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저출산 해결에 나선 대형교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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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저출산 해결에 나선 대형교회들
  • 이현주
  • 승인 2006.01.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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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영유아 보육 자신감... 일부에선 소형교회 사회선교 위축 우려도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 발족한 ‘생명과 희망의 네크워크’는 일단 대형교회 얼굴들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발족식에 직접 자리한 교계 어른만 5명.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와 왕성교회 길자연목사, 명성교회 김삼환목사, 광림교회 원로 김선도목사, 사랑의교회 원로 옥한흠목사 등이다. 여기에 학계에서 송자총장과 정근모총장이 참여하고 여성NGO를 대표해서 대한Y 이행자회장이 합류했다.

발족식 자체도 화려했다. 네트워크 출범을 물밑에서 작업해온 감경철 기독교TV 사장이 그간의 경과를 보고하며 ‘저출산’ 해결에 앞장 선 교회들을 독려했고, 이명박 서울시장이 직접 축사에 나섰다.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정현목사는 “경건한 믿음의 자녀 낳기 운동을 시작으로 양육의 최전선에서 교회가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사실 교회가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보육 등에 나선다고 말하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소형교회들이 지역사회 선교를 위해 선교원과 공부방 등 맞벌이부부를 위한 보육시설들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형교회들이 전면에 나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교회가 앞장서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성도들의 출산과 관련된 의식조차 일반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오정현목사가 네트워크의 활동을 일종의 ‘무브먼트’로 해석한 점이 이런 맥락이다.

‘생명과 희망’은 성도들을 대상으로 생명에 대한 가치관 회복운동과 생명주일 제정, 낙태반대운동, 입양의 확산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 현실적 대안으로 대형교회들이 먼저 ‘어린이집’과 방과 후 학교 등 영유아 보육시설을 설치하고 우수한 교육에 동참키로 했다.

감경철 사장은 “삼성어린이집 등에 대기자만 2천여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도 충분히 그와 같은 우수한 시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같은 자신감 이면에는 이미 기독교TV가 보유하고 영유아 컨텐츠 및 대형교회 인프라가 바탕에 깔려있다. 교회가 어린이집과 공부방을 세우면 기독교TV가 주도적으로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계획은 기존에 운영되는 소형교회 어린이 보육시설에도 적용된다.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이의수목사는 “기업은행이 시설비용 대출을 맡았고 아가방과 성주인터내셔널이 물품을 협력키로 제휴체결을 마친 상태”라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형교회도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지역사회 선교의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의 활동분야도 다양하다.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지역별 목회자 포럼을 개최하고 독신여성과 남성의 만남도 주선하며 영유아만을 위한 맞춤형 성경교재도 개발할 예정이다.

네트워크의 출범을 두고 교계 일각에서는 “대형교회들이 나서서 벌이는 이벤트성 행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 목회자는 “이미 보육시설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성실한 교회들이 있고 이 일은 대부분 사회선교분야로 인식 되어지고 있다”며 “기존 사업과 차별성을 둔 대형교회의 보육시설 운영은 결국 부유한 교회들이 세를 과시하는 한 방법에 불과하지 않겠느냐”며 교회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오정현목사는 “대형교회들이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저출산문제에 인식을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출발”이라며 “저소득층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고 교회에 아이들을 믿고 맡기는 풍토가 조성되면 출산기피현상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형교회들이 이미 성실하게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지원과 연계도 고려중에 있다”고 폭넓은 해석을 요구했다.

일단 사회적 위기상황에 교회가 팔 걷고 나섰다는 점에서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 출범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반짝 이벤트 또는 대형교회 몇몇만의 일차원적인 참여가 아니라 전국교회가 저출산과 영유아 보육에 참여하는 사회적 선교운동으로 확산될 때 이 운동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사역자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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