자신의 자리를 분명히 하는 고백을 해왔다. 기독교의 위대함과 생명력은 바로 이 신앙고백 안에 담겨 있다. 이스라엘백성들은 애굽의 문화와 결별하는 삶을 광야에서 훈련하며 그 신앙적인 고백으로 신명기서를 남겼다.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서는 바알에 대한 분명한 고백을 요구했다.

오늘도 우리 앞에 거대하게 도전해 오는 흐름 앞에서 신앙고백(status confession)을 요구하고 있다. 이 도전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들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주님이 던지신 질문과 같다. 여기에 우리의 중심 축이 자꾸 기울어지니까 교회는 공신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닌가?

주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나는 자신과의 투쟁을 했다.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 십자가를 놓고 그랬다. 그것을 비켜 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결국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자신을 드림으로 골고다에 섰던 것 아닌가.

교회는 자신의 선 자리에서 자신에게로 기울어지면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하나님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기울어지게 되어 있고 나만이 사는 길을 선택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못한다.

주님의 십자가의 자리는 나를 죽여 모두를 살리고 나에게서 다른 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바꿈의 자리이다.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자리에 내려앉는 자리이다. 앞에서 우리 기독교가 사회에 이익집단 정도로 비춰지는 것은 바로 십자가의 낮은 자리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십자가의 자리에 내려가면 주님이 높여 주실 텐데 스스로 높아지려고 하기 때문에 오늘 기독교의 위상이 추락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현실(status quo)을 뛰어 넘어 하나님의 것을 선택하며 살겠다는 믿음을 필요로 하고 잇다. 눈에 보이는 힘을 포기하면 하나님의 능력이 보이고, 눈에 보이는 영광을  포기하면 하나님의 영광이 보일텐데  우리의 눈에 씌워진 눈꺼풀을 벗겨내야 할 때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고 산이 산으로 보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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