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안목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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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안목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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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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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가 당면한 문제 중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문제이다. 사실 이 양극화문제는 신라와 백제 시대로 소급할 수 있는 문제이다. 나만이 절대로 옳고 내 파만이 절대로 옳다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주장에서 양극화는 비롯한다.


나는 최근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고 현지 러시아 침례교 목회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온 일이 있다. 러시아 침례교회는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교회이고 과거 극심한 박해를 받은 경험도 있다.

그래서 신학적으로 예배 의식적으로 배우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다. 이들에게 강의나 설교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강의를 하기 전에 쉬운 말과 편안한 자세로 서론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성경과 진리가 중요하지만 성경과 진리만으로는 부족하고 성경과 진리를 바로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가르침과 조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교회의 300여 년 동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같은 성경의 가르침과 같은 성령의 조명을 받은 교회들이 그들이 처한 지역적 환경에 따라서 예루살렘 교회, 안디옥 교회, 로마 교회, 알렉산드리아 교회, 카르타고 교회, 비잔틴 교회 등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색깔과 입장이 각각 다른 교회들이 이단들이 아니었고 모두 하나님의 교회요 그리스도의 교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후에는 기독교가 로마 가톨릭교회와 정교 교회와 개신교 교회로 나뉘어졌는데 그 세 교회들도 모두 이단들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다. 어떤 때는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도 배워야 하고 어떤 때는 정교회로부터도 배워야 한다고 설명을 했다. 1991년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WCC 총회에서 개신교의 몇몇 신학자들이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을 발표한데 비해 정교회의 주교는 종교다원주의를 비판하며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주장했는데 정교회의 보수적인 입장이 더 옳았다는 말도 했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러시아 침례교회 목회자들이 아마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좀 의아하게 생각을 하면서도 잘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장로교회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고 침례교회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고 순복음교회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칼빈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고 루터나 웨슬레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므로 이단이 아니면 서로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한다. 처음에는 알지 못했는데 우리가 목회자 수련회를 시작하는 시간부터 주 정부의 종교담당관이 수련회에 참석했다. 수련회에 ‘참석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살피려고’ 온 것이었다. 주최측도 러시아 목회자들도 모두 긴장을 했다. 그것도 모르고 첫날 이야기식으로 역사적 안목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날도 일찍 나와서 나의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노트에 빼곡히 강의 내용을 적고 있었다. 셋째 날도 나왔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주최측이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 종교담당관이 이런 말을 하고 갔다. “종교가 나라와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힘과 정신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교가 교회의 씨앗이 된다는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의외의 반응이었다. 주최측이 너무나 좋아했다. 교회사 이야기는 지나간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야기의 색깔은 다양성 가운데 조화를 강조하는 이야기이다. 한국사회와 교회는 역사가 보여주는 다양성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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