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73) 인류 구속을 위한 주권적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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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73) 인류 구속을 위한 주권적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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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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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김경진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복음서기자들은 주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는 동안 당하신 고통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님의 죽음의 의미를 다른 방법으로 독자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한다. 즉 구약성경의 예언과 연결시키면서 그 예언의 성취를 통해 그리스도 죽음의 의미를 밝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온 땅에 임한 어두움(흑암)은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는 것으로써, 출애굽 이전 행하여진 마지막 재앙 중 하나를 상기시킨다(출 10:22). 특히 이 어두움은 애굽의 장자(長子)의 죽음 이전 애굽에서 행하여진 마지막 재앙으로써, 예수님의 죽음을 출애굽 당시의 마지막 재앙과 병행하는 것으로 제시한다. 그리하여 마태는 이 3시간 동안의 어두움을 당시 애굽에서의 3일간의 흑암의 성취로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하신 유일한 말씀은 마 27:46에 나오는 마지막 외침이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이 말씀은 이미 구약 예언의 성취와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시편 22편 중 1절에서 인용되었다.

구약 전승에 따르면 엘리야는 죽지 않고 산 채로 하늘로 들려올라 갔으며(왕하 2:9-12), 따라서 고난에 빠진 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하여 십자가 주변의 사람들은 “엘리, 엘리”란 말을 주님이 엘리야를 부른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마 27:49).

마 27:46의 ‘엘리’는 히브리어이고, 마가복음의 ‘엘로이’는 아람어이다(막 15:34). 마가복음의 한글 개역은 ‘엘리’로 되어 있으나, 헬라어 원문에는 ‘엘로이’로 되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마가는 신약성경 기자 중 가장 많이 아람어를 사용하였는데, 또한 마태복음과는 달리 그 모든 아람어를 전부 헬라어로 번역하여 놓았다.

이는 그 독자들이 아람어에 익숙한 유대인이 아니라 이방인이었으며, 동시에 마가복음이 이방인들을 위한 복음이었음에 대한 좋은 증거로 생각된다. 참고로, 예수님께 신 포도주(식초)를 준 것은 시편 69편 21절의 인용이다.

마 26:36-46에서 우리는 주님이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고, 그 증거가 바로 고난의 잔을 마시기로 작정하신 일이다. 그리고 마 27:32-44에서 마태는 주님의 수난에 관해 시편 22편을 인용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십자가 위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유일한 한 마디가 바로 시편 22편의 서두인 것은 매우 적절한 연결이라고 보여진다.

그 말씀은 적대적인 무리들 앞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버림 받음을 묘사한 것이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마귀의 세력으로부터 구원하시기 위한 댓가를 치르기 위하여 이런 고난을 기꺼이 받으신 것이다.

주님이 죽으시는 장면은 마태와 마가가 약간 다르다;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다.”(마 27:50);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운명하시다.”(막 15:37) 그러나 두 복음서 모두 강조하는 것은 주님이 자원하여 그 생명을 하나님께 능동적으로 맡긴다는 의미이다. 즉 주님은 어떤 육체적, 질병적 이유로 죽으신 것이 아니라,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죽음의 순간을 주권적으로 선택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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