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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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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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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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목사<서초교회>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으로 가려면, 광야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들은 거칠고 넓은 광야를 지나야만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광야는 길이 없는 버려진 땅을 의미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광야 길에서 자기 백성들을 훈련시키셨고, 그 광야를 지난 후에 가나안으로 가게 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길 훈련은 길이 없는 광야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따라서 길이 없는 거친 땅을 걸어간 것이 하나님의 백성들의 여행기요 구원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우리는 거칠고 넓은 그리고 길이 없는 땅을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광야 길을 걷는 중에, 하나님께서는 그 백성들로 하여금 말씀을 따라 걷는 훈련을 시키셨다. 이 땅에서 그들의 노력과 능력으로 얻는 양식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게 하셨다.


길 없는 광야에서 길 훈련, 먹고 마실 것이 없는 광야에서 먹고사는 훈련,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자기 백성을 연단하셨다. 우리가 믿음의 후손들이라면, 우리도 수시로 그런 훈련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젊어서 하나님의 종이 되겠다고 결심하던 시절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열심히 기도하고, 말씀 공부를 하고, 신학을 깊고 넓게 연구하다보면, 이 시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한동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도하고 공부하고 금식하고 선교지를 돌아 다녔다.


그러는 동안에 세월이 흘렸다. 목회를 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고,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고, 기도하다 귀신을 쫓아내고, 책을 내고, 신문에 글도 써보고 그러면 무슨 길을 찾았을 듯한데,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길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전에 생각하던 길은 없었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그 길은 본래는 길이 없는 곳이었다는 말이다.    


예수님께서 앞서 걸어가신 그 길은 본래 길이 아니었다. 겟세마네 동산과 골고다 동산은 더 이상 길이 없는 사람들이 내팽개쳐지는 수치와 고통과 멸시의 동산이었다. 내가 곧 길이라고 말씀하신 그 분은 길이 없는 곳으로 앞서 가셨다.


내가 곧 생명이라고 말씀하신 그 분은 절망과 죽음의 동산으로 앞서 가셨다. 내가 진리라고 말씀하신 그 분은, 세상 법정에서 최고의 중형을 받으시고 온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형장(刑場)으로 걸어가셨다.

이 세상의 법적 진리로부터 사형 판결을 받으신 그 분이 하나님의 진리라고 말씀하신 셈이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 분은 바로 그런 길을 가려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이 성경의 핵심이 아닌가.


기독교의 위대함은 인간의 고통과 실패와 절망에 대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이던 고통과 실패와 절망을 긍정과 희망을 향한 필수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고통의 길과 실패의 길과 절망의 길들을 모아서 그 길들을 따라서 진리의 하나님 앞으로 나아갔다는 말이다. 고통과 실패와 절망들을 모아서 인생과 역사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향한 길을 만들어내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앞장서서 길을 만들어가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길이 없는 곳에 세워지는 것이 마땅하다.


베들레헴과 골고다와 빈 무덤에서 새롭게 태어난 교회와 제자들은 갈릴리로 가야 한다. 그리고나서 온 세상 땅 끝으로 가다가 결국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이제 2006년 새 해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앞이 잘 안보이는 시대, 미래가 불투명한 한국 교회와 선교, 급변하는 과학기술 문명 속에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려운 이 시대의 많은 하나님의 백성들, 그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를 향하여 가야 하는가?


믿음의 선조들은 길이 없는 바로 그 광야에서부터 구속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찾기 시작한 셈이다. 앞이 안보이는 곳에서 앞을 향하여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홍해 바다로 가로막힌 거기서부터 앞으로 걸어가는 훈련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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